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윤석열 "검찰이 '손을 털기 위해' 공수처에 넘겼다"?

  • 기자명 이강진 기자
  • 기사승인 2021.10.0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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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이첩했습니다. 검찰은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을 확인했다”며,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자료가 조작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검찰은 중복 수사 방지를 고려해 손 검사 외에 윤 전 검찰총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도 공수처에 함께 이첩했습니다.

출처: MBC 뉴스투데이
출처: MBC 뉴스투데이

같은 날, 윤석열 전 총장은 박진 의원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한 기자가 “고발사주 의혹 관련해 검찰이 손준성 등 검사 관여 정황을 발견해서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언급하자, 윤 전 총장은 “(정황을) 발견했으면 자기들(검찰)이 기소하면 되는거지 왜 공수처에 넘깁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장시간 (조사) 했음에도 처음부터 나왔던 막연한 정황뿐이니 손을 털기 위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라고 덧붙였습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이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하고도 직접 기소하지 않은 것을 사건에서 ‘손을 털기 위한' 임의적인 조치로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검찰이 해당 사건을 공수처에 넘긴 것이 정말 ‘임의적 판단’이었을까요?

 

공수처 이첩, 법에 근거한 정당한 수순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공수처법)’ 제2조 1항에는 '고위공직자'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검사는 ‘고위공직자’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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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공수처법 제25조 2항에는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관련 인물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13일,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대검찰청에 사건 관련자들을 5개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이 중 ‘직권남용(형법 제123조)’, ‘공무상비밀누설(형법 제127조)’, ‘선거방해(형법 제128조)’는 공수처법 제 2조 3항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로 규정됩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정리하면, '검사'가 ‘고위공직자범죄 혐의’에 연루된 사건이 공수처에 이첩되는 것은 공수처법에 따른 '당연한 수순'입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이 수사해도 정황밖에 나오는게 없으니 '손을 털기 위해'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일뿐 검찰이 이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는 것은 법에 따른 절차입니다.

하지만 공수처 이첩과 관련해 여전히 혼선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올초 수원지검은 '김학의 불법출금'과 관련해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습니다. 위의 공수처법에 따른 겁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직접 수사가 곤란한 상황이어서 이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했습니다. 지난 3월 공수처는 기소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할테니 검찰은 수사를 마친 뒤 공수처로 사건을 송치해달라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했습니다. 검찰은 반발했고 이규원 검사를 공수처로 이첩하지 않고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에 대해 공수처가 반발하자 지난 6월 법원은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고위공직자 관련 사건이라할지라도 공수처에서 다시 검찰로 넘어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다는 법원 견해입니다. 

다만 손준성 검사가 관련된 고발사주 의혹 수사는 검찰이 고발장을 접수하고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공수처에서 검찰로 사건이 넘어온게 아니라는 겁니다. 이 경우에는 검찰이 기소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따라서 “검찰이 사건에서 손을 털기 위해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했다”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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