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전 세계는 의료체계 개편중...우리도 '공공의료'에 투표하자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1.11.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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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희망과 달리 풍토병화 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백신접종율이 70% 이상인 주요선진국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늘고 있다. 올초 일정 정도의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하면, 가벼운 감기처럼 코로나19를 대우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리란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문제는 최근 취약한 노인층의 돌파감염과 시설내 감염확대로 위중증환자 진료를 위한 중환자병상이 부족해질 우려다. '단계적 일상회복'이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정책의 필요조건은 치료대응 능력을 상향하는 것인데, 11월초부터 시작된 약간의 거리두기 완화에도 한국의 병상대응능력, 치료능력은 힘들어한다. 왜 그럴까?

출처:보건의료단체연합
출처: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선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거의 2여년이 지나고 있지만, 확진자 치료의 대부분은 공공병원이 하고 있다. 중환자진료와 관련해서만 대학병원급의 종합병원이 병실을 내어주었을 뿐, 몇몇의 전담병원을 제외하면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동원가능한 공공병원의 몫이다. 혹자는 민간병원을 동원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맞다. 스페인처럼 코로나19가 발생하자 민간병원을 국유화해서 치료대응 체계를 갖춘 나라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병상동원이나 의료인력충원 같은 치료대응은 기존 공공의료체계로 하고, 환자발생을 최대한 억제하는 강력한 사회적거리두기와 추적격리를 시행했다.

이런 접근이 지난 2년간 한국이 남긴 K-방역의 성과다. 그러나 이런 성과는 앞서 밝혔듯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추적격리 그리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시민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까지 우리 국민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코로나19를 막아왔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가 애매하다면 이는 희망고문이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들은 작년부터 보건의료 체계 개편을 했다. 중환자병상을 확보하고, 의료인을 충원하고, 의료장비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보수당이 집권한 영국조차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증세를 선언했고,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는 국가가 병상과 인력을 대폭 충원했다. 계속 사회적 거리두기만 할 수 없고,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치명율이 상승하거나, 감염율이 상승할 수 있다는 위협에 대응하는 지당한 대책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2년간 방역성공을 칭송하며 의료체계 개편에 전혀 나서지 않았다.

정부가 치료대응에 썼다고 항변하는 3조원 가량은 대부분 코로나 중환자 진료에 대한 손실보전금과 비정규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인력에게 들어갔다. 이 비용이 일선 간호사등에게 전달됐는지도 미지수다. 올해 9월초 보건의료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하면서 첫번째로 주장한게 코로나병동 인력충원이었는데, 제대로 된 코로나병동 인력기준이 아직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거기다 대부분 환자를 진료하는 공공병상 신설예산은 작년과 올해 모두 0원이다. 정리하면, 코로나 치료대응은 기존 의료체계를 돌려막는 수준에서 일부 대학병원 중환자실과 인력을 동원해서 2여년을 견뎌왔다. 때문에 의료현장에서는 이제 더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이란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우선 중등도 환자를 진료했던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은 의료진들의 탈진이 심하다. 이곳은 병상증설은 커녕 인력충원도 없었다. 위중증환자를 주로 진료하는 대학병원들은 다른 환자군들에 대한 진료대응문제가 있어, 이제 더 병실이나 인력배분을 하기 곤란해한다. 보상금을 더 준다고 쥐어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때문에 아마 위중증환자가 더 늘어나, 중환자병실 포화가 가속화되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그런데 한국은 하루 확진자 3000명 수준에서 이런 병상포화가 발생한다는게 문제다. 유럽국가들은 우리와 비슷한 인구를 가진 국가들조차 하루 확진자 2-3만명에서도 치료대응능력을 갖췄는데 말이다. 재차 말하면 지난 2년간 한국의 코로나대응에서 치료대응능력을 상향하고 충원하는 부분은 철저하게 외면되어 있었다.

◈공공의료 외면의 복수

이런 배경에는 우선 너무나도 낮은 수준의 공공의료 인프라가 한몫했다. 기존에 최소한 치료병상의 반 혹은 4분의 1수준이라도 공공의료체계가 있었다면, 지금보단 상황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한국의 공공병상은 전체의 10% 수준이다. 이 병상으로 코로나환자의 90%를 돌봐야하니 병상이 금방 부족한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은 인구대비 병상수는 OECD 국가 최고 수준으로 인구 1000명상 13개다. 병상이 많아도 민간병상은 여러 이유로 동원이 어렵다. 일단 사적재산이고, 국가가 동원하면 보상비용이 많이 든다. 민간병원은 대부분 수익성 중심으로 특화가 되어 있어 필수대응인 감염대응 등에서는 상급종합병원 외에는 쓸모있는 경우도 적다.

