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황교익 "한국 닭, 전세계에서 가장 작고 맛없다"?

사실. 치킨과 닭고기를 구분하자

  • 기사입력 2021.11.24 10:07
  • 최종수정 2021.11.26 20:0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이번엔 “한국 닭이 전세계에서 가장 작고 맛없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이 2만원을 넘어서는 상황과 결부해 ‘작은 닭’을 팔아 이익을 본 것은 닭고기 유통업체 뿐이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뉴스톱은 황교익씨의 주장을 팩트체크했다.

출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출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①“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작아” … 사실

황교익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작고 가장 맛없다”고 주장했다. 황교익씨의 이런 발언은 사실 2019년 이후 꾸준히 해 온 주장의 연장선이다. 그는 국립축산과학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등을 토대로 이런 주장을 펼치고 있다. 황교익씨의 주장을 요약하면 <닭을 크게 키우면 여러모로 비용이 줄어들고 맛도 좋은 치킨을 소비자들이 먹을 수 있게 된다>이다.

황교익씨는 정부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과 농촌진흥청의 연구 자료를 인용했다. 먼저 농촌진흥청이 2016년 11월 발행한 <농업경영관리 ⑱ 육계 경영관리>를 살펴보자. 46쪽부터 육계농가 경영 개선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 주요 내용은 ‘대형 육계로의 방향 모색’이다. 이 부분에선 “국내 닭고기 시장은 1.5kg의 소형 닭 위주로 생산되는 것에 비해, 일본은 2.7kg, 중국 2.5kg, 미국 2.1kg으로 소비자의 수요충족과 수출 확대 추진에 한계”라고 밝혔다.

2015년 2월 국립축산과학원 최희철 연구관은 월간양계에 ‘대형육계 생산기술과 경제적 효과’라는 제목의 기고를 게재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세계에서 닭고기 수입을 가장 많이 하는 러시아, 일본, 중국 등의 국가에 둘러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에 수출을 할 수 없는 것은 세계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우리나라는 1.5kg 정도의 소형 닭고기를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립축산과학원이 뉴스톱에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육계 출하체중(2020년 기준)은 2.9kg, 2018년 일본은 3.0kg, 중국은 2.53kg(2020년 논문)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1.5~1.6kg 선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②“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맛없어” … 사실
(이 부분은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와 이후 인용 과정에 신뢰성을 의심할만한 정황이 발견돼 <[팩트체크A/S] "작고 맛없는 한국 닭" 기고문에 황교익 속았다! 뉴스톱도 놓쳤다!!>기사를 통해 별도로 다뤘습니다. 참고를 부탁드립니다.

이 주장도 사실이다. 맛은 느끼는 사람마다 다 다른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할 수 있지만 맛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이미 개발돼 있다.

최희철 연구관은 기고에서 “30일 키운 닭고기의 가슴살은 지방 함량이 0.12% 이었으나 42일을 키웠을 때 0.46%로 3.8배가 늘어난다. 지방이 불필요하게 높을 필요는 없으나 적절한 지방은 고기의 풍미와 감촉을 좋게 한다”고 밝혔다. 최 연구관에 따르면 조미료의 원료로 쓰이는 맛 물질 글루타믹산은 대형 닭에서 0.78% 높고, 감칠맛과 관련 있는 핵산물질인 이노신(Inosine)은 30일 키운 닭에서 이 성분은 121㎎/100g 이었으나 더 크게 키웠을 때 131㎎/100g로 8% 정도 늘어났다. 전단력은 고기의 쫄깃거림을 결정하는 요소인데, 30일 키운 닭고기의 전단력(1.66㎏/0.5inch2) 퍽퍽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반해 40일 정도 키운 대형 닭고기는 2.10으로 토종닭 같은 식감을 준다고 한다.

이 외에도 소비자들이 공통적으로 선호하는 고기에 비치는 엷은 황색은 30일 키운 닭고기가 5.34였으나 42일 정도 키운 닭고기의 경우 8.06로서 1.5배 황색도가 높아진다. 리놀레닉산, 리놀레익산, 아라키돈닉산은 중요한 필수지방산이다. 이 성분도 소형닭고기 가슴살이 23.06%, 대형닭고기는 29.31%로 닭의 사육일령이 증가할수록 필수지방산 함량이 증가했다. EPA와 DHA 지방산은 뇌의 주성분으로서 기능성을 발휘한다. EPA 지방산은 일반닭고기 0.30%, 대형닭고기 0.45%로서 1.5배 높았고, DHA 지방산은 일반닭고기 0.69%, 대형닭고기 1.29%로서 1.9배 높았다. 일반적으로 국내 유통되는 1.5kg 닭고기(30일 키운 닭)보다 42일 정도 키운 대형 닭(2.8~3.0kg)이 각종 맛 지표로 활용되는 물질 함량이 더 높았다는 결과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홈페이지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홈페이지

 

국립축산과학원은 2009년 이후 닭을 크게 키워야 한다는 각종 연구 결과와 제언을 내놨다. 닭을 크게 키우면 닭가슴살 등 부분육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수입 수요를 대체하고, 주요 닭고기 소비국으로 수출 판로를 개척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육계 생산 비용이 줄어들면서 축산 농가 수입 증대를 모색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강조했다.

