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뒤로 걸으면 성기능 개선? 잘못 알려진 건강 운동 상식

건강 운동을 위한 투자 - 이건 꼭 읽어야 해

  • 기사입력 2021.10.01 11:42
  • 최종수정 2021.10.01 11:5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운동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콕만 하기엔 너무나 억울하다. 명절을 지내고 나서 몸이 무거워진 느낌도 든다. 막상 운동을 하려고 보니 너무 막막하다. 내 몸에 맞는 운동은 뭘까? 관련 정보를 찾아봐도 제각각이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뉴스톱이 잘못 알려진 건강 운동 상식에 대해 짚어봤다.

출처: 뉴스톱
서울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 구내에 출처: 뉴스톱

 

①통나무 안마(나무에 등 부딪치기) 지압 효과? - 권장하지 않음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 승강장 구내엔 '통나무 안마대'(윗 사진 참조)가 설치돼 있다. 어르신들이 동네 뒷산에서 나무에 등을 부딪치는 장면을 떠올리면 된다. 그걸 하시라고 만들어 놓은 시설이다. 통나무에 몸을 부딪쳐 안마와 지압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설명까지 달아놨다. 설명대로라면 통나무에 몸을 부딪치기만 해도 무병장수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동네 뒷산에 가보면 많은 어르신들이 나무에 등을 부딪치며 "아~ 시원하다"고 외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니 이 통나무 안마대는 2002년 도시철도공사가 설치한 것으로 확인된다. 오목교역을 비롯해 서울지하철 5~8호선 역 10곳에 설치했다. 무려 20년 가까이 지하철역에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나무에 등치기'로 검색해보면 관련 뉴스도 많이 나온다. 대부분 위험성을 강조하는 기사다. 툭 튀어나온 '옹이' 부분이 척추를 가격할 수 있고, 골다공증 환자 등 뼈가 약한 사람들은 등을 부딪칠 때 충격으로 뼈에 손상이 올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원진녹색병원 정형준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산에 다닐 정도로 건강하신 분이라면 골밀도에 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나무에 등치기가)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르신들은 충격이 가해지는 운동보다 태극권 류의 '슬로우 스트레칭' 또는 충분한 걷기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유익하다는 견해다.

통나무 안마대를 설치해 놓은 서울교통공사의 입장은 어떨까? 공사 홍보실은 뉴스톱과 통화에서 "설치 당시 웰빙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이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승강장에 통나무 안마대를 설치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설치 이후 위험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많이 나왔고 사용자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라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헬스조선 홈페이지
출처: 헬스조선 홈페이지

 

②뒤로 걷기, 성 기능 개선? - 사실 아님

하천변 또는 공원 산책로에서 종종 뒤로 걷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헬스조선 등 일부 보도에선 뒤로 걷기가 치매를 예방하고 발기 능력을 증진시킨다는 내용도 찾아볼 수 있다. 헬스조선은 2009년 <뒤로 걸으면 '남성 건강'에 좋아> 기사를 통해 뒤로 걷기가 남성 노인들의 성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근거는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 진영수 교수팀이 남성 노인 22명(평균 71.95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었다. 헬스조선 보도에 따르면 진 교수는 "걷기 등 운동을 하면 혈관이 건강해지는데 음경 혈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걸으면 발기력이 향상되며 특히 뒤로 걷기 운동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 보도 이후 헬스조선은 뒤로 걷기가 성기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를 6건 보도했다. 최근 보도인 지난 29일 보도에선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부 기사는 진 교수의 연구를 근거로 들었다.

뉴스톱은 이 보도의 출발점이 됐던 진 교수의 연구를 찾아봤다. 대한노인병학회지 '노인병(Journal of the Korean Geriatrics Society)' 에서 진 교수의 연구 <앞·뒤 걷기 운동과 골반저 근육 운동이 남성 노인의 성기능과 기능적 체력에 미치는 영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연구는 헬스조선 보도의 맥락과는 사뭇 다르다. 논문은 연구 결과에 대해 "3개월간의 앞·뒤 걷기 운동과 골반저 근육 운동의 복합 운동 수행이 남성 노인들의 성기능과 기능적 체력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는 없었다"고 밝혔다.

