영국 항모는 미국 항모보다 4배 빠르다?

  • 기자명 우보형
  • 기사승인 2021.10.2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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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9월 5일자로 '항공기 5대 동시에 뜬다, 美보다 4배 빠른 英항모의 비결'이란 기사를 냈다. 동해 남부 해상에 진입, 훈련 중인 영국 해군의 퀸 엘리자베스 항공모함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다. 그런데 QE급 항공모함과 그 탑재기 F-35B에 대해 다소간 이해가 가지 않는 서술들이 눈에 들어 왔다. 즉 ”F-35B 계열 스텔스 전투기는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과,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은 ”미국 항모보다 4배 빠르고 효율적이다“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 주장들은 사실일까? 해당 주장들을 검증했고, 지면 관계상 두 편으로 나누어 게재한다.

 

F-35B 계열 스텔스 전투기는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일까?

그림 1. 타임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기사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의 구조도와 그 아래로 이어진 서술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서술에 청색 라인을 그어놓았다.
그림 1. 타임을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기사의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의 구조도와 그 아래로 이어진 서술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서술에 청색 라인을 그어놓았다.

“F-35 계열 스텔스 전투기는...(중략),,, 작전 반경도 넓어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과연 F-35 계열 스텔스 전투기 16대는 기존 함재기 42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저 질문에 답하기 전에 먼저 정리해둘 부분이 있다. 국내 언론들은 대체로 아래 그림 1처럼 F-35A, F-35B, F-35C를 아래 그림 1처럼 F-35라는 가문의 형제들로, 나아가 F-35A, F-35B, F-35C가 동일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성능을 가진 것으로 인식하거나 인식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그림 2. F-35 시리즈의 형식별 스펙 프로필
그림 2. F-35 시리즈의 형식별 스펙 프로필

만일 이러한 인식이 사실이라면, 다시 말해 F-35가 세부형식 불문 동일한 성능을 가진다면 굳이 F-35A, F-35B, F-35C를 나눠 도입할 필요 없이 단거리 이륙 및 수직착륙(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이 가능한 STOVL 기체인 F-35B만을 도입하면 된다. 지상에서는 굳이 엄청난 부동산 비용을 들여가며 길고 취약한 활주로에 기반한 항공기지를 건설할 이유가 없고, 항공기 운용 능력만 있을 뿐 다른 건 할 수 없는, 크기만 한 정규 항공모함을 건조할 필요도 없어진다. 뿐만이랴! 전술기의 기종 통일이 가능해지니 각종 지원 체계도, 교육과정도 그만큼 단순해지니 운용 비용 측면에서도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어째서 각국 공군은 이런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세부 형식별 성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이륙 및 착륙(Conventional Take-Off and Landing)을 하는 CTOL 방식의 F-35(F-35A)를 캐터펄트의 도움을 받아 이함시키고, 어레스팅 기어로 착함(Catapult Assisted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시키는 방식으로, 더 나아가 캐터펄트도 어레스팅기어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이착함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조건이 필요해진다.

그림 3. F-35 시리즈의 형식별 성능 차이. 주로 비행성능 영역에서
그림 3. F-35 시리즈의 형식별 성능 차이. 주로 비행성능 영역에서

F-35C는 CTOL 방식의 F-35A와 동일한 크기의 내부 무장창을 유지하면서도 CATOBAR 환경에서 운용하기 위해 날개 면적을 45% 늘렸다. 덕분에 중량도 2.5톤 가까이 늘어났지만 기내 연료탱크 용적이 늘어나 항속거리는 F-35A와 같거나 오히려 약간 길다. 하지만 양 기종 모두 F-135-PW-100이라는 동일한 엔진을 사용하는 이상 반대 급부를 피할 수는 없다.

