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민 연료’ 등유에 ‘사치세’ 부과? 

  • 기자명 신다임 기자
  • 기사승인 2021.11.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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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최하층의 난방유 등유를 유류세 인하에 포함하고 등유에 붙은 사치성 상품에나 과세하는 개별소비세 폐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앞서 정부는 기름에 붙는 ‘유류세’를 6개월 동안 20% 인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도 덩달아 커졌기 때문입니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휘발유는 리터당 최대 164원, 경유는 116원, LPG 부탄은 40원씩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유류세 인하 대상에서 등유는 제외됐습니다. 이에 청원인은 등유의 유류세 인하를 요청하며 등유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지적했습니다. 사치성 물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세금이라는 주장입니다. 등유에 붙는 세금이 사치세라는 청원인의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출처: 청와대 국민청원 캡쳐

 

등유는 흔히 ‘서민 연료’라고도 불립니다. 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농어촌이나 낙후 주택 등에서 실내 난방용(난로, 온풍기, 소형보일러 등)으로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현행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등유에는 리터당 90원의 기본세율이 책정돼 있습니다. 2014년부터는 탄력세율이 적용돼 리터당 63원으로 인하됐습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 사치재에 부과된 특별소비세

개별소비세의 원래 명칭은 ‘특별소비세’였습니다. 특별소비세는 1977년 부가가치세와 더불어 도입된 세금입니다. 부가가치세는 소득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10%가 부과되는데, 이는 개인의 부담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는 ‘조세 평등주의’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예컨대 1,000원짜리 과자를 살 때 누구나 100원의 세금을 내게 하면, 결국 소득이 적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높은 조세를 부담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 특별소비세였습니다. 고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소비하는 고가의 ‘특별한’ 품목에만 별도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서 소득 재분배를 꾀하자는 것입니다. 특별소비세가 ‘사치세’라고도 불렸던 이유입니다. 1977년 첫 도입 당시에는 과세 대상도 TV, 냉장고, 세탁기기 등 가전제품부터 건강 식·음료품 등까지 광범위했습니다.

 

■ 개별소비세로 이름이 바뀐 이유

그렇다면 개별소비세란 무엇일까요. ‘특정 물품’을 사거나 ‘특정 장소’에서 소비하는 비용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이때 주된 물품으로는 오락용 사행 기구·보석 등 고가품·자동차·유류 등이 있고, 장소로는 경마장·골프장·카지노 등이 해당합니다.

특별소비세가 ‘개별소비세’로 불리게 된 것은 2008년의 일입니다. 특별소비세 도입 이후 30여 년 동안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특별한’ 품목들이 대중화됐기 때문입니다. 1999년에는 대다수 가전제품과 식·음료품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고, 2004년에도 에어컨이 제외되는 등 소폭 개정을 거쳤습니다. 

사치성 상품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들자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은 점점 무의미해졌습니다. 이에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특별소비세의 명칭을 ‘개별소비세’로 변경했습니다. 그러면서 세금의 목적도 바뀌었습니다. 환경오염 등 외부불경제를 교정하는 세금으로서 개별소비세로 명칭과 목적을 변경한 것입니다.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갈무리

 

당시 임재현 재정경제부 소비세제과장은 “특소세는 사치성 물품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유류·자동차 등 환경오염 유발 품목 등에 대해서도 과세하고 있다”며 “특소세가 사치성 물품에 대한 세목이라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명칭을 변경키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류세 인하에 등유 제외' 기재부 입장

한편 유류세 인하에서 등유가 제외된 것에 관한 지적이 잇따르자 기획재정부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등유는 서민층이 주로 사용하는 연료임을 감안해 이미 가장 낮은 수준의 유류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더욱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는 최대 인하폭인 30%가 인하된 탄력세율을 적용했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저소득 가구의 동절기 난방 사용을 위한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사업도 시행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면, 서민 연료인 등유에 ‘사치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사치세’로 불렸던 ‘특별소비세’는 지금의 ‘개별소비세’로 바뀌면서 세금의 목적도 달라졌습니다. 개별소비세는 사치품에 대한 소비억제보다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자동차·유류 등 일부 개별 품목 등에 부과하는 교정세적 의미가 큽니다.

다만 서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계속된 국제유가 상승은 등유의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류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 기준 실내등유의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080원입니다. 1년 전보다 30% 넘게 오른 가격입니다. 한편 지난 국회에서 개별소비세를 없애는 법안이 발의된 적도 있지만, 상임위의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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