논문에는 뒤로 걷기가 성기능 개선에 유의한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지만 언론 인터뷰에서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뉴스톱은 진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③마스크 쓰고 운동해라? - 韓, 격렬한 운동 회피, 美, 실외에서 혼자 운동 

출처: 질병관리청
출처: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스포츠 매니아를 괴롭히는 물건이 하나 생겼다. 바로 마스크다. 자전거를 타려고 해도, 조깅을 하려고 해도 마스크가 문제다. 쓰면 숨이 차고 답답하다. 쓰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이 두렵다.

질병관리청은 운동 시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가급적 야외에서 혼자 운동하고, 운동을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 2m 떨어지며, 신체 접촉이 있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격렬한 운동은 피하라고 권고한다.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출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함께 살지 않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야외를 선택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야외 활동할 때는 마스크를 쓰지 않았더라도 COVID-19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낮다"고 밝힌다.

CDC가 추천하는 안전한 활동은 공원 달리기, 걷기, 자전거 타기, 실외 요가, 정원에서 일하기 등 야외 활동이다. 반면 실내 활동은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중국에선 학교 체육시간에 중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다가 숨진 사례가 보고됐다. 마스크를 쓰고 격렬한 운동을 해도 괜찮은 걸까? 

지난 8월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체육학과 박창희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KF94 마스크 착용에 따른 유산소운동 시 호흡순환기능, 혈압 및 혈액유변적 반응'에 따르면 성인 남성이 마스크를 쓰고 실내자전거를 탔을 때, 심폐기능 혈압 및 혈액유변적 반응 등에서 마스크를 벗고 탔을 때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박 교수는 20대 성인 남성 12명을 마스크 착용군과 미착용군으로 나눠 40분간 실내자전거를 타게 한 뒤 10분마다 심폐기능 혈압과 혈액유변적 반응을 측정하는 방식의 실험을 한 달여 간 진행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해 4월 중국에서 마스크를 쓰고 달리기를 하던 남학생 3명의 사망 사례를 계기로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며 "기저질환이 없는 건강한 성인 남성은 마스크를 쓰고 중강도 정도 운동을 해도 심폐 기능 등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운동을 중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④하루 1만 걸음 걸어야 건강? - 상술

만보기라는 기계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 걷기 목표는 하루 1만 걸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7월 8일 <Do We Really Need to Take 10,000 Steps a Day for Our Health?(건강을 위해 하루 1만보가 정말 필요한가?)>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하루 1만보 목표는 일본에서 유래한 미신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일본에서 1964년 도쿄 올림픽이 끝난 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이에 편승해 이익을 보려는 업체가 '만보-미터'라는 걸음 수 세는 기계를 만든 게 출발점이었다. 전문가들은 만보계에서 1만을 뜻하는 '만'(万) 자가 사람이 걷는 모습과 흡사해 판매촉진 차원에서 만보 걷기를 홍보했을 뿐 특별한 과학적 의미는 없다고 지적했다.

NYT는 걷기의 건강증진 효과를 분석한 기존 연구를 인용해 실제 최적점은 1만보보다 훨씬 적은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의 2019년 논문에 따르면 하루 4천400보를 걷는 70대 여성은 2천700보 이하를 걷는 같은 연령대 여성보다 조기사망 위험이 4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JAMA Network)에 2020년 3월 게재된 더 광범위한 논문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눈에 띈다. 이 연구의 결론은 하루 1만보는 장수의 조건이 아니라 8천보 정도를 걷는 사람이 4천보를 걷는 사람보다 심장질환 등으로 일찍 죽을 위험이 절반이라는 분석이었다.

