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실패'를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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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실패'를 목표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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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1.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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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 기고문

지난 10월 18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의결했다. 이제는 전 세계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관한 한국의 중장기 목표와 계획이 수립된 것이다. 그러나 언론에는 많이 보도되지 않았지만 당일 탄소중립위원회 회의가 열린 노들섬에서는 일군의 환경운동가들이 의결 중단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도대체 환경운동가들이 왜 기후위기 대응 목표 수립을 반대한단 말인가.

①꼼수에 또 꼼수... '기후악당' 한국의 탄소감축 시나리오

한국은 오랫동안 국내외에서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미국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의지였다. 가령,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한국이 UN 기후변화 사무국에 제출한 첫 번째 NDC는 파리협약을 대놓고 무시한 계획에 가까웠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2℃ 이내로 유지하고, 나아가 1.5℃ 이내까지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한국이 제시한 목표 수준대로 하면 지구 평균 온도는 3~4℃까지 상승할 것이 자명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11위 국가로서 책임 없는 태도였다.

5년 만에 NDC를 다시 제출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한국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우선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 오히려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꾸준히 늘어 역대 최고치를 갱신해 온 국내의 ‘현실’이 있었다. 또 하나는 목표 제출과 관련된 파리협약의 ‘진전의 원칙’이 문제였다. 각국이 5년에 한 번, NDC를 제출할 때마다 목표상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간단한 원칙이었다. 물론 한국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긴 했지만, 원래 먼 미래에 대해선 아무 약속이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진전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2030년 목표는 10년 내의 일로, 당장 노력을 시작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부 관료들은 10년 후로 모든 숙제를 미뤄둔 채 온실가스 대량 배출을 용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한국정부는 ‘정면 돌파’를 선택한다. 바로 ‘우기기’다. 한국정부는 5년 만에 NDC를 제출하며 기준을 한 가지 바꿨다. 5년 전 제출한 NDC는 ‘BAU(배출전망)대비 37%감축’이라는 알아듣기 어려운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다. BAU 방식이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을 때 예상되는 2030년의 높은 배출 전망치를 먼저 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상의 전망치에 비해서 37%를 뺀다. 그렇게 해서 나온 목표치는 5억3,600만 톤이었다. 한국의 2015년 총 배출량이 6억 9,200만 톤 이었으니 당시의 기준으로 1억 5,000만 톤 남짓 줄이는 것이었다.

진전된 NDC를 다시 제출해야하는 시기가 오자 한국 정부는 BAU 방식을 버리고 ‘기준연도’ 방식을 도입한다. 배출량이 가장 많았던 ‘배출 정점’시기에 비하면 몇 퍼센트 줄이는 것인지로 우리의 목표를 표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나온 기준이 ‘2017년 대비 24.4%’였다. 소수점이 붙은 목표 수치가 어쩐지 어색하다. 왜 이런 애매한 숫자가 나온 것일까. 그건 5년 전 정한 5억 3,600만 톤이라는 배출 목표치가 17년에 비하면 24.4%를 줄여야 나올 수 있는 숫자였기 때문이다. 목표치를 고정해두고 수식을 구하는 일종의 역산이랄까.

간략히 정리해보면 한국이 5년 만에 NDC를 UN에 다시 제출하면서 바뀐 것은 감축 목표를 표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이 ‘기준의 변경’을 ‘목표의 상향’으로 우기기로 한다.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상향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상 사람 모두가 우리 정부처럼 ‘변경’과 ‘상향’(혹은 진전)을 헷갈릴 리 없다. 결국 UN 기후변화 사무국이 한국의 NDC를 반려함으로써 이 애처로운 저항은 막을 내린다.

출처: 탄소중립위원회
출처: 탄소중립위원회

 

② 이후 세대에 '탄소감축' 책임전가하는 문재인 정부...'실패'를 목표로 세우다 

결국 한국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올해 다시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2030 NDC를 다시 수립했고, 얼마 전 제 26차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입을 통해 이를 세계 만방에 알렸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새로 세운 NDC, 전경련을 비롯한 산업계가 과도하다며 난리를 치는 ‘18년 대비 40% 감축’은 필연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목표다.

다시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대전제로 돌아가 보자. 먼저, 파리기후협약은 2℃ 이상 오르는 걸 막자는데 전 세계가 합의한 것이고 추가적으로 힘닿는 데까지 해서 1.5℃ 상승 정도로 막아보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그런데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고 3년 후인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UN IPCC총회에서 특별한 보고서가 나온다.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다.

