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톱 창간기획>고리1호기 해체비용 643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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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 창간기획>고리1호기 해체비용 6437억원?
  • 강양구 팩트체커
  • 승인 2017.06.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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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핵발전소 ①] '비싼 에너지' 핵발전소

대한민국 1호 핵발전소(원자력 발전소) 고리 1호기가 19일 0시부로 가동을 멈췄다.

문재인 대통령은 6월 19일 부산시 기장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원전 1호기 영구 정지는 탈핵 국가로 가는 출발"이라고 강조하며 에너지 전환의 의지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핵 정책을 놓고서 앞으로 본격적인 찬반 논쟁이 진행될 것이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둘러싼 논란은 그 예이다.

<뉴스톱>은 창간 기획으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탈핵 정책을 놓고서 진행되는 찬반 논쟁을 따라가며 팩트 체크한다.

 

고리 핵발전소. 가장 오른쪽이 2017년 6월 19일 0시부터 영구 정지한 고리 1호기다. ⓒwikimedia.org

고리 1호기 해체 비용 6437억 원? 행정상 숫자일 뿐!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19일 고리 1호기 해체 완료 시점을 지금 시점에서 약 15년이 지난 2032년 말로 잡았다. 그 동안 들어가는 예상 해체 비용은 6437억 원. 이 비용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 법 등으로 규정해서 적립해 놓은 원전 해체 충당금으로부터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해체 비용을 핵발전소 발전 원가에 반영해서 적립해 놓았다고 주장한다.

여기까지 설명을 들으면 고리 1호기 해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허점투성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는 해체 비용이라고 밝힌 6437억 원이 천정부지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의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은 지극히 '행정적인' 숫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년 주기로 해체 비용을 추정해 그 결과를 정부(산업통상자원부) 고시로 공개하고 있다. 지금의 해체 비용은 2015년 6월 30일 기준으로 1기당 6033억 원에서 6437억 원으로 올려서 고시한 것이다. 즉, 6437억 원은 고리 1호기에 맞춤한 해체 비용이 아니다.

이렇게 해체 비용을 일률적으로 정해 놓다 보니 어처구니없는 일도 생긴다. 이번에 가동을 중단한 고리 1호기(587메가와트)와 신고리 3호기(1400메가와트)의 설비 용량은 2.4배 차이가 난다. 상식적으로 고리 1호기에 비해서 신고리 3호기는 훨씬 더 해체 비용이 커야 한다. 하지만 행정상 해체 비용은 고리 1호기와 신고리 3호기가 똑같다.

해체 비용 3251억 원에서 6033억 원으로 두 배나 뛰었지만…

십분 양보해서 신고리 3호기 영구 정지는 미래의 일이니 일단 제쳐 놓자. 그렇다면, 고리 1호기 해체 비용으로 6437억 원은 충분한가?

이를 놓고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애초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핵발전소 1기당 해체 비용은 3251억 원이었다. 이를 놓고 과소 책정되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한국수력원자력 등은 2013년 6월 1기당 해체 비용을 3251억 원에서 6033억 원으로 무려 86%나 재산정을 했었다. 거의 두 배가 뛴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정마저도 비판을 받았다. 국회 최재천 의원실과 에너지정의행동의 분석 결과(2013년 11월 6일)를 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 방사성 폐기물 관리 비용 증가(드럼당 385만 원에서 1310만3500원) 62.3%(1744억 원) △ 예비비 15%(456억 원) 등을 재산정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정작 핵발전소 해체의 핵심인 밀폐 관리, 철거비 등은 물가 상승분(2.3%)만 반영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국내 원자력 산업계는 소규모의 실험용 원자로를 제외하고는 핵발전소 해체 경험이 없다. 이런 사정까지 염두에 둔다면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 철거하는 데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다. 6437억 원의 행정상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고리 1호기 실제 폐로 비용은 1조 원?

실제 고리 1호기의 해체 비용은 얼마나 될까? 국수력원자력은 2012년 프랑스 감사원 보고서를 내세우며 "핵발전소 해체에 필요한 추정 비용은 원자로의 형태, 해체 방법, 물가 등에 따라 1기당 2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국가별 편차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1기당 약 6500원" 정도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행정상 숫자인 6437억 원의 근거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2017년 6월 18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영구 가동 중단한 핵발전소는 19개국 총 160기이다(고리 1호기 제외). 앞에서부터 살펴보면, 미국 34기, 영국 30기, 독일 28기, 일본 17기, 프랑스 12기 등의 순이다. 하지만 폐로가 완료된 핵발전소는 미국 15기, 영국 0기, 독일 3기, 일본 1기, 프랑스 0기가 전부다. 영구 가동을 중단했어도 폐로까지 갈 길이 먼 것이다.

핵발전소 폐로 비용을 놓고서 미국(7800억 원), 독일(8590억 원), 일본(9590억 원) 등 해체 경험이 있는 나라와 아직 해체 경험이 없는 프랑스(4856억 원) 등의 추산 금액 차이가 큰 것도 흥미롭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폐로 경험을 해본 나라일수록 그 비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폐로 경험이 있는 미국, 독일, 일본 등의 사례를 염두에 둔다면 고리 1호기의 폐로 비용은 지금의 6437억 원이 아니라 최소 7800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으로 추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구나 이 비용에는 핵발전소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즉 사용 후 핵연료의 처리는 빠진 것이다.

그 동안 교과서와 언론을 통해서 '값싼 에너지'라고 배워온 핵발전소는 사실은 아주 '비싼 에너지'였다.

'굿바이! 핵발전소 ②'에서는 사용 후 핵연료를 비롯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진실을 살펴봅니다.
강양구   tyio@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기자로 일하다 2017년 퇴사 후 '지식 큐레이터'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 보건의료, 환경 및 출판, 학술 기사를 계속 써왔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자전거〉,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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