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⑤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0.27 12: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후위기 해결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일종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2035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을 안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에너지산업에서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뉴스톱은 건설적인 에너지 전환 토론을 위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있는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 이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시리즈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②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③ 태양광 전자파·빛반사로 주변에 해를 끼친다?
④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
⑤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⑥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가 원전 5배?
⑦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⑨ 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훼손?
⑩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⑪ 소형모듈원전(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
⑫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현황과 과제

풍력발전은 에너지전환을 실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큰 기둥이다. 그러나 산으로 올라간 풍력 발전기는 소음, 진동, 산림 훼손, 경관 저해 등의 부작용을 노출하며 인근 지역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바다 위에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해상풍력발전(이하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렸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발도 마찬가지이다. 해상풍력 예정 지역 주민들은 어족자원 고갈, 어로행위 제한, 소음 등 다양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스톱은 해상풍력이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봤다.

출처: 덴마크 자연청, 오르후스대학교 홈페이지
출처: 덴마크 자연청, 오르후스대학교 홈페이지

 

◈해상풍력이 어족자원 고갈시킨다? - 대체로 거짓

해상풍력 입지 예정 지역 어민들의 우려는 명확하다. 새로 들어설 해상풍력 발전기와 송전탑 등이 해양환경에 영향을 미쳐 어족 자원을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0년 4월 제주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사업 지정은 도의회에서 최종적으로 부결됐다. 당시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은 해양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란 우려를 표한바 있다.

그러나 이미 해상풍력을 운영한 역사가 짧지 않은 유럽에선 해상풍력이 어족자원을 고갈시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나와 있다. 덴마크 자연청(Danish Nature Agency)이 2013년 발간한 보고서 <덴마크 해상 풍력의 주요 환경 이슈 후속 연구, danish offshore wind Key Environmental Issues – a Follow-up>는 “덴마크 환경 모니터링 프로그램과 후속 프로그램은 적절한 공간 계획을 통해 자연에 큰 피해를 초래하지 않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해상 풍력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덴마크의 오르후스대학교 덴마크 환경에너지 센터는 2018년 스웨덴 크리거 플랙 지역의 대형 풍력발전 터빈이 해상 포유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보고서를 내놨다. 역시 이 보고서도 해상풍력 발전기의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해상 포유류에 관한 영향은 무시할만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해상풍력 발전소에서도 어족 자원 고갈이 보고된 곳은 없다. 오히려 해상풍력 설치 이후 해양 생태계가 더 풍부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이 어초의 역할을 하고 비탈면이 생겨나는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강금석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뉴스톱과 통화에서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수중생태계 모니터링 결과에서도 다양한 어류와 해양생물이 계절에 따라 서식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구조물 표면에는 해조류와 굴, 담치류, 말미잘 등이 부착 서식하고 수중에는 조피볼락, 노래미, 돔류가 무리지어 분포하며 해저층에는 망둑어류, 새우, 게, 해삼, 떡조개 등 다양한 생물이 분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일부 생물들은 해상풍력 설치에 따라 사라지기도 하지만 다른 종들이 옮겨와 살면서 전체적인 개체수는 늘어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출처: 한국해상풍력
출처: 한국해상풍력

 

◈해상풍력 들어서면 어로행위 금지된다? - 대체로 거짓

해상풍력 예정지 주민들의 우려 중 하나는 대규모 풍력 발전 단지가 들어설 경우 입어가 제한되면서 생계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운영의 묘를 발휘하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업 운전을 하고 있는 해상풍력 발전소는 3곳(탐라해상, 서남해해상, 영광해상)이다. 이 가운데 영광해상은 바다 한 가운데가 아닌 해안가에 설치돼 있어 해상 조업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뉴스톱이 탐라해상과 서남해해상에 확인한 결과 양측 모두 현재 간단한 통항신청만 하면 선박의 운항 및 조업을 막지 않는다. 다만 안전을 고려해 발전기 주변 100m 이내는 접근 제한 구역으로 설정하고 있다. 향후 들어설 해상풍력들도 어선의 항행과 조업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어 어민들의 입어 제한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출처: 전력연구원 강금석 재생에너지연구실장
출처: 전력연구원 강금석 재생에너지연구실장

 

◈해양 환경 피해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

모든 인간 활동과 마찬가지로 해상풍력 발전단지가 들어서면 건설 및 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환경 피해가 발생한다. 건설 과정에선 항타(말뚝 박기)로 인한 소음 진동 문제가 발생하고, 공사 과정에서 바닥층 퇴적물질이 떠오르는 ‘부유사’ 문제도 발생한다. 운영과정에선 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면서 소음이 발생하고 생산된 전기가 송전선로를 타고 이동할 때 전자파도 발생한다. 바닷 속에 설치된 각종 구조물로 인해 해저 지형이 깎이거나 퇴적물이 쌓이는 변화도 필연적이다.

그러나 수중공사를 할 때 주변에 거품 커튼 장치를 설치하고, 주요 피해 어종의 산란기 등 생활사를 고려해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해외에서 다년간 운영된 해상풍력 현장에 대한 여러 연구사례에서도 뚜렷한 환경피해가 발견되지 않았다.

전력연구원 강금석 신재생에너지연구실장은 “환경영향 및 주민 수용성 문제는 필수적 과정이며 해결 가능한 분야”라고 말한다. 해상풍력과 수산업의 공존 개발을 통해 지역·주민의 편익을 창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