늘어난 날개 면적은 항력과 중량을 증가시켰고, 늘어난 중량은 엔진의 가속능력을 감소시켰다. MAX G-Rating 항목이 바로 공중에서의 선회성능과 가속성, 기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CTOL인 F-35A는 9G까지 기동할 수 있지만 F-35C는 최대 7.5G다. 이는 F-35C가 F-35A와 동일한 기동을 하기 위해서는 20% 정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연히 회피 실패 확률 및 피탄 확률 또한 그만큼 올라간다. 만일 F-35가 F-22처럼 최고 속도가 빠르고(마하 2.25) 수퍼 크루징만으로 비행이 가능한 기체라면 이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F-35의 최대 속도는 애프터버너를 사용했을 때 마하 1.6이다. 스텔스 기체라는 특성상 기체 외부 파일런에 무장을 다는 다른 기체들보단 항력 면에서 다소 유리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한계를 어느 정도나 극복할 수 있을지는 좀 의문스럽다.

한편 F-35B는 STOVL 능력을 얻기 위해 위의 그림 4처럼 리프트 팬과 노즐의 배기방향을 바꿀 수 있는 장치들을 기체 내부에 추가했다.

그림 4. 기체 상면의 리프트 팬이 시선을 끄는 F-35B 내부 구조도
그림 4. 기체 상면의 리프트 팬이 시선을 끄는 F-35B 내부 구조도

이 때문에 기체 공허중량이 1.58톤 늘어났고 가용 기내 용적이 줄어든 것을 보상하기 위해 내부 연료 탑재량을 2톤 이상 줄였다. 때문에 기동성에서만 다소 손실이 있는 F-35C와 달리 F-35B는 항속거리와 작전 반경, 나아가 체공 시간에서도 손실이 있다. F-35A나 F-35C는 2,200km의 내외의 항속거리, 1,100km 정도의 작전 반경을 갖지만 F-35B는 그 75%에 불과한 1,666km 내외의 항속거리, 833km의 작전반경만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F-35A나 F-35C와 동일 계열이긴 하지만 STOVL 능력을 갖기 위해 리프트 팬과 노즐의 추진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가진 F-135-PW-600 엔진을 사용하기 때문에 최대 추력도 3만 8천 파운드로 줄었다. 그 결과, F-35B의 MAX G-Rating은 7G로 F-35A에 비해 거의 30% 가까이, 중량이 훨씬 많이 늘어났던 F-35C에 비해서도 10% 정도 떨어진다.

제한되는 것은 비행능력만이 아니다. 스텔스 모드의 F-35는 기본적으로 내부 무장창의 무장만을 이용한다. F-35A는 기체 내부에 GAU-22 25mm 기관포를 고정 장착하고 내부 무장창에 최대 5,400파운드의 무장을 탑재/운용할 수 있다. F-35C는 고정 무장이 없지만 내부 무장창의 탑재/운용 능력은 F-35A와 동일하다. 하지만 STOVL 능력을 갖기 위해 연료탱크 뿐만 아니라 내부무장창의 용적도 줄어든 F-35B는 최대 3,500파운드의 무장만을 탑재할 수 있어 지상 및 해상 타격 임무시 F-35A, F-35C에 비해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이래 그림 5는 F-35가 세부 형식별 내부 무장창에서 운용 가능한 무장들을 보이는데 F-35A와 F-35C와 달리 F-35B는 운용 가능한 무장의 종류 자체도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림 5. F-35 시리즈 각 형식별 내부 무장창 탑재 무기 옵션들
그림 5. F-35 시리즈 각 형식별 내부 무장창 탑재 무기 옵션들

그리고 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노르웨이 콩스베르그(Kongsberg)사가 해상타격미사일, NSM을 기반으로 F-35용으로 개발한 대함/지대지 미사일 Joint Styike Missile, JSM이다. JSM은 887파운드의 중량에 230kg급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185~555km의 사거리를 갖는 대함 미사일로 전반적인 성능은 AGM-84 하푼과 유사하지만 에어프레임 자체가 1975년에 개발되어 RCS에서 다소 불리한 하푼에 비해 JSM은 스텔시한 외형만으로도 충분히 낮은 피탐 확률을 기대할 수 있어 보인다.