거기다 민간병원은 인력효율화가 되어 있어, 신규간호사와 적은 의사를 중심으로 운영한다. 수익성이 낮은 중환자진료를 하는 경우도 드물다. 꽤 큰 병원조차 수익성 높은 부분의 진료를 위해 코로나로 의심되는 환자를 거절한다. 작년 초 고열에도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한 정유엽군이 이런 경우다. 거기다 최근처럼 합병증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요양병원 입원환자들은 코로나에 확진되면 민간병원에서는 기피대상이 된다. 한번 입원하면 퇴원도 쉽지 않고, 이미 만성기 입원을 오래 겪은터라 간병 등의 돌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료공급은 민간이 하든 공공이 하든 상관없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수익성 없는 진료(감염병 대응 등)는 줄이고, 고령의 만성병환자들(요양병원 입원환자)은 외면하겠다는 내용이 깔려있다. 여기에 한국은 간병을 건강보험이 보장하고 있지 않는 몇 안되는 국가다보니 돌봄이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확진이 되면 사실상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생겨난 단어가 ‘코호트격리’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이송가능한 병상이 적기 때문에, 결국 그 시설내에 확진자들을 가둬두고 치료한다는 개념인데, 사실상 고령층 치료를 거부한 작년 초 북부 이탈리아 사태의 판박이다. 이 ‘코호트격리’가 최정점일 때가 작년 12월 3차유행때였는데, 1년이 지나도 이런 상황이 재현되는 걸 보면 진짜 치료대응관련해서는 무대책이 대책이었던 셈이다. 여기에 부족한 공공병원에 필요로 하는 의사와 정규간호인력 충원은 작년 7월 대한의사협회의 반발로 철회된 의사증원계획 이후로 전혀 계획조차 없다. 근데, 이 문제도 사실은 공공병원이 애초에 너무 적어서 민간시장에서 경쟁하는 의사들이 반발한 사건이란 점에서 공공의료 부실의 역풍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수익성이 낮다고 폐원되었던 의료원(2013년 진주의료원), 2015년 메르스를 거치고도 예산조차 없다가 재벌회장의 기부금으로 설립예정인 국가감염병센터 등이 바로 코로나19의 일상회복을 가로막는 암울한 의료현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거기다 코로나19가 아니라도 지방 군소 도시는 이미 인구소멸로 병의원 수익성이 없어 분만취약지, 응급취약지가 된지 오래다. 이들 도시에 신혼부부나 아픈 노인들이 살 수 있을까? 수도권 쏠림의 또다른 이유는 바로 의료불균등이고, 이들 지역에 최소한 믿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일본처럼만 있었다면, 작금의 지역 불평등과 부동산 폭등이 일부는 완화됐을 것이다.

여기다, 민간병원 중심으로 수익성 중심의 병원 운영은 국민들이 과잉진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표준진료가 애매해지다보니, 거꾸로 교육병원인 대학병원으로 경증환자도 더 쏠리게 된다. 민간병원 중심체계로 병원 내 부익부빈익빈이 커지면서 빅5 병원은 입원 뿐 아니라 외래진료도 계속 늘어가는 기형적 구조가 양산된다. 이런 모든 문제가 사실 공공의료를 방치한 오랜 역사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방치하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방역 성공에 도취돼 아직도 공공의료를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재정당국과 정부는 이후에 닥칠 더 큰 손해는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에 투표하자

건강은 기본권인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올바른 사고능력과 사회활동을 영위할 조건이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 건강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제대로 된 사회참여를 할 수 없다. 아픈사람은 치료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접근 이전에 민주사회를 구성하는 기본전제가 건강할 권리다. 때문에 의식주 문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건강할 권리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사회서비스에서 보건의료는 항상 일순위에 있어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지난 수십년간 보건의료는 서비스 산업의 문제였고, 치료보험인 건강보험을 어떻게 내실화 할 수 있는지로만 환원된 측면이 크다. 문재인정부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나서서 이야기한 ‘문재인케어’는 건강보험 내실화만 주장한 선언이었다. 한국의 건강보험을 오바마가 부러워했다는 말로 대표되는 이 개념은 결국 미국보다 나은 의료보험제도에 만족하게끔 착각하게 했다.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조차 유럽 웬만한 국가보다 엉망인데 말이다.

간병도 보장되지 않고, 비급여도 많으며, 상병수당조차 없는 공보험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낫다는데 안주하자고 하면서 정작 의료공급체계와 관련해서는 정책 같은 정책이 한번 나온 적이 없다. 건강보험제도만 잘 유지하면 적정진료와 균형적인 의료공급, 적절한 의료인력이 충원된다는 식으로 환원만 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앞서 봤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2000년 건강보험통합으로 단일보험자가 강력한 의료개혁을 이룬다는 전제는 한국에서는 작동되지 않았다. 이미 민간의료공급이 절대 다수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제 보험제도의 개혁뿐 아니라,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과 국가책임성이 화두가 돼야 한다. 설사 유럽 국가처럼 좋은 건강보험제도가 있다해도 손발이 될 의료체계가 없으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최근 자주 언론에 자주 나오는 사무장 병원 같은 건강보험재정을 노리는 하이에나들이 창궐할 수 있다. 소방서, 경찰서처럼 공공병원이 최소한 거점별로 있지 않다면, 지역 인구소멸도 막을 수 없다. 차를 타고 2시간 이상 이동해야 제대로 된 응급치료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이제 수많은 정책 중에도 공공의료가 중요하다. 코로나19 감염병 시기에는 말할 필요도 없다. 다가오는 대선에는 공공의료에 투표하자. 정부관료나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공공의료가 아니라, 시민과 서민들이 이야기하는 살아있고 쓸모있는 공공의료가 필요하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진료하는 초라한 지방의료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믿을 수 있고, 재난과 감염병상황에서 치료가 가능한 유능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 다가올 정치의 시기는 여전히 코로나19의 시대다. 공공의료를 획기적으로 확대 개혁하겠다는 세력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도 후퇴하는 셈이다.

글쓴이: 정형준(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근무 중입니다. 정 위원장의 주장은 뉴스톱TV 영상으로도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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