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지구종말시계 자정 1분전?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1.0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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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후변화회의 26차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지구종말 시계는 자정 1분 전이며 지금은 행동해야 할 때"라며 "오늘날 우리가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다루지 않으면, 내일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지는 이해하지만, 1분전은 사실 아님

존슨 총리의 발언을 영문 그대로 옮겨본다. “It’s one minute to midnight on that doomsday clock, and we need to act now.” 존슨 총리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이 말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구종말 시계의 분침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겠다.

'운명의 날 시계'라고도 불리는 지구종말 시계는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발행하는 과학 잡지인 〈The Bu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매호 표지에 게재하고 있는, '지구 종말의 날'까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이다. 인류 스스로 만들어 낸 위험한 기술이 얼마나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지 대중에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1947년 처음 만들어질 때는 미국과 소련 간 핵무기 경쟁의 위험을 알리는 게 주 목적이었지만 2007년부터는 기후변화의 재앙적 영향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어 위협적인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과 코로나19 팬데믹 등 생물학적 위협 등도 지구종말 시계의 남은 시간을 산정하는 요소로 반영하고 있다. 올해 지구종말 시계는 자정 100초전을 가리키고 있다. 1분 40초 전이라는 얘기다. 상당히 근접해 있긴 하지만 존슨 총리가 말한 1분전과는 다르다.

출처: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홈페이지
출처: 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 홈페이지

 

◈ 역대 지구종말 시계 살펴보니

1947년 시작된 이래 요즘보다 더 종말에 가까워진 적은 없었다. 2020년 자정 100초전으로 당겨진 종말시계는 2021년에도 100초를 유지했다. 핵전쟁 위협은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고,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행동도 부족했으며, 각국 정부와 기관은 허위정보를 용인하거나 적극적으로 부추겨 핵기후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냉전체제가 공식적으로 종식된 1991년 종말시계는 10분에서 17분으로 늦춰졌다. 1947년 이래로 자정에서 가장 멀어진 시기이다. 1998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연이어 핵실험을 벌이자 종말시계는 9분으로 떨어졌고 이후 점차 자정을 향해 남은 시간을 줄여갔다.

존슨 총리의 말대로 두 달 뒤 이 종말시계가 1분전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번 기후변화회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다면 자정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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