그림 6. F-35용으로 개발된 콩스베르그/록히드마틴의 대함/지대지 미사일 JSM과 F-35A, F-35C 내부 무장창 장착 장면. F-35B 내부 무장창에는 장착할 수 없다.
그림 6. F-35용으로 개발된 콩스베르그/록히드마틴의 대함/지대지 미사일 JSM과 F-35A, F-35C 내부 무장창 장착 장면. F-35B 내부 무장창에는 장착할 수 없다.

그림 6 아래쪽 사진들에서 보듯 JSM은 F-35A, F-35C에선 내부무장창에 각 1발씩을 탑재, 운용할 수 있지만 F-35B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현 시점에서 스텔스 모드의 F-35에서 운용가능한 유일한 본격적인 대함미사일은 JSM뿐이다. 결국 F-35A나 F-35C는 스텔스 능력이 필요한 임무 상황에서 JSM을 이용, 유효한 대함타격이 가능하지만 F-35B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만일 대함타격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텔스를 포기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F-35는 '비스트 모드'라는 외부 파일런 무장 상태가 가능하다는 점 또한 홍보중이고, 이렇게 되면 아래 그림 7처럼 JSM의 장착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기체 외부에 무장을 다는 상황이 되면 스텔스 전투기라는 F-35의 성능적 이점이 사라진다.

그림 7. 외부 파일런을 사용하면 내부 무장창에는 장착할 수 없던 F-35B도 JSM운용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른쩍 하단은 F-16이 JSM(붉은 색)을 장착한 모습
그림 7. 외부 파일런을 사용하면 내부 무장창에는 장착할 수 없던 F-35B도 JSM운용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오른쪽 하단은 F-16이 JSM(붉은 색)을 장착한 모습

뿐만 아니라 스텔스 기능을 제외해도 어떠한 장점이 생기는지 의문스러워지는데 아래 그림 8을 보라.

그림 8. F/A-18E/F에서는 JSM 4발, AIM-120 2발, AIM-9 2발 운용이 가능하다.
그림 8. F/A-18E/F에서는 JSM 4발, AIM-120 2발, AIM-9 2발 운용이 가능하다.

그림 8은 F/A-18F이 JSM을 단 장면인데 한쪽에 2발 도합 4발 장착이 가능하며 AIM-120 2발, AIM-9 2발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F-35, 특히 F-35B는 외부 무장 능력도 F/A-18E/F의 절반에 불과하고, 항속거리나 작전반경은 그 7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정리하면 국내 언론들은 F-35를 세부 령식별 성능에 큰 차이가 없는 기체로 간주하는 경향이 크다. 실제로는 공중 및 지상/해상 타격 임무를 모두 맡을 수 있는 다목적 스텔스 전투기라 할 수 있지만 스텔스 모드에선 유효한 대함 타격 수단이 부재하고 대함타격을 위해서는 스텔스를 포기해야 한다. 더욱이 F-35B는 항속거리, 작전반경, 체공시간 모두에서 F-35A와 F-35C의 75%, 기동성에서 F-35A와 70%, F-35C의 90%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F-35B는 F-35A, F-35C와 같은 작전능력을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제 이를 바탕으로 “F-35 계열 스텔스 전투기, 정확히 말해 F-35B는...(중략)... 작전 반경도 넓어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 역할을 한다”는 주장을 검증해보자.

