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팩트체크] ⑩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판정보류] ‘그린수소’ 사용하면 가능하지만 아직은 희망사항

  • 기사입력 2021.10.29 17:05
  • 최종수정 2021.11.12 12:51
  • 기자명 송영훈 기자

기후위기 해결은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입니다. 전 세계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는 큰 틀의 합의를 한 상태입니다. 구체적으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시범적으로 '탄소국경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탄소를 기준치이상으로 배출한 제품에 일종에 관세를 매기는 겁니다. 2035년 이후로는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고 수입을 안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재생에너지 전원의 비중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는 등 에너지산업에서 큰 변화가 예고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가 사실인 것처럼 유통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전문 언론 뉴스톱은 건설적인 에너지 전환 토론을 위해 잘못 알려지거나 오해가 있는 주장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팩트체크를 합니다.  

※ 이 기사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의 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에너지전환 팩트체크> 시리즈
① 태양광 발전은 환경파괴 시설이다?
② 태양광 패널은 중금속 덩어리?
③ 태양광 전자파·빛반사로 주변에 해를 끼친다?
④ 전세계는 탈원전 추세다?
⑤ 해상풍력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한다?
⑥ 신재생 에너지 발전원가 원전 5배?
⑦ 전기차 온실가스 감축에 큰 효과 없다?
⑧ ‘늙은 나무’는 탄소흡수율 떨어진다?
⑨ 조력발전소 건설하면 해양 생태계 훼손?
⑩ 수소차는 친환경차의 ‘끝판왕’?
⑪ 소형모듈원전(SMR)이 기존 발전소를 대체한다?
⑫ 에너지전환 과속인가? - 현황과 과제

‘‘친환경차의 끝판왕’ 수소차, 미세먼지도 99.9% 거른다' 2018년 11월 18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기사의 제목입니다. 당시 정부가 ‘클린 디젤’ 정책을 공식 폐기한다고 선언하자, 사라지는 경유차의 대안으로 수소차에 주목한다는 내용입니다.

대표적인 수소차 ‘넥쏘’의 제조사인 현대자동차도 “넥쏘는 수소와 산소의 결합으로 어떠한 오염물질 없이 오직 에너지와 물만을 발생시키고, 달리면서 PM2.5 이하의 초미세먼지까지 걸러내는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소차에 대한 우려도 많습니다. 경제성에 대한 지적이 큰 가운데, 연료인 수소제조과정을 감안하면 ‘궁극의 친환경차’가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HMG저널
이미지 출처: 현대자동차 HMG저널

수소차의 정확한 명칭은 수소연료전지차(FCEV·Fuel Cell Electric Vehicle)입니다. 수소로 만든 전기로 운행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전기차에 들어가지만 일반적으로는 다른 차량으로 분류됩니다. 전기자동차는 이미 충전된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아 주행하지만, 수소차는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에너지를 발생시켜 모터를 구동해 주행하는 차입니다. 수소연료탱크에서 수소를 공급받아 전기로 발전시켜 주행하기 때문에 수소차가 배출하는 찌꺼기는 물밖에 없습니다. 매연도 없고 소음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수소연료전지를 효율적으로 작동시키려면 미세먼지가 제거된 청정한 공기가 필요합니다. 수소차는 공기를 빨아들여 정화한 후 수소연료전지에 사용하고 다시 배기구로 깨끗한 공기를 내보내게 됩니다. ‘수소차는 움직이는 공기청정기’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입니다. 현대차는 수소차 ‘넥쏘’가 1시간 운행하면 공기 26.9㎏이 정화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자동차가 주행 중에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지만, 연료 생산 단계부터 차량 운행까지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nalysis)를 실시하면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처럼, 수소차도 수소 생산과정을 따져보면 ‘완벽한 친환경’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탄소와 수소로 구성된 천연가스(CH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천연가스 ‘개질(Reforming) 방식’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부생 수소’ ▲물을 전기분해하여 수소를 얻는 ‘수전해 기법’ 입니다.

출처: 현대자동차 HMG저널
출처: 현대자동차 HMG저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소추출방법은 '천연가스 개질 방식'입니다.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인 중국이 이 방식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개질 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테인(CH₄, 메탄)을 고온의 수증기와 반응시켜 뽑아내는데, 이산화탄소(CO₂)가 부산물로 생깁니다. 수소 1㎏을 생산할 때 9.3㎏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결국 개질 수소를 생산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이 따릅니다. 그래서 ‘그레이수소’라고도 불립니다.

‘부생 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나오는 수소입니다. 부산물이기 때문에 생산량에 한계가 있고, 역시 열분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비교적 쉽고 경제적이어서 현재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은 고순도의 수소를 얻을 수 있지만 백금과 많은 전기가 필요합니다. 이때 석탄 화력이 발전원인 전기를 이용할 경우, 석탄 연소에 따른 미세먼지와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기후위기와 직접 관련된 에너지 효율도 문제입니다. 연료 전지는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열과 전기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열에너지는 운행에 불필요하기 때문에 냉각수로 식혀줘야 합니다. 이 때문에 실제 주행에서 수소차의 에너지 효율은 40% 정도입니다. 전기차와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미지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트위터
이미지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트위터

정리하면 수소차 운행 중에 배출하는 유해 가스는 없습니다. 하지만 수소를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계산하면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 내연기관차보다는 적고 전기차보다는 많습니다. 에너지 효율도 전기차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수소차가 온실가스 배출 제로에 가까운 ‘궁극의 친환경차’가 되려면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그린수소)를 얻어야 합니다. 이론적으론 가능하지만 현재의 기술로 효율성을 달성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야 합니다. 태양광이 강한 낮시간에 남아도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얻어내야 합니다. 수소를 저장할 장치도 대규모로 만들어야 하고, 수소를 각 지역의 수소충전소에 보내는 운송망도 설계해야 합니다.

문제는 운송망을 갖춰도 충전소가 충분치않다는 점입니다. 2021년 현재 서울에는 2개의 수소충전소가 있습니다. 서울에 주유소가 500개 (전국에 1만2000개) 정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땅을 확보해서 수소 충전소를 지어야 합니다. 기존 주유소를 수소충전소로 변경하는 것은 돈도 많이 들고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작은 규모의 전기충전기를 곳곳에 짓는게 훨씬 효율적입니다. 수소차가 연료편의성 면에서 전기차에 밀리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향후 기술발전에 따라 수소차의 이런 단점들이 보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를 기준으로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수소차에 대한 수식어는 '희망사항'입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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