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석열 "이건 본인이 다친 것"…산재사망자에 대한 비례(非禮)

돌아가신 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 기사입력 2021.12.06 10:57
  • 기자명 선정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2일 안양 도로포장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전날 작업자 3명이 도로포장용 건설기계인 롤러에 깔려 숨지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현장을 둘러보고 사고 원인에 대해 "간단한 실수 하나가 엄청난 비참한 일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일정이 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더불어민주당은 "망언을 쏟아냈다", "망자에 대한 예의마저 저버렸다"는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맹렬히 비난했다. 정의당도 "윤석열 후보가 연일 천박한 노동관으로 망언을 내뱉더니, 기어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을 모욕했다"라고 비난했다.

뉴스톱은 윤 후보의 발언의 맥락을 검증하고, 민주당과 정의당의 비난은 과연 타당한 것인지 살펴봤다.

 

◈안양 도로포장 작업자 사망사고 개요

연합뉴스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1일 오후 5시 50분쯤 경기도 안양시 안양동 안양여고 인근 도로에서 전기통신관로 매설 작업에 투입된 A(62) 씨 등 60대 남성 근로자 3명이 롤러에 깔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숨졌다.

사고는 전기통신관로 매설을 마친 뒤 파낸 흙을 다시 덮고 아스콘 포장을 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롤러 운전자 B(62) 씨가 아스콘 포장을 위해 롤러를 주행하던 중 주변에 있던 안전 고깔(라바콘)이 바퀴에 끼었고 이를 빼내기 위해 롤러를 멈추고 내리려는 과정에서 갑자기 롤러가 작동하면서 앞에 있던 근로자들을 덮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숨진 A씨 등은 아스콘 포장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롤러 앞에서 아스콘을 정리하는 등의 일을 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자 B씨는 "라바콘을 빼기 위해 기어를 정지에 놓고 내리려는데 옷이 기어봉에 걸렸고 그러면서 기어가 주행에 놓여 롤러가 갑자기 앞으로 나갔고 나는 중심을 잃고 롤러에서 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윤석열 캠프 홈페이지
출처: 윤석열 캠프 홈페이지

 

◈윤석열, 사고 현장 방문… "간단한 실수 하나가 비참한 사고 초래"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2일 오전 현장을 방문했다. 국민의힘은 홈페이지를 통해 윤 후보의 현장 발언을 알렸다. 다음은 전문이다. 

어제 저녁 6시에 아스콘 작업하던 근로자 세 분이 롤러에 끼어서 사망한 사고가 났다는 보도를 보고 현장을 한번 와봤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약 무게가 3톤 이상이 되는 저 롤러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아마 제가 와서 보니까 기어를 중립 위치에는 놨는데, 운전자가 롤러에서 내릴 때는 롤러가 움직이지 못하게 시동을 끄고 내려야 되는데, 아마 그대로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에서 기어만 중립에 놓다 보니까 하차하는 과정에서 옷이 중립 된 기어에 걸려서 롤러가 그냥 앞으로 진행을 하고, 운전자는 롤러차에서 떨어져 내리면서 그 앞에서 아스콘 작업을 하던 세 분의 근로자들이 깔려서 현장에서 돌아가신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간단한 시동 장치를 딱 끄고 내리기만 했어도, 간단한 실수 하나가 정말 그 엄청난 비참한 사고를 초래했는데, 제가 오늘 와서 조사를 담당하는 분에게 물어보니까 현장에 안전 요원도 배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참 너무 안타깝기 그지없다.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는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는 정말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근로자들의 근로 현장에서, 사망 현장에서, 올해도 벌써 3분기가 지났는데, 작년보다도 더 많은 분들이 산업 재해로 돌아가셨는데, 이런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국가나 사업주나, 또 현장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 한 분 한 분 다 함께 정말 주의를 기울이고 철저하게 해야 될 것 같다. 너무 안타까운 사고이다. 이게 있어서는 안 되는 너무 끔찍한 사고이다.

저도 근로자들과 국민의 안전을 제일로 하고, 국가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일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이런 어이없는 사고로 근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당국에서도 사고 경위를 철저하게 조사를 하고 있다니까 그 결과를 한번 보겠다.

