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한국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비싼 편?

  • 기자명 신다임 기자
  • 기사승인 2021.11.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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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9일부터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시행됐습니다. 이른바 ‘반값 복비’로도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부동산 중개 수수료를 대폭 낮춘 것이 핵심입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란 말 그대로 부동산을 거래할 때, 이를 주선하고 중개해주는 업자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뜻합니다. 이번 조치는 작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 선호도를 조사한 이후, 지난 2월 국토교통부에 개선을 권고한 지 8개월 만입니다. 

‘반값 복비’ 시행이 확정된 이후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의 입장은 다릅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등 각종 커뮤니티에는 수수료가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비싼 편일까요?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출처: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출처: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갈무리

 

■ 반값 복비? 얼마나, 왜 달라졌나

우선 중개 수수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우선 우리나라의 중개 수수료는 「공인중개사법」 제32조에 따라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같은 법 시행규칙 제20조에 따라 한도 내에서 의뢰인과 중개업자가 서로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한도를 정해 놓은 이유는 중개업자의 과도한 중개 수수료 요구를 규제하기 위함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새 시행규칙의 핵심은 6억 원 이상 매매와 3억 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 수수료 비율을 인하한 것입니다. 또한, 9억 원 이상 매매와 6억 원 이상 임대차 계약의 최고 수수료 비율도 세분화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9억 원 주택 매매 시 최대 중개 수수료는 기존 810만 원(0.9%)에서 450만 원(0.5%)으로, 6억 원 전세 거래 시에는 480만 원(0.8%)에서 240만 원(0.4%)으로 각각 절반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반값 복비’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출처: 국토교통부 자료 바탕으로 재구성
출처: 국토교통부 자료 바탕으로 재구성

 

이는 거래 건수가 증가한 주요 구간을 손본 것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국민의 중개 수수료 부담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 방안」에 따르면, 6억 원 이상 매매의 거래 비중은 2015년 6.3%에서 2020년 14.1%까지 증가했습니다. 3억 원 이상의 임대차 거래 또한 2015년 11.8%에서 2020년 18.1%로 증가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개정 취지에 관해 '중개 수수료에 대한 국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 방안」 갈무리
국토교통부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 방안」 갈무리

 

수수료 부담은 커졌는데 정작 중개 서비스에는 큰 차이가 없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증가한 것도 한몫 했습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19~'20 권익위)은 3370건에 달했습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주택 중개 서비스, 문제점 및 개선방안은?’을 주제로 국민 의견을 수렴한 결과, 2명 중 1명은 집값 상승으로 중개 수수료가 너무 많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중개 업계는 반발

공인중개사협회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폭등한 부동산 가격의 책임을 왜 공인중개사에게 전가하느냐고 반발했습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토부가 중개업계의 현실을 무시하고 전체적인 중개보수 인하 방침만을 내세우며 협회와 진정성 있는 협의 없이 일방적인 중개보수 인하를 추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공인중개사만의 희생을 강요하며 생존권을 짓밟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던 9월 2일에는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300개가 넘는 반대 의견이 달렸습니다. 이들은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국내의 중개 수수료 인하를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 해외 사례

그렇다면 해외의 중개 수수료는 어떨까요. 미국의 경우에는 중개 수수료 비율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에 부동산 중개사와 고객 간의 합의로 정해집니다. 그러나 관행처럼 적용되는 비율은 있습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대부분 중개사는 주택 판매 가격의 4~7% 사이로 수수료를 책정합니다. 이는 주로 매도자가 모두 부담합니다. 

영국 또한 수수료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습니다. 중개 수수료는 중개사와 고객이 합의하여 결정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관행처럼 적용되는 비율이 있습니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투명성 개선 및 사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일반적으로 주택 판매 가격의 2~5%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주로 매도자가 부담합니다. 

일본은 택지건물거래업법 제46조에 따라 국토교통대신이 중개 수수료를 정해 고시합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주택 가격에 따라 차등을 두는데, 그 단계가 훨씬 단순합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200만 엔 이하인 경우에는 5%, 200만 엔 초과 ~400만 엔 이하의 경우에는 4%, 400만 엔을 초과할 때는 3% 이내에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매도자와 매수자 쌍방이 협의해 부담합니다. 

출처: 일본 전자정부 종합창구 사이트
출처: 일본 전자정부 종합창구 사이트

 

이외에도 국토연구원의 「부동산거래 선진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는 2.5~5%, 프랑스는 7~8%, 독일은 3~6%선에서 중개 수수료로 부담합니다. 

 

■ 단순 비교는 불가

숫자만 놓고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중개 수수료는 해외에 비해 적습니다. 그러나 해외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제공하는 서비스 자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중개사는 거래 성사를 위해 노력하고, 부동산관련 등기 확인과 물건에 대한 확인 설명, 계약서 작성 등을 돕는 일을 합니다.

반면 미국에서 부동산 중개는 전속계약 형태로 이뤄집니다. 중개사는 권원 회사, 금융기관, 주택 검사 회사 등 다양한 전문기관들과 협조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부동산 컨설팅이나 문서 계약은 물론이고, 금융알선이나 법무까지 모두 중개사에서 처리합니다. 집에 하자가 있을 때 점검 및 수리와 역시 책임지고 해결합니다. 집 계약의 시작부터 끝까지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격입니다.

영국의 부동산 중개사 또한 업무 영역을 매매 및 임대차 중개로 국한하지 않습니다. 임대료 대리 수금 및 임차인 잔금 관리 등 부동산 관리 업무를 포함하여 개발업과 관련하여 토지 조사 등 전문적이고 폭넓은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도 비슷합니다. 일본은 중개업자가 중개 및 위탁계약 대리는 물론, 경매와 금융서비스 등을 제외한 부동산 관리와 개발, 분양, 매매 및 교환행위도 할 수 있습니다.

 

출처: 김춘기,「부동산중개자격제도와 업무영역의 개선방안에 관한연구」,2007,85p
출처: 김춘기,「부동산중개자격제도와 업무영역의 개선방안에 관한연구」,2007,85p

 


정리하면, 우리나라의 중개 수수료는 해외에 비해 비싸지 않습니다. 해외 주요국들은 대부분 국내보다 중개 수수료가 높게 책정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만으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적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비싼 편이다'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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