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A/S] "작고 맛없는 한국 닭" 기고문에 황교익 속았다! 뉴스톱도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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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A/S] "작고 맛없는 한국 닭" 기고문에 황교익 속았다! 뉴스톱도 놓쳤다!!
  • 선정수 팩트체커
  • 승인 2021.11.2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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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과학원의 답정너 연구가 부른 소모적 논란

뉴스톱은 11월 24일 <[팩트체크] 황교익 "한국 닭, 전세계에서 가장 작고 맛없다"?> 기사를 통해 황교익씨의 발언과 그 근거가 되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검증했다. 그 결과, “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작고 맛 없다”는 황교익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로 판정했다. 그러나 후속 취재 도중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됐다. 뉴스톱은 황교익씨 주장의 근거가 된 1차 자료인 국립축산과학원의 <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을 검증한다. 

◈황교익 속았다! 뉴스톱도 놓쳤다!!

황교익씨의 주장 가운데 “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부분에는 이의가 없다. 이미 각국의 데이터를 통해 충분히 검증된 사안이다. 한국의 육계는 평균 체중 1.5~1.6kg 수준에서 출하된다는 것도 국립축산과학원 취재를 통해 입증됐다.

문제는 “한국 닭이 세계에서 가장 맛없다”는 부분이다. 황교익씨는 이 주장을 위해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이 내놓은 여러가지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인용에는 문제가 없다. 황교익씨는 정부 기관들이 내놓은 연구 결과를 충실히 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자료들의 근원이 되는 첫 연구 논문이다.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출처: 국립축산과학원

 

◈이상한 닭고기 맛 성분 연구

<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을 살펴보자. 이 연구는 닭고기 품질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30일, 36일, 42일 동안 키운 닭을 도축해 물리·화학적 특성을 살폈다. 30일 키운 닭이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1.5kg 닭이고 42일 키운 닭은 황교익씨가 주장하는 크게 키운 닭으로 보면 된다.

연구진은 수분, 지방, 단백질, 회분 등 일반 성분과 칼슘, 인 등 무기물, 산도, 핵산 물질 등의 성분 변화를 조사했다. 그리고 닭고기의 육색, 가열 감량, 전단력(shear force), 보수력(water holding capacity) 등 물리적 성질을 조사했다.

이 가운데 맛과 직결되는 성분은 지방과 핵산 물질이다. 지방은 고소한 맛, 핵산 물질은 감칠맛과 연결된다. 물리적 성질 가운데는 전단력이 쫄깃거리는 식감과 관련 있다. 전단력이 낮으면 고기가 부드럽다고 볼 수 있고, 높으면 쫄깃한 정도가 강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지방은 30일 키운 닭(0.12±0.01%)이 가장 적었고 36일(0.31±0.12%), 42일( 0.46±0.12%)로 갈수록 함량이 높았다. 지방 함량이 높으면 고소한 맛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닭을 크게 키울수록 맛 성분이 늘어난다는 황교익씨 주장과도, 농진청-축산과학원의 주장과도 합치되는 내용이다.

 

출처: 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국립축산과학원, 2011년 한국가금학회지 38권 4호
출처: 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국립축산과학원, 2011년 한국가금학회지 38권 4호

그러나 핵산물질 성분 변화는 석연치 않다. 연구진은 IMP(inosine 5'-monophosphate), 이노신(Inosine), 하이포크산틴(Hypoxantine)의 함량을 분석했다. 농촌진흥청의 다른 자료를 보면 IMP는 감칠맛과 관련된 성분으로, 하이포크산틴은 쓴맛을 내는 성분으로 밝히고 있다. 농진청의 또다른 자료에 의하면 이노신은 무미(無味)의 물질이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사육 일수가 증가함에 따라 IMP 수치는 감소하는 추세가 나타났다. 하이포크산틴은 높아졌고, 이노신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바꿔 말하면 감칠맛과 관련된 수치는 사육 일수가 늘어남에 따라 줄어들었고, 쓴맛을 내는 성분은 늘어났다. 이 내용을 놓고 보면 사육 일수가 늘고 닭의 크기가 커지게 되면 감칠맛은 줄고 쓴맛은 늘어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이노신은 무미의 물질이라고 보면 맛과 연관성이 없다. 논문은 “본 연구에서는 사육 일령 경과에 따라 inosine 함량이 증가는 경향은 있었으나 유의적인 차이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노신 함량은 30일 사육한 닭에서 평균 121mg/100g, 42일 사육한 닭에서 131.23mg/100g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측정치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사육 일수 증가가 이노신 함량의 증가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정확한 인용

