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 취업특혜'가 아니라 '공공기관 내부자 특혜'가 본질

  • 기자명 김형모
  • 기사승인 2019.01.11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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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선 과정에서 쟁점이 되었으며, 허위로 밝혀졌던 문재인 대통령 아들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특혜 논란이 최근 ‘혜경궁 김씨’ 계정과 관련한 조사 과정에서 또 다시 불거졌다.

물론 ‘허위’라고 하지만 검찰은 미심쩍은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 사안을 끈질기게 제기하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에 대해 “(준용씨 특혜취업) 의혹 제기는 다수의 신빙성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 추론에 근거한 것”이라며 무혐의 불기소했다.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을 맡았던 김성호 전 의원 재판 과정에선 “문준용 특혜취업설의 진위 여부는 수사했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검찰은 “저희는 문준용 특혜취업설이 사실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기소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혜경궁 김씨' 의혹을 받은 이재명 지사 부인 김혜경씨 변호인측은 문준용씨 취업특혜 여부 조사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jtbc 화면캡처

어찌됐건 필자는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제기는 그저 대선 후보였던 문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그 때나 지금이나 주목했던 건 ‘취업특혜제공’ 여부보다 ‘한국고용정보원 신입사원 문준용’ 때문에 드러난 공공부문 내부자들의 특혜가 ‘규정과 관행’이란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현실이었다.

이제부터는 공공기관 내부자의 관행적인 특혜 문제에 집중해보자. 먼저 문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과 퇴직까지 과정을 살펴보자. 아래는 여러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다.

1. 2006년 12월 채용되고 2007년 1월부터 근무한 문준용씨는 최저시급 3480원이던 시절 초봉 연 3450만원을 받았다.
2. 2008년 3월, 미국 뉴욕 어학연수를 이유로 휴직(6개월 휴직승인)했다.
3. 2008년 4월, 휴직 중 이중취업 금지에도 불구하고 현지 웹디자인 회사에 인턴으로 취업했다.
4. 이렇게 휴직을 연장하다 2010년 1월 퇴사했다.
5. 실제 근무는 14개월이지만 37개월분 퇴직금을 받았다. 법적으로 휴직기간은 퇴직금 산정에 넣을 필요 없지만 ‘자신들만의 내규’를 이유로 근무기간보다 두 배나 긴 휴직기간을 모두 근속으로 인정해 문준용씨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다

 

2006년 설립된 한국고용정보원은 고용보험으로 유지되는 공공기관이다. 대표적으로 ‘워크넷’을 운영한다. 2018년 고용정보원 예산안에 따르면 평균근속연수 8.88년으로 타 공공기관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임원을 제외한 293명 정규 직원 평균연봉은 6241만원이다. 2018년 기관 총수입(안)은 775억3400만원 이 중 세금인 일반회계가 212억6000만원, 고용보험료인 고용보험기금 수입이 562억7400만원이다.

이 사안에 대해 가장 먼저 든 문제의식은 “근로자와 실업자의 복리증진이 목적인 공기관이 왜 이렇게 일반 직장인들은 누리기 힘든 과도한 혜택을 누리는가”였다. 하지만 논란 당시에도 “문준용씨가 취업특혜를 받았냐, 아니면 내부규정이니까 상관없다”만 쟁점일 뿐, 고용정보원 내부자가 누리는 특혜는 시선 밖이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만들어진 한국고용정보원은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는 이들의 소중한 보험료로 운영된다. 그러나 고용보험료를 내는 대다수 근로자들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조차 얻기 힘들지만 고용정보원은 어학연수 간다는 신입사원에게 2년여 휴직을 허용하고 고임금에 퇴직금 특혜까지 제공한다. 참고로 문준용씨가 휴직한 2008년 한 해 동안 고용보험을 통해 육아휴직을 이용한 대한민국 전체 남성근로자는 고작 355명이었다.

물론 고용정보원이 여타 공기업, 공공기관보다 임금수준이 높거나 특별히 처우가 좋은 건 아니다. 더군다나 신생 기관이었다. 단지 세금과 보험료로 유지되는 공공부문이 민간부분 노동자라면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특혜들이 ‘규정’과 ‘관행’으로 당연시될 뿐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은 은행, 공기업, 공공기관 등 독과점 분야 신입사원 초임이 어지간한 재벌대기업보다 더 높던 때다.

과거 잊을만 하면 나왔던 GM이나 현대기아차노조 취업장사, 엄청난 공시열풍, 문준용의 취업특혜논란까지 핵심은 '구조'다. 능력도 하는 일도 비슷한데 그저 소속이 어디냐에 따라 엄청난 '지대추구'가 가능한 시스템이 존속된다면 특정 개인의 일탈과 비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경쟁에 맡기지 않고 구태여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공공기관을 설립하는 이유는 경쟁보다 독과점이 자원배분에 더 효율적이며, 보다 나은 대국민 서비스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공공기관 본연의 목적 실현보다 민간분야에 비해 월등한 고용과 처우의 보장이라는 내부자 이익 향유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그렇기에 수 많은 구직자에게 세금으로 월급받는 직장은 최고의 선망이 된다. 우리나라 공무원과 공공분야 정규직은 '높은 임금, 종신고용, 특권적 연금, 슈퍼갑의 지위'라는 ‘특혜 4종세트’를 누리고 있다. 공공부문 내부자들의 과도한 처우를 온존시키며 대규모 고용확대 및 정규직화 등 정원만 대폭 늘린다면 대국민 서비스 향상 편익보다 과도한 국민부담과 관존민비 풍토 강화라는 후유증이 더 우려된다.

문준용 취업특혜 논란을 “철 지난 타령”으로 치부하는게 아니라 공공분야 기득권 공론화와 현실 개선을 위한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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