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행정편의주의로 다문화학생 한국어학급을 특정학교에 몰아서 개설?

  • 기자명 신다임 기자
  • 기사승인 2021.10.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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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잘못된 다문화 교육제도로 모든 학생들이 고통 받는 **초를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학교 내 다문화 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학급의 증설을 지적했습니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행정적으로 편하다는 이유로 다문화 학생들을 한 학교로 몰아넣고 증설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청원인의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쳐
대한민국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 캡쳐

■ '다문화교육 정책학교'와 '한국어 학급'은 같은 말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은 헌법과 UN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체류 신분과 관계없이 의무교육(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받을 권리를 가집니다. 따라서 한국에 거주 중인 다문화 학생들은 출신이나 국적과 관계없이 공정한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2006년도부터 거의 매해 다문화 학생을 위한 교육지원 대책을 수립,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어 학급이 등장했습니다. 청원 글에 언급된 ‘다문화 예비학교’와 ‘한국어 학급’은 동일한 개념입니다. 기존에 따로 존재하던 다문화 유치원, 다문화 중점학교, 예비학교가 2019년부터 내실화를 위해 ‘다문화교육 정책학교’로 통합되면서 예비학교의 명칭이 ‘한국어 학급’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다만 교육청별로 기존 명칭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어 실질적으로는 혼용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중앙다문화교육센터 사이트 캡쳐
중앙다문화교육센터 사이트 캡쳐

 

■같이 수업하다 정해진 시간에만 이동해서 듣는  '한국어 학급'

한국어 학급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집중적으로 교육하는 학급입니다. 다문화 학생 중에서도 주로 외국에서 나고 자라다가 취학연령을 넘겨서 한국에 입국한 중도입국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그 대상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데,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실질적인 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즉, 한국어 학급을 통해 다문화 학생들의 교육권과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2021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갈무리
2021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갈무리

 

그렇다고 완전히 독립된 학급인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일반 학급 소속이며, 각자 정해진 시간에만 한국어 학급으로 이동해 수업을 듣습니다. 체육이나 음악처럼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큰 지장이 없는 과목은 일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국어나 사회 등은 별도로 수업을 받는 식입니다. 

 

■'한국어 학급' 수요 있는 곳에 개설-증설

그렇다면 한국어 학급은 어떻게 선정될까요. 교육부에 따르면 선정 기준은 각 시·도 교육청별로 모두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수요가 있는 곳에 개설됩니다. 각 시·도별 교육청에서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중도입국·외국인 학생 현황을 파악해 이들이 다수 재학하는 학교를 우선 지정합니다. 이후에는 각 시·도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에 따라 한국어 학급을 지정하거나 공모를 받아 선정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다문화 학생의 비율이 초등 15%, 중등 10% 이상이며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이 15명 이상인 학교에 한국어 학급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전남은 한국어 능력이 부족한 중도입국·외국인 학생 등이 5명 이상인 학교에 개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1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갈무리
2021 다문화교육 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갈무리

 

학급 증설은 어떨까요. 교육부의 「2021년 다문화학교 정책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국어 학급은 한 학급당 10명 내외 구성이 원칙입니다. 그 이상의 수가 입급 할 경우에는 학급을 증설하여 운영해야 합니다. 또한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차이에 따라 반을 나누기도 합니다. 중도입국 학생들은 국적과 나이가 다양합니다. 학생마다 입학 시기도 달라 한국어 습득 능력 또한 천차만별입니다. 이럴 때도 한국어 학급을 증설할 수 있습니다. 

 

■학급 수는 턱없이 부족해

한편 교육부의 「2021년 다문화교육 지원계획」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의 증가와 전체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 학생 비율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습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국내출생·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이 모두 증가하고 있고, 이 중에서도 한국어 집중 교육이 필요한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의 증가세가 뚜렷합니다. 2020년에는 전년대비 약 15%가 증가했습니다. 다문화학생 수는 2020년 14만7378명으로 전체 학생의 2.7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교육부 「2021년 다문화교육 지원계획」 갈무리
교육부 「2021년 다문화교육 지원계획」 갈무리

 

반면 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어 학급은 모두 372개입니다. 2017년 179학급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늘어났지만, 학생 수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한 수입니다.  단순 계산하면 다문화 학생 약 400명 당 한국어 학급 하나가 개설된 겁니다.  중도입국(9151명)과 외국인(2만4453명) 학생만 더해서 계산해도 90명당 1개의 한국어 학급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한국어 학급 개설 및 증설에는 기준이 존재합니다. 각 시·도별로 교육청의 자체적인 기준을 충족하는 학교에 지정 또는 공모로 개설되며, 학급 수 또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이나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에 따라 증설됩니다. 따라서 ‘행정적으로 편하다는 이유로 다문화 학생들을 한 학교로 몰아넣고 증설시키려고 하고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러나 한국어 학급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교육청과 교육부의 관심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학급이 개설되는 바람에 다문화 학생들은 특정 학교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학급 개설이 불가능한 학교도 있습니다. 한국어 학급이 합리적인 기준으로 개설됐는지, 개설된 이후에도 증설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합니다. 이로써 다문화 학생들의 학습권은 충분히 보장하고, 비(非)다문화 학생과의 갈등은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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