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⑫ 한국의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0.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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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해결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일종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2035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을 안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에너지산업에서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뉴스톱은 건설적인 에너지 전환 토론을 위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있는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 이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시리즈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②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③ 태양광 전자파·빛반사로 주변에 해를 끼친다?
④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
⑤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⑥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가 원전 5배?
⑦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⑨ 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훼손?
⑩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⑪ 소형모듈원전(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
⑫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현황과 과제

일부 언론들이 에너지전환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과속'이다. 이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과속론'을 꺼내들며 속도조절을 외친다. 우리 사회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핵심 논리이다. 역대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서 번번이 개발도상국 내지 선진국과 후진국의 연결고리 역할 정도를 자임했다. 경제규모와 탄소배출량에 걸맞은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었다.  뉴스톱은 과연 이들의 '과속론'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 따져봤다.

출처: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
출처: 포털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

 

◈'신재생에너지 비중' 한국5.6~7.7%, 노르웨이 98.4%

한국전력공사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발전비중은 6.6%이다. 이 통계는 자가용으로 소비되는 발전량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맹점이 있긴 하다. 자가소비용 발전량까지 포함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의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에 따르면 최신 자료인 2019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62%에 그친다. 지난해 통계는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출처: 에너데이터
출처: 에너데이터

영국 에너데이터의 통계를 살펴보자. 2020년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수력발전 포함)은 7.7%로 집계됐다. 수력발전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노르웨이는 무려 98.4%에 이른다. 노르웨이는 수력발전 비중이 95%에 이른다고 한다. 

수력발전을 제외하고 태양광(열) 발전과 풍력 발전을 합산한 것만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태양·풍력발전 비중은 5.2%이다. 독일(32.1%), 스페인(29.1%), 영국(28.3%), 포르투갈(26.8%), 뉴질랜드(23.9%)는 20%가 넘었다. 

아시아로 눈을 돌려보자. 중국의 태양·풍력 발전 비중은 9.6%, 일본은 10.7%에 이른다. 인도는 8.2%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가 5.2%로 우리나라와 같다. 

세계적 에너지 기업 BP의 '세계에너지 통계 보고서 2020' (BP Statistical Review of World Energy 2020)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아시아 각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수력 포함)은 베트남(30.9%), 중국(26.6%) 일본(18.8%) 인도(19.0%) 말레이시아(16.7%) 태국 (14.9%) 인도네시아(11.8%) 등이다. 같은 통계에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5.5%에 불과하다. 조사대상 중 한국보다 낮은 아시아 국가는 대만(4.9%) 밖에 없다.

 

◈이래도 과속인가?

 

출처: 환경부 기후변화홍보포털
출처: 환경부 기후변화홍보포털

 

우리나라는 1993년 기후변화협약에 가입했다.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되면서 선진국에 대한 온실가스 감축의무가 부여됐다. 2012년부터는 2020년 이후 경제개발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의무감축체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협상이 시작됐다. 길게는 30년 짧게 잡아도 10년 정도 전부터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는 뜻이다. 파리협정이 도출된 2015년부터를 기점으로 잡아도 최소 6년 넘게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유럽은 탄소국경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7월 14일 기후대응 법안 패키지인 ‘Fit for 55’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탄소국경세 시행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이하 CBAM) 도입에 대한 결의문도 공개했다. 

결의문에 따르면 역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하기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고, 2035년부터 EU 내 신규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또 교통, 제조업, 난방 부문에서 탄소 배출 비용을 높이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항공·선박 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EU는 2023년 1월 1일부터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는 EU로 수입되는 제품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해 EU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와 연계된 탄소 가격을 별도로 부과한다. 2023년부터 3년동안은 수입품의 탄소배출량 보고만 받고, 2026년부터는 실제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과속 타령만 하면서 뭉개고 있다가는 탄소국경세를 부과당해 가격 경쟁력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미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다. 준비가 늦었다면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2030 NDC, 2050넷제로... 만만찮은 도전

출처: 탄소중립위원회
출처: 탄소중립위원회

정부는 27일 국무회의에서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안한 2030년 온실가스 국가감축목표와 2050년 탄소중립(넷 제로) 시나리오를 확정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발전, 산업, 수송, 건물 등 우리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이 계획을 달성하려면 발전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44.4% 줄여야 한다. 이 목표에 이르는 경로는 석탄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5~7%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4~6배 정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야 한다.

2020 넷제로 시나리오는 좀 더 장기적이고 과감한 도전이다. 발전 부분에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92.3~100% 감축해야 한다. 두 가지 안을 상정하고 있는데 A안은 2050년까지 화력발전을 전면 퇴출하는 내용이고, B안은 LNG일부를 잔존하고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방안이다.

모든 정책 집행이 마찬가지지만 에너지전환 정책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주민 수용성이다. 정책의 당위성, 필요성을 자세히 알리고 정책 실행시 주민의 삶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 주민들이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정책을 집행했을 때 피해를 받는 주민이 생기면 공정하게 보상해야 정책 수용성이 높아진다. 정책으로 인해 초과이익을 거두는 주민이 생긴다면 역시 초과이익을 공동체로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피해를 받는 쪽과 이익을 얻는 쪽이 생긴다. 밥그릇 싸움에 치우쳐 에너지전환을 이뤄내지 못하면 인류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피해를 받는 쪽은 공정하게 보상해주고 그 재원은 초과이익을 거두는 쪽으로부터 조성하면 된다. 기후위기는 이미 티핑 포인트를 지나고 있는지 모른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선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에너지전환/탄소중립 속도가 과속'이라는 주장은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두달간 방학숙제를 전혀 하지 않다가 개학 일주일을 남겨놓고 밤 새서 숙제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전체 방학기간을 보면 늑장을 부린 것이어서 '과로/과속'이라고 볼 수 없지만 밤을 샌 며칠만 떼서 보면 '과로/과속'이 맞다. 한국이 딱 그런 상황이다. 지난 20년간 시간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다가 실제 데드라인(2023년 유럽 탄소국경제 적용, 2030온실가스감축목표, 2050탄소중립 등)이 다가오자 다른 나라를 따라잡기 위해 '밤새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 불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과로를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과 그동안의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을 감안하면 현재 에너지전환 속도를 과속으로 판단하기는 힘들다. 과속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45%를 넘어선 독일 같은 나라에 적용할 단어다(이런 독일마저도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선 그 속도가 결코 빠르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에너지전환이 과속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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