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스스로 판단해 공격하는 ‘킬러로봇개’ 등장?

[사실아님] 사람이 원격조종하는 소총을 로봇에 탑재한 형태

  • 기사입력 2021.10.21 11:05
  • 최종수정 2023.03.07 12:05
  • 기자명 이강진 기자

지난 12일 군사용 로봇 제작사인 ‘고스트 로보틱스’가 저격용 총을 장착한 4족 보행 로봇 ‘Q-UGV’를 공개했습니다. 로봇에 장착된 무기 시스템은 ‘특수 목적 무인 소총’을 뜻하는 ‘스퍼(SPUR·Special Purpose Unmanned Rifle)’이며, 무기 제작사 ‘소드(S.W.O.R.D)’가 제공했습니다.

‘Q-UGV’가 공개되자, SNS상에서 다양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SF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자율살상무기(LAWS·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가 현실에도 등장했다’며, 로봇이 자율적 판단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자율(형)살상무기'는 인간의 판단이나 조작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표적을 찾아서 공격하는 인공지능 시스템 장착 무기를 뜻합니다.

국내 한 IT 전문 매체도 <로봇 개는 전쟁을 꿈꾸는가?···미 공군·호주육군에 도입된 '살인 로봇'>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스퍼가) 원격 운영이 되는지, 어느 정도 자율 운영되는지 알 수 없다”며, “이 로봇은 인공지능 능력과 전쟁 드론 및 기타 최첨단 군사 장비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고정밀 살인 병기”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렇다면 무기를 장착한 이 ‘로봇 개’는 정말 ‘자율형’ 살상 무기 일까요?

‘Q-UGV’ (출처: Ghost Robotics)
‘Q-UGV’ (출처: Ghost Robotics)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갈무리
‘Q-UGV’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에서 갈무리)

 

스퍼(SPUR)는 ‘자율무기 시스템’이 아니다

스퍼를 제작한 소드(S.W.O.R.D.)사의 홈페이지에는, 스퍼에 대한 소개 글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이 글에 따르면 “스퍼는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하는 로봇인 ‘비전-60’과 같은 무인 플랫폼에서 정밀 사격을 제공하도록 특별히 설계됐으며, 오퍼레이터가 원거리에서 무기를 장전하고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즉, 스퍼는 애초에 무인 플랫폼에 장착될 목적으로 설계된 ‘원격 조작용’ 소총인 것입니다.

이번에 공개된 ‘Q-UGV’는 이 목적을 충실히 실현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로봇 개’는 고스트 로보틱스가 개발해온 4족 보행 로봇의 최신 버전(Vision-60)에, ‘소드 인터내셔널(S.W.O.R.D. International)’의 6.5mm 특수 목적 무인 소총(스퍼)을 장착한 것입니다. 원격 조종이 가능한 소총이 결합된 무인 로봇이라는 점에서, 무기를 장착한 '원격 조종 드론’의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스트 로보틱스 사의 CEO인 질렌 파리크 씨도 ‘자율살상무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그는 “스퍼는 원격 조작자에 의해 완전히 제어된다”며, “무기를 조종하는 인간이 있고, 자율성이나 인공지능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몸통 부분인 4족 보행 로봇(비전)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이 로봇은 이동 중 장애물을 맞닥뜨리면 지정 경로를 이탈하기도 하고, 불법 침입자를 발견하면 오퍼레이터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Q-UGV’는 이 4족 보행 로봇에 원격 조종 무기를 장착했을 뿐, 로봇이 자율적으로 무기를 사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스퍼사진/ 출처: S.W.O.R.D.
출처: S.W.O.R.D.

 

실전에 투입된 ‘자율살상무기’가 있다

지난 2017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와 딥마인드 창업자 무스타파 슐레이만 등 116명의 로봇 공학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무기의 개발과 사용을 금지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이 서한에는 “자율살상무기가 개발되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규모로, 더 빠르게 무력충돌이 발생할 것이며, 이 무기는 독재자와 테러리스트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용하기 위해 해킹될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에도 같은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2018 세계 AI 연합 콘퍼런스에서 2천 4백 명의 전문가들은 “자율 무기를 생산, 거래, 사용하는 일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율살상무기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6월, 미 공영방송 NPR 등은 유엔 전문가 패널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리비아 내전에 자율살상드론, ‘카구2(Kargu-2)’가 배치됐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카구2는 터키 방위산업체인 'STM'이 개발한 인공지능 탑재 드론으로,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실시간 이미지 처리 기술을 통해 자율적으로 목표물을 찾아 공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보고서에서 자율살상무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무기·안보 전문가 재커리 칼레본(Zachary Kallenborn)은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기고문에서, “만약 카구2가 누군가를 살해했다면, 이는 인공지능 기반 자율 무기가 사람을 죽인 첫 사례일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출처: STM 공식 홈페이지
카구2(출처: STM 공식 홈페이지)

 

정리하자면, 최근 고스트 로보틱스가 공개한 로봇 개 ‘Q-UGV’는 자율살상무기가 아닙니다. 로봇에 장착된 무기 시스템 ‘스퍼(SPUR)’는 설계 목적부터가 ‘원격 조작 무기’였습니다. 하지만 ‘무기를 지닌 인공지능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기술’은 현재의 기술로도 실현 가능해 보입니다. 실제 자율 주행 살상 드론 ‘카구2’가 실전에 배치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자율살상무기가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지에 대해서 아직 확실하게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은 많습니다. 자율살상용무기가 끊임없이 발전함에 따라 관련 국제법과 규제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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