보고서의 요약은 간단하다. 요컨대, 2℃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1.5℃ 이상 오르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지구온도가 2℃ 이상 상승하면 ‘곤충의 18%, 식물의 16%, 척추동물의 8%가 기후지리적 분포 범위의 절반 이상을 상실’되며, ‘산호초 99%이상 손실’ 등을 경고한 것이다. 이러한 대단위의 생태적 절멸로 인한 지구 시스템의 붕괴가 인간의 문명에 어떤 재앙과 손실을 가져올지는 감히 예측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친절하게도 특별보고서는 세계의 정책결정자들을 위해 솔루션을 권고했다.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가들의 탄소중립 시점이 2050년 전후가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 보고서는 생각보다 더 친절해서 중간 목표에 대한 권고도 내놓았다. 2030년엔 ‘2010년 대비 45%’ 수준까지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기준으로 보자면, ‘2018년 대비 51%’이상 감축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먼 미래에 대한 권고는 따르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당장의 감축 노력은 외면했다.

한국이 ‘2018년 대비 40%’라는 감축 목표를 세운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는 ‘책임전가’다. 30년 뒤의 탄소중립까지 가는 과정에서, 초반에 많은 감축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 온실가스를 펑펑 배출하며 사회적 풍요를 누렸던 이들이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사회적 비용 지출을 강요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바로 국가가 ‘실패’를 목표로 세우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생각해보자.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왜 세우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다. 그럼 한국이 세운 감축 목표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가? 이 대답도 간단하다. 그렇지 않다. 한국의 감축 목표가 달성된다 하더라도, 결론적으로 1.5℃ 이내로 온도 상승을 제한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지독한 넌센스는 참담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뭐하는 건가.

 

③ 지금처럼 하면 2.7℃ 오른다....하지만 좌절할 권리는 없다

26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6)를 앞두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내놓은 보고서는 뼈아프다. 전 세계가 내놓은 2030 NDC를 종합 분석한 결과, 지구 평균 기온은 2.7℃ 상승할 것이고 그나마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가 모두 달성된다면 2.2℃ 정도로 제한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다 늘어놓고 보니 세계에 기후악당이 한국만이 아니었다는 점에 안도해야 하는 것일까? 지난 몇 년간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전 세계의 말잔치가 있었는데도 이 정도 수준이라면, 그냥 순순히 생태적 파국을 받아들이는 게 옳은 것일까?

나는 우리에게 그런 좌절의 권리가 없다고 믿는다. 오랜 세기 동안 자연과 생명을 착취하며 쌓아올린 문명의 소산 위에 오늘날의 우리가 서있다. 미래세대에게 실체적 재난과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강요하며 풍요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종종 기후위기 걱정한다면서 전기도 쓰고 차도 타고 다닌다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맞다. 나도 그 착취와 폭력의 시스템 안에서 많은 것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의 사정은, 시스템을 바꾸자고 말하지 못할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절망적이고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가 된다.

많은 경우에 ‘위기’는 불가항력의 어떤 것, 미처 파악되지 않은 위협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기후위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 인간이 배출한 막대한 온실가스가 원인이라는 것, 그 온실가스의 대부분이 화석연료의 사용으로부터 기원한다는 것을 안다. 심지어 이 위기를 막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이 남아있는지도 계산해볼 수 있고, 어느 만큼의 온실가스만 더 배출할 수 있는 것인지도 ‘탄소예산’이라는 이름으로 정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퍽 희망적이다. 우리는 이 위기의 원인도, 방법도, 결과도 모두 알만큼 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이제 의지의 문제일 뿐이다. 석탄발전을 비롯한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시스템을 바꾸고 재원을 투입하는 것. 산업계의 배출을 억제하는 규제정책을 과감하게 제정하는 것. 대부분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온 경제적 상위 계층에게 그만큼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정부의 의지이고, 정부의 의지를 추동하는 시민의 의지다.

꼭 하나 덧붙이고 싶은 말은, 한국정부가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배출해 온 산업계의 볼멘소리만 살뜰히 들어주다보면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을 결코 바로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인들이 ‘다보스포럼’같은 데 쫓아다니며 기후위기가 ‘글로벌 리스크’라는데 너도나도 동의하며 박수치고 짐짓 ‘녹색’인 척 한지도 십 수 년째다. 이렇게 필연적 전환의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걸 준비하지 않은 것은, 명백하게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실패다. 그렇기에 감축 계획에 관한 합리적 절충점을 도출하는 것과, 주요 배출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지구가 주재하는 재판정에선 ‘경제적 기여도와 사정을 참작하는’ 판결 따윈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출처: 뉴스톱 유튜브 채널, 김준일의 팩트카페
출처: 뉴스톱 유튜브 채널, 김준일의 팩트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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