 

③닭을 크게 키우면 치킨 값이 내려 간다…대체로 사실

황교익씨는 닭을 크게 키우면 각종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치킨을 현재보다 싼 가격에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역시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최희철 연구관은 기고에서 “대형 닭을 생산하면 생산비 절감이 가능하다. 년 평균 병아리 가격을 마리당 475원으로 볼 때 대형 닭을 생산하면 병아리 한 마리로 2배의 닭고기를 생산하게 되니 종축비 475원이 줄어든다. 깔짚, 노동력, 연료비, 방역약품 등 생산자재도 절감된다. 이것들은 주로 사육 초·중기에 집중 투입되고 사육말기에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량의 정육을 생산하기 위하여 소형 닭을 발골시 두 배 정도의 마릿수가 소요되어 소형 닭을 가공할 경우 발골 노력비가 더 들어가게 된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볼 때 대형육계의 생산비는 소형 닭보다 20% 이상 줄어든다”고 밝혔다.

병아리의 암수를 나눠 대형 육계로 길러내면 수컷의 생산비는 828원으로 1.5kg 정도의 소형 육계 생산비 1168원에 비해 29%가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닭을 크게 키우면 현재보다 닭고기 생산 비용이 줄어들고 이는 치킨 집에 공급되는 닭고기 가격을 낮추게 된다. 치킨 값을 낮출 수 있는 요인이다.

그러나 치킨 값에서 닭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것이 문제다. 치킨 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9~10호(851~1050g)의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닭고기 9~10호의 23일 가격은 2692원이다. 생닭은 하림, 마니커 등 닭고기 가공회사로 넘어가 부위별로 가공돼 치킨용 재료로 변신한다. 조선비즈, 머니투데이 등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으로 넘기는 치킨용 닭은 마리당 4000~5000원 선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2만원을 주고 시키는 치킨 한 마리의 원가 구조를 감안하면 닭 생산비용이 절반으로 줄어도 치킨가격이 절반으로 내려갈 일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현재 모든 프랜차이즈의 치킨 레시피(조리법)이 ‘작은 닭’에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이를 대형 닭 기준으로 다시 세팅하려면 초기 비용이 발생한다.

정리하자면 닭을 크게 키워 생산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닭 생산 비용이 낮아지는 비율만큼 치킨 값이 내려가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해당 주제에 대해선 ‘대체로 사실’로 판정한다.

④크게 키우면 될 걸, 왜? … 간단치 않다

닭을 크게 키우면 생산비용이 내려간다. 양계 농가는 생산비가 줄어들면서 소득 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충분치는 않겠지만 치킨 소비자들도 가격인하의 혜택을 받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닭을 크게 키우지 않을까? 국립축산과학원은 넘어야할 큰 산을 지적했다. 바로 소비 관행이다. 우리나라 닭고기 소비자들은 전통적으로 ‘큰 닭은 질기고 맛이 없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이건 선입견에 불과하다. 육계는 100~120일이면 성체가 되는데 3kg으로 크게 키워도 42일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아 절대로 ‘늙은 닭’에 해당하지 않는다.) 여기에 부분육이 아닌 마리째 파는 통닭을 중심으로 한 유통 구조가 정립돼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 김시동 소장은 “소비자들이 칠면조만큼 큰 닭이 매대에 엎어져 있는 것을 볼 때 맛이 없다고 생각하며 거부감을 나타낼 것”이라고 짚었다.

황교익씨는 일명 ‘빨딱병’으로 불리는 닭을 크게 키울 때 급사하는 닭이 많아지는 현상(SDS:Sudden Death Syndrom)과 도계장 시설 문제를 꼽았지만 이는 이미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16년 이후로 대형 육계 방식에 관한 연구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뉴스톱의 문의에 “이미 관련 연구의 필요성이 없을 만큼 연구는 정립이 돼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과 점등 관리 등 SDS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육방법이 제시돼 있는 상황이다. 닭이 커져도 도계장의 시설을 약간 조정하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차원이라는 계 김 소장의 견해다.

닭을 크게 키우는 시도는 이미 대형 축산 기업에서 시도한 적이 있다. 결국 소비관행이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얼마나 닭을 크게 키울지 결정될 문제라는 설명이다. 황교익씨의 주장에 동참하는 시민이 많아지고, 치킨 업체에 큰 닭을 써달라는 요구가 많아질수록 닭고기 생산-가공-유통업계가 닭을 크게 키우는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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