아이민 리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박사는 미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 정부에서 공식 권고하는 육체 활동량이 하루 30분 정도이며 이를 걸음으로 환산하면 하루 2천∼3천보 정도라는 점을 주목했다. 많은 이들이 쇼핑이나 집안일 등으로 매일 5천보 정도를 걷는 까닭에 하루에 2천∼3천보(1.6∼2.4㎞) 정도를 더 걷는다면 최적점으로 여겨지는 하루 7천∼8천보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일상 생활 외에 하루 30분 정도 매일 같이 걷는 게 좋다고 권장한다. 운동효과를 누리려면 운동 중 노래를 부를 수 없을 정도의 강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일상 걸음보다 빠른 속도로 허벅지가 당길 정도의 긴장도를 유지하면서 걸어야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⑤어깨는 쓸수록 강해져? - 아프면 쉬어야!

'어깨는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일본 야구에서 주창하는 이론이다. 비슷한 사례로 "운동으로 생긴 통증은 운동으로 풀어야 돼"라는 주장을 왕왕 볼 수 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보면 아픈 팔은 가능한 오랫 동안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흔한 운동 관련 질환으로 테니스 엘보를 꼽는다. 테니스 엘보는 팔꿈치 바깥쪽 부위의 건이 손상되어 발생한다. 반면에 골퍼 엘보는 팔꿈치의 안쪽 부위의 건이 손상되어 생긴다. 두 질환 모두 테니스 같은 운동이나 나사 돌리기 같이 저항을 받으면서 심하게 반복적으로 팔을 사용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뼈에 붙은 부위에서 건이 반복적으로 당겨지고 미세하게 찢어지면 그 결과 손상된 팔에 통증과 압통이 생긴다.

물리 치료와 얼음 찜질, 근육을 늘이고 강화시키는 간단한 운동과 초음파 치료가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한, 비스테로이드 소염제도 도움이 된다. 질환이 2-6주 안에 호전되지 않으면 스테로이드제를 국소적으로 주사할 수 있다 (국소적 스테로이드제). 증상들이 일단 가라앉으면 질환을 유발했던 운동이나 활동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 운동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

◈건강한 운동을 위한 준비

삼성서울병원이 소개하는 건강한 운동법을 살펴보자. 워밍업과 스트레칭은 운동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중요한 절차이자 시그널이다.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하지 않고 운동을 하게 되면 신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운동에 있어 워밍업과 스트레칭은 생략할 수 없는 과정이다. 

워밍업은 육상·수영선수가 경기 전에 제자리 걸음을 걷거나 가볍게 뛰는 것, 복싱선수가 시합 전에 줄넘기를 하거나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섀도 복싱을 하는 것 등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런 동작은 몸을 따뜻하게 할 뿐 아니라, 대뇌 운동중추의 흥분 수준을 높여 격렬한 운동이나 정신적 압박에 대비하고, 심폐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또 운동 직후에 나타나는 신체의 괴로움, 즉 ‘데드포인트(Dead Point)’를 쉽게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준비 과정이다.

스트레칭은 근육과 힘줄, 관절 등을 본운동에 어울리게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신체를 운동 특성에 맞춰 적당하게 긴장시키거나 이완시켜 운동 효과를 높이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런 스트레칭은 탄력이나 반동 없이 건(힘줄)과 근육을 가볍게 당겨서 늘려주면 된다. 이를 위해 근육과 건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질 만큼 천천히 뻗은 후 그 상태로 10∼30초 정도를 유지한다. 스트레칭의 효과는 건이나 근육에 탄력을 주고,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혀 유연성을 높인다. 

◈운동 시작 전 의사 상담이 필요한 경우

• 남자는 45세 이상, 여자는 55세 이상이면서 운동을 처음으로 시작하시는 분
• 주치의로부터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듣고 운동은 의학적인 감독 아래서만 하라고 추천 받은 적이 있으신 분
• 운동을 하다가 가슴에 통증을 느끼거나, 어지러워 기절할 것처럼 느끼거나 쓰러진 적이 있으신 분
• 운동에 의해서 악화되는 관절이나 뼈의 문제가 있으신 분
• 개인적 경험에 의해서 의학적인 감독 없이 운동하지 못할 신체적인 이유가 있으신 분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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