 

1. F-35B의 작전 반경은 과연 기존 함재기들보다 넓은가?

질문의 검증을 위해선 기존 함재기의 정의가 필요하다. 때문에 선정 기준은 F-35가 장차전에 마주칠 현용 함재기들 - F-35B, F-35C, F/A-18E/F Block III, Rafak-M, MiG-29K, Su-33, J-15, 그리고 참고를 위해 F-35B가 대체할 해리어 계열 함재기의 최종형인 해리어 GR9 / AV-8B 해리어 II와 그리고 CTOL 기체지만 JSM을 운용할 수 있는 F-16C를 비교대상으로 한다. 2040년 무렵이면 러시아와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들이 본격적으로 출현할 확률이 높지만 아쉽게도 현시점에서는 이들의 성능을 비교 검증할 데이터의 확보가 지난하니 이들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음은 상태, 무장상태는 지상 및 대함 타격 상태로, 단 F-35 함재 형식들은 (비스트 모드시의 무장 상태에 따른 작전 반경이 공개되었다면 더 적나라한 비교가 가능하겠지만 아쉽게도 현재 공개된 작전 반경 데이터는 스텔스 상태뿐이니) 스텔스 모드를 기준으로 한다. 이상의 조건들을 대입하여 각 기체들의 무장상태에 따른 작전 반경을 정리한 것이 아래 표 1이다.

표 1. 지상 목표 타격 임무시 현용 함재기들 및 F-16C, AV-8B의 작전반경
표 1. 지상 목표 타격 임무시 현용 함재기들 및 F-16C, AV-8B의 작전반경

중앙일보 기사의 서술에도 불구하고 F-35B보다 작전 반경이 좁은 현용 함재기는 (이미 퇴역한 AV-8 해리어를 제외하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2. F-35B의 비행성능은 과연 기존 함재기들보다 월등한가?

표 2. 현용 함재기의 비행성능 비교
표 2. 현용 함재기의 비행성능 비교

표 2는 표 1에서 선정되었던 함재기들의 비행성능을 비교한 것이다. 최고 속도는 당연히 고고도에서 마하수로 표기한 것인데 F-35B는 다른 현용 함재기에 비해 최고 속도는 유의미한 수준까지 열세에 있는 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16대로 42대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이지도 않다. 기동성, 혹은 가속성을 나타내는 Max G Rating에서는 F-35B보다 못한 기체가 없다. 무장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는데 F/A-18E/F는 위의 표 1에서 보듯 작전 상황에 따라서 무장상태를 변경하면서 얻어진 수치지만 F-35B는 500파운드급 무장 2발이 전부고 F-35C라면 비스트 모드에선 F/A-18E/F과 동급의 무장 장착 능력을 보일 수 있지만 F-35 최대의 장점인 스텔스를 포기하고도 현용 함재기들 수준의 무장을 운용하진 못한다.

F-35B에 스텔스 전투기라는 공중전에서의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F-35B의 스텔스 성능은 1991년 걸프전 당시의 F-117이나 21세기 초반부터 지금까지의 F-22 같은 압도적인 수준도 아니고, F-22A처럼 굳이 스텔스가 없더라도 공중전에 필요한 비행성능에서 압도적인 공중지배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공중전에서 운용할 수 있는 무장이 경쟁기체에 비해 너무 적다.

그림 9. 공대공 무장 부족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시도들
그림 9. 공대공 무장 부족을 벗어나기 위한 여러 시도들

특히나 F-35의 현재 무장창에선 AIM-9로 대표되는 적외선 유도식 공대공 미사일의 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그리고 그 문제가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점에서 그냥 외부에 다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이며 대형 무장만큼은 아니겠지만 레이더 피탐 확률은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그림 10. F-35B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이런 상황으로 봐야 한다.
그림 10. F-35B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결국 이런 상황으로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사에 언급된, “F-35B 16대가 기존 함재기 42대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용 함재기들과 비교해도 그 정도의 우위를 갖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영국의 입장에서 기존의 함재기던 (AV-8B와 동등 사양의) 해리어 시리즈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로 봐야 한다. 따라서 해당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평가하겠다.

퀸엘리자베스급 항모의 효율성 검증은 다음 기사에서 계속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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