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도 기후위기로 착취당한다...탄소저장고 훼손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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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연도 기후위기로 착취당한다...탄소저장고 훼손 중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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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2.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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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은 서로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후변화는 가뭄, 홍수, 산불을 통해 자연의 파괴를 가속화하고, 자연의 손실과 지속 불가능한 이용은 결국 다시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태양광·풍력발전 설치, 30억그루 나무심기, 바이오매스에너지 등의 야심찬 계획과 조치가 생태계와 생물서식처를 훼손하고 생물다양성과 상충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절박함과 ‘더 이상의 자연 손실은 없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충돌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발표된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선언문과 10개의 슬로건에는 기후위기로 손실되고 착취당하고 있는 ‘자연과 생물다양성’을 위한 맥락이 언급되지 않았다. 국내의 기후정의 담론에 ‘자연과 생명의 권리’가 더해져야 한다.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한국환경연구원의 "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정책 개선방안 연구(Ⅰ)"에 따르면 기후정의는 분배적 정의(distributive justice),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 생산적 정의(production justice), 인정적 정의(recognition justice)로 구성되는데, 우리에게 ‘인정적 정의’가 낯설다. 인정적 정의는 사회와 생태계뿐만 아니라 타자의 문화에 대한 상호 인정의 관계까지를 포함한다. 인정적 정의는 자연에 대한 도구적 가치가 아닌 내재적 가치를 강조하며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타자(소수자)의 문화를 인정 혹은 승인할 것을 요청한다. 인정적 기후정의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인간만이 아니라 비인간생물 또한 피해자다. 따라서 비인간생물들도 피해자로서 기후정의의 범주 안에 위치할 수 있다. 거대한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되는 생물들에 대한 보전과 보호 또한 기후변화 적응정책에 포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해 파괴 혹은 변형되어가는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살아가는 소수자 문화에 대한 승인까지를 포함한다.