이럼에도 국립축산과학원은 이후 많은 후속 기고와 보도자료, 보고서 등을 통해 “닭을 크게 키워야 맛있다”는 주장을 할 때 이 연구를 근거로 제시했다. 황교익씨가 인용한 최희철 축산과학원 연구관의 기고문을 살펴보자. “30일 키운 닭고기의 가슴살은 지방 함량이 0.12% 이었으나 42일을 키웠을 때 0.46%로 3.8배가 늘어난다. 지방이 불필요하게 높을 필요는 없으나 적절한 지방은 고기의 풍미와 감촉을 좋게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핵산물질인 이노신(Inosine)은 감칠맛과 관련 있으며 30일 키운 닭에서 이 성분은 121㎎/100g 이었으나 더 크게 키웠을 때 131㎎/100g로 8% 정도 늘어났다”고 밝혔다.

출처: 농촌진흥청
출처: 농촌진흥청

 

이후 농촌진흥청은 2016년 11월 발행한 <농업경영관리 ⑱ 육계 경영관리> 자료 등을 통해 “감칠맛 나는 핵산물질 이노산(inosan) 함량이 일반 닭에 비해 대형 닭이 많음”, “작은 닭을 키웠을 때 맛없는 닭고기가 생산됨. 맛 관련 인자가 축적되기 이전에 도계하기 때문” 등의 표현을 사용해가며 대형 육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육계의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의 이·화학적 특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의 서론 부분을 살펴보자. "본 연구에서는 사육 일령에 따른 닭고기 품질 등을 조사하여 대형 닭고기 생산에 대한 기초 자료로서 활용코자 실험을 수행하였다"라고 밝힌다. 2000년대 후반 닭가슴살 다이어트 열풍이 불면서 부분육 수요가 늘고 수입량이 늘어나자 정부는 이를 국내 생산한 부분육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했다. 1.5kg 수준으로 키운 닭은 부분육으로 가공하면 크기가 작아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크게 키운 닭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런 캠페인을 벌이기 위한 근거자료가 필요했고 국립축산과학원이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러나 논문에서 밝히고 있는 연구 결과는 "닭을 크게 키울수록 맛이 좋아진다" 또는 "닭을 크게 키우면 닭고기의 맛 성분이 늘어난다"는 주장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최희철 연구관의 기고문도 '닭을 크게 키웠을 때 핵산 물질인 이노신 함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지만 크기가 커진다고 해서 함량이 높아진다고 단언할 정도는 아니다' 정도로 인용됐어야 연구 결과를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다. 게다가 이노신은 무미의 물질이라 함량이 높아진다고 닭고기의 맛이 변하지는 않는다.

◈감정싸움, 공개토론보다 먼저 재실험이 필요

황교익씨의 주장에 대해 대한양계협회는 가시돋친 반응을 내놨다. 협회는 "황교익은 국내산 닭고기 폄훼 발언을 사죄하라",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의 치킨 폄훼 내용과 관련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어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기 위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황교익씨는 "저와 토론을 하기 전에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의 담당 공무원과 먼저 공개적으로 토론을 하기 바란다. 제가 하는 말의 주된 내용은 농촌진흥청과 국립축산과학원이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한다"고 받아쳤다.

중요한 건 토론이 아니다. 황교익씨는 정부 기관의 연구 결과를 충실히 인용해 입장을 밝혔다. 양계협회는 황교익씨의 주장을 국내산 닭고기 폄훼 발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의 근원이 되는 국립축산과학원의 연구는 이상하다. 좀 더 거칠게 말하면 미리 정해져 있는 '대형 육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심하게 '마사지'된 느낌이다.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정말로 닭을 크게 키우면 맛이 좋아지는지를 새롭게 검증하는 일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전에 수행한 연구와 이의 인용 및 대형육계 캠페인 전개 과정에서 학자적 양심을 저버리지 않았는지 철저히 살펴보고 제3의 기관과 함께 새롭게 연구 결과를 내놔야 한다. 뉴스톱은 이 사태의 원인 제공자인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농국립축산과학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끝까지 추적할 것이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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