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난개발로부터 숲과 인류를 지키는 방법, '자연자원총량제'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1.11.3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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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손실중단(No Net Loss)과 순증대 실행 원칙의 필요성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위기에 대한 세계적인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탄소흡수원 혹은 서식처로서 자연자원의 보전 및 복원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자연자원을 바라보는 행정과 정치, 시민사회의 운동은 위기에 처한 서식지와 멸종위기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4대강의 단양쑥부쟁이와 흰수마자, 설악산의 산양 등과 같이 멸종위기종을 지키기 위한 대중 캠페인의 방식은 다양한 생태보전 성과를 이루기도 했고, 국민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지기도 했다.

4대강 사업 당시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한겨레 보도
4대강 사업 당시 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음을 경고하는 한겨레 보도

하지만 생태보전 활동가로서는 지킨 것보다 지키지 못한 숲과 나무가 훨씬 더 많다는 자괴감, 그리고 아무리 저항해도 더 많은 개발사업이 몰려온다는 무력감에 시달리게 된다. 이제는 개별적인 개발사업을 벗어나 보다 총괄적인 목표를 중심으로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그 중심에는 자연자원총량제와 보호구역 지정이 있다.

2020년 공원일몰과 그린벨트 해제 논란 당시를 되짚어보면, 서울이라는 지역에서 공원과 녹지를 지켜야한다는 시민들의 여론은 선명하고 압도적이었으며, 이를 지켜내려는 행정 역시 매우 단호했다. 도시 속 공원과 그린벨트에 굉장한 멸종위기종이 살고 있거나 놀라운 자연경관이 있어서가 아니다. 회색빛 도시에서 작은 녹지가 있음으로 인해 누릴 수 있는 생태계서비스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시민들이 이미 체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숲은 열섬현상을 완화하고, 홍수를 저감하며, 대기질을 개선하고, 어메니티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더 많은 회색인프라를 원했던 시민들이 이제는 숲세권이라며 더 많은 공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대중의 요구는 더 이상의 자연자원을 잃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기반해있다. 손바닥만한 공원이라도 반드시 지켜내야할 정도로 도시는 개발로 인해 충분히 몸살을 앓았다. 최근 가로수 지키기 운동에 시민들이 호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위기 대응이라는 외적 조건과 시민들의 인식 향상이라는 내적 조건이 갖춰지며 자연자원총량제 도입의 분위기가 무르익었지만 갈 길은 멀다. 우리나라는 개발로 인해 훼손이 우려될 경우 부과하는 생태계보전협력금이라는 최소한의 보상방안과 환경영향평가 차원에서 영향의 최소화 및 회피 수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보전협력금은 예상되는 손실에 대비 실질적인 보상 수준에 이르기 어려우며, 환경영향평가는 개발 사업의 추진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회피 및 영향 저감의 수준이 매우 취약하다. 본격적인 자연자원총량제를 도입하기 위한 우선과제를 제안해본다.

먼저, 자연자원의 순손실중단(No Net Loss) 및 순증대(Net Gain) 원칙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자연자원을 총량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총량의 손실을 막겠다는 의미와 같다. 총량 관리의 목표가 현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이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자원총량의 순손실을 중단하거나 증대하겠다는 기본적인 목표를 수립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제4차 국가생물다양성 전략에 따르면 매년 48㎢의 산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론화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학적 연구와 대중 캠페인이 필요하다.

또한 순손실중단 및 순증대의 실행 원칙이 필요하다. 실행은 다음 그림의 순서대로 선호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갖는 방식으로 <회피-최소화-복원-상쇄>의 계층구조를 가진다. 이중 특히 상쇄(Offset)를 통한 방식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 ▶개발이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미치는 영향을 실질적으로 정량화하기 어려우며, ▶상쇄 가능한 토지가 한정적이고, ▶본질적으로 공간적 영향 및 생물다양성에 대한 손실이 상쇄된다는 보장이 어려우며, ▶상쇄로 인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으고, ▶상쇄가 실현되기까지 시간 격차가 발생하며, ▶지역 내 공동체에 대한 공평한 결과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IUCN, 「ENSURING NO NET LOSS FOR PEOPLE AS WELL AS BIODIVERSITY: GOOD PRACTICE PRINCIPLES」, 2018
IUCN, 「ENSURING NO NET LOSS FOR PEOPLE AS WELL AS BIODIVERSITY: GOOD PRACTICE PRINCIPLES」, 2018

 

상대적으로 사회적 여건이 유리한 광역지자체와 함께 자연자원총량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지역 내 생태계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고, 자연자원총량 평가를 위한 도시생태현황지도가 비교적 자리를 잡았으며, 공원일몰제를 대응하면서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를 활용하는 등 행정적인 의지도 높은 편이다. 자연자원총량 관리로 인한 실질적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택지개발 등의 수요가 높은 경기도 등이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지난 5월 재건축사업에 환경영향평가를 면제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될 정도로 지역 현장의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위기감이 높고 자연자원이 우수한 제주도 역시 검토해 볼 만하다.

문재인 정부는 ‘자연자원총량 관리제도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지만, 뉴스톱 공약체크 프로젝트 문재인 미터는 공약의 진행이 지체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2018년 '국토계획 및 환경보전계획의 통합관리에 관한 공동훈령'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2020년 인천 서구를 자연자원총량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국정과제 성과의 속도는 더디기 때문이다.

출처: 문재인미터
출처: 문재인미터

 

그간 다소 지지부진했던 자연자원총량 논의는 이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위기의 해법으로서 실질적인 성과를 고민해야 할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인간의 활동으로 육지의 75%를 심각하게 변화되었다. 현재의 손실 속도로는 2050년까지 지구의 10% 미만만이 인간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변화해야만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글: 신재은 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본 기고는 <도시의 탄소흡수원 보전과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마련 토론회>에 제출된 토론문을 기초로 수정 및 보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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