올해 상반기 탄소중립 이행 전략으로 포장된 산림청의 ‘30억 그루 나무 심기 사업’ 등 대규모 벌채 사업이 사회적 뭇매를 맞고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한 민관협의회의 사회적 협의가 진행되었다. 흡수량 전망의 산정 방식부터 적절한 관리 방안, 실제 활용 가능한 감축량까지 모든 부분이 매우 논쟁적인 사항이었다. 모두베기를 규제하고 벌기령을 낮추지 않겠다고 결정했지만, 이미 탄소중립위원회는 산림청의 흡수량 전망과 대책을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그대로 반영하였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게 아니라 흡수원을 이용하여 만회하겠다는 접근은 탄소중립을 위해 사회경제적으로 혁신해야 하는 시급성을 감추게 된다.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정부의 흡수원 확대 계획인 ‘산림경영·숲가꾸기 사업’은, ‘30억 그루 나무 심기 사업’과 마찬가지로 기존 산림을 벌채하고 재조림하는 방식이다. 인위적인 산림경영을 통해 탄소 흡수량 2,670만 톤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숲을 많이 훼손할 수밖에 없다. 경제림육성단지·목재생산림에 한정하여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사업 시행에 따른 생물다양성 훼손 영향을 검토하고 보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 ‘국외 감축’으로 대표되는 개도국 산림전용방지(REDD+) 사업은 자본주의 시장원리에 맡겨져 부실한 사업설계와 운영으로 탄소흡수원 산림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은 탄소흡수원의 흡수 효율성에만 몰두하고 있다. 관리되는 토지에 한정해 인위적인 활동에 의한 탄소배출량과 흡수량을 산정하는 IPCC의 계산방식에서 비롯된 결과이다. 그런데,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서라도 인위적인 관리활동에 속하지 않는 탄소저장고의 손실 방지와 온전한 보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분별한 개발로 산림, 갯벌, 농경지, 하천 등 탄소저장고의 면적이 줄어들고 있는데, 치명적인 결과를 외면하고 있다. 탄소저장고에 대한 보호(Protect)가 우선으로 절실하다. 지금의 탄소중립 전략은 수치상 탄소흡수원의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탄소저장고가 줄어들고 있어 실제 대기중 탄소농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숲의 자연적인 발달에 따른 탄소저장량 증가는 애써 무시되고 있다. 천연림 보전은 탄소저장고로서 그 효과가 반영되어야 하고, 산림경영은 임업의 탄소배출 관리로 접근해야 한다. 갯벌을 염습지로 복원하여 탄소흡수원을 확보할 게 아니라, 갯벌 그 자체를 탄소저장고로써 흡수량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갯벌을 보전할 수 있다. 관행농법으로 경작되는 논에는 벼의 메탄 배출량이 많아 국가온실가스 통계에 주요 탄소배출원으로 계산되어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의 연구에서는 볏짚을 퇴비로 사용하면 1ha당 9.4톤~13톤의 탄소가 토양 속에 저장된다고 했다. 즉 관행농업을 재생농업·유기농업으로 전환해 토양의 유기탄소 저장량을 증대시켜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토양 탄소를 높이기 위해서는 땅을 갈지 않아야 하고 피복작물을 심어야 하며, 화학비료와 농약을 살포하지 않고 토양(표토)을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 2015년 파리협약이 체결될 때 '포퍼밀(4 per 1000)' 이니셔티브도 발족되었다. 포퍼밀은 매년 0.4%씩 토양탄소 함량을 높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과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이다. 토양의 적절한 관리를 통해 농업 생산성은 물론 생태복원력을 높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다. 토양 탄소 축적량은 대기의 탄소 함량보다 2~3배 더 많아 토양 탄소를 조금만 더 높여도 충분히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요즘 화두가 되는 자연기반해법(Nature based Solution)은 인류복지와 생물다양성 이익을 모두 제공하기 위해 기후변화, 물, 재해, 건강, 생물다양성 등 사회적 과제를 효과적이고 적응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 및 복원하는 조치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나리오는 흡수원의 지속가능하지 않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파리협정 제5조에서는 산림을 포함한 온실가스 흡수원 및 저장고를 적절히 보전하고, 증진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생물다양성 보전과 기후변화 등과의 공동효과를 고려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서비스에 관한 과학-정책 플랫폼)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공동보고서를 발간해 생물다양성 손실과 기후변화 완화를 동시에 해결하면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여 공동편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연기반해법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인위적으로 줄일 때 만 효과적이며, 다른 부문에서 완화 조치를 지연시키는 데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려면 이전에 시도한 적이 없는 빠르고 광범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출처: 최진우 박사 제공

숲을 땔감으로 여기는 산림경영과 바이오매스 산업이 탄소흡수원 대책의 핵심이 될 수 없다.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육상과 해양의 보호지역을 각각 30%로 확대하고, 그간 문명의 발달과 인간 활동으로 훼손된 숲, 강, 습지, 갯벌의 자연성과 야생성 회복을 위한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해야 한다. 논을 비롯한 농지 토양의 생명력을 살리고 유기탄소를 증대시킬 수 있는 유기농업이 확대되어야 한다. 즉 자연기반해법에 기반한 탄소흡수원 전략은 탄소저장고를 보전하고 야생지역으로 복원하며, 토양을 살리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생태문명 전환이어야 한다.

기후정의 실현과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인간 이외의 생명체에 대한 가치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인정적 기후정의 관점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자연기반해법을 비롯한 탄소중립 및 국제탄소시장과 연계된 탄소흡수원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인정적 기후정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점검되고 토론돼야 한다. 아울러 기후정의와 생태보전 사이에 더 많은 접점을 만들어 낼 치열한 토론과 공동대응 활동이 필요하다.

글: 최진우 박사, 환경생태 연구활동가,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


이 글은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주최한 '기후위기시대, 기후정의 실현과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 방안 마련' 세미나의 토론문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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