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윤석열’은 어디까지 AI일까?

입술 주변 이미지와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부분에만 AI 기술 쓰여

  • 기사입력 2021.12.08 16:00
  • 기자명 신다임 기자

지난 12월 6일 국민의힘은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습니다. 이날 출범식에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떠오르게 하는 공연으로 시작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음악이 사용되는 등 청년 세대를 겨냥한 이벤트가 많았습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AI(인공지능) 윤석열’이었습니니다. 출범식 하이라이트인 윤석열 대선 후보의 연설이 시작되기 직전에 AI 윤석열이 등장해 직접 후보를 소개한 것입니다. 흔히 ‘AI’라고 하면 컴퓨터가 인간의 두뇌작용과 같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도록 만드는 기술을 뜻합니다. ‘AI 윤석열’은 과연 어디까지 AI일까요?

오른소리 유튜브 채널 캡쳐
오른소리 유튜브 채널 캡쳐

영상 속 AI 윤석열은 외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말투와 목소리까지 실제 윤 후보와 똑 닮아있었습니다. ‘AI 윤석열’은 선대위 홍보미디어본부장을 맡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 혁신 운동의 하나로 준비한 프로젝트입니다. 머신 러닝 기술을 이용해 윤 후보의 영상이나 음성 등을 학습한 아바타가, 개발자가 입력한 문구를 읽는 방식이라고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윤 후보는 직접 서서 말하는 전신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I 윤석열이 100%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졌다”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엄태웅 ARTLab 대표는 뉴스톱과의 취재에서 '인공지능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고, 특정한 사람과도 닮지 않았으며 △말하는 내용(텍스트)과 음성 역시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결과물이어야 가장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AI 윤석열을 위해 전신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엄 대표는 AI 윤석열이 영상에 입술 주변 이미지를 합성해 구현해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사진이나 영상에 음성에 맞는 입 모양을 대응시켜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방식입니다.

말하는 내용과 관련해서도 개발자가 입력한 문구를 읽는 방식이라면 자연어 처리 기술(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은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연어 처리는 컴퓨터와 인간의 언어 사이의 상호 작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기술입니다. 엄 대표는 대신에 TTS(Text To Speech)라고 하는 음성합성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리 사람의 목소리를 녹음해 일정한 음성 단위로 쪼개 모아 두고, 텍스트가 입력되면 데이터베이스에서 문장에 걸맞은 목소리 조각을 찾아 조합해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비슷한 방식으로 실존 인물을 AI로 구현한 사례는 'AI 김주하', 'AI 이지애' 등 이미 선보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디지털 기술이 선거와 관련해서는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여당 추천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낸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상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에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면서 AI윤석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가짜 윤석열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정치적 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선관위부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AI윤석열을 이용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할지 알 수 없어 당장 선거법 위반 여부를 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리하면, ‘AI 윤석열’은 입술 주변 이미지와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하는 부분에만 AI 기술이 쓰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일부 활용했지만, 정확히 인간과 같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이러한 디지털 기술이 선거에 이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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