현장에 와서 제가 본 바로는, 사고 원인은 그런 시정장치를 놔둔 채 내리다가 이런 사고가 벌어진 것 같고, 사고 경위에 대한 조사가 더 진행이 되면 저희들이 또 추가로 더 파악해서 이런 사고에 대한, 이걸 포함한 유사 사고에 대한 확실한 예방책이 무엇인지를 더 살펴보겠다.

현장에서 동행 취재한 기자들과 간략한 질의 응답도 있었다. 윤 후보는 “기본적인 수칙을 위반해서 이런 엄청난 비참한 일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교육과 평소에 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사업주나 근로감독관들에 의해 얼마나 감독이 이뤄졌는지 그런 점들을 잘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민중의 소리 보도)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사고 현장에서 '어제 중대재해법 관련 발언을 했는데 오늘 현장을 보니 법안에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윤 후보는"오늘 보니까 이 사고는 중장비를 운전하는 사람이 하차할 때 반드시 시동장치를 끄고 내리는 게 원칙인데 이것은 너무 어이가 없는 사고"라며 "예를 들어 공장이나 이런 곳에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사업주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 했다면 그야말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야 할 것인데, 이건 본인이 다친 것이고 기본 수칙을 안 지켜서 비참한,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이 놓친 것 ①: 돌아가신 세분은 잘못이 없다

윤 후보는 민주당과 정의당 후보가 찾지 않은 작업자 사망 사고 현장을 발빠르게 방문했다. 반노동 후보라는 비난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불필요한 발언과 중대재해법 입법 과정에 대한 몰이해로 인해 실언 리스트에 또 하나의 사례를 얹었다.

윤 후보의 시선으로 보면 안양 도로포장 현장 사망사고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고다. 건설 기계의 시동을 끄지 않고 운전자가 내렸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등 기존 보도에 따르면 롤러 운전자는 바퀴에 낀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건설기계에서 내렸다. 운전자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내리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옷가지가 걸리면서 기어가 주행 상태로 놓여졌고 롤러가 진행하면서 앞쪽에서 아스콘을 정리하던 작업자 3명이 깔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윤 후보의 눈에는 운전자가 내리기 전 시동만 껐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그러나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질의 응답과정에서 이 사고의 중대재해법 관련성을 설명하면서 "이건 본인이 다친 것이고 기본 수칙을 안 지켜서 비참한, 끔찍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본인이 다친 것"이라는 표현은 여러모로 따져봐도 이상한 표현인다. 돌아가신 세분의 작업자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기본 수칙을 안 지킨 것은 '롤러 운전자'이지 돌아가신 분이 아니다. 돌아가신 분에 대한 어이없는 비난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석열이 놓친 것 ②: 근본 원인과 이면에 집중해야

이 사건은 작업자 3명이 사망해 신설된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이다. 중대재해법 처벌조항은 내년 1월27일 시행되기는 하지만 시행됐다는 가정 하에선 이 사고는 중대재해법 적용대상이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사고를 '중대재해'로 규정한다. 

"본인이 다친 것", "기본 수칙을 안 지켜"라는 윤 후보의 관점은 중대재해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 이 법의 취지는 사업체(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산재예방시스템을 갖추도록 하고,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사업체가 이 의무를 지키지 않아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하도록 해 사업주의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강조하려는 게 취지이다.

윤 후보가 "근로자들과 국민의 안전을 제일로 하고", "어이없는 사고로 근로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근원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왜 롤러 운전자는 시동을 끄지 않고 기어를 중립에 놓고 내려야했는지를 말이다. 그게 작업 현장의 관행이었는지, 시동을 끄고 다시 켜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공사를 채촉받고 있지는 않았는지 등 근원을 살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경영계와 정부는 오랜 시간 동안 산업재해를 개별 근로자의 실수로 몰아갔다. 그렇기 때문에 '반노동', '친재계'라고 비난 받는 윤 후보로서는 이번 사고가 발생한 그 이면과 원인에 더욱 집중해야 '윤석열이 꼬리표를 떼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선정수   su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3년 국민일보 입사후 여러 부서에서 일했다.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 이달의 좋은 기사상', 서울 언론인클럽 '서울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야생동물을 사랑해 생물분류기사 국가자격증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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