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체크]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엔(N)차 관람’ 부르는 장면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12.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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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관람하신 분들만 읽기를 바랍니다.

2021년 최고 기대작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Spider-Man: No Way Home)>이 호평 속에 코로나19 팬데믹 개봉 최고 흥행작으로 떠올랐습니다. 개봉 첫 주말인 17일부터 19일까지 174만3476명이 관람해 누적관객 수 277만 476명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는 물론, 극장 전체 매출액의 95.6%를 점유하며 흥행을 폭발시켰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이틀 늦게 개봉한 북미지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주말 3일간(17~19일, 현지시간) 2억60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북미 지역 흥행 1위를 차지했고, 201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7: 깨어난 포스>(2억4797만 달러)가 보유했던 종전 12월 오프닝 신기록을 6년 만에 갈아 치우며 흥행질주를 예고했습니다.

이 같은 흥행성적과 함께 영화에 대한 평가도 호평이 대부분이어서, 스파이더맨과 MCU팬을 중심으로 영화를 여러 차례 재관람하는 ‘엔(N)차 관람’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스파이더맨 전작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다른 작가나 감독, 작품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것) 장면과 앞으로 MCU에 소개될 캐릭터와 사건들이 ‘떡밥’으로 등장해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화제의 장면과 알아두면 더 재미있는 장면들을 모아봤습니다.

이미지 출처: 마블 공식 홈페이지
이미지 출처: 마블 공식 홈페이지

* 지금부터는 영화의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관람하신 분들만 읽기를 바랍니다.

 

■ ‘스파이더맨’이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맨’을 만났다 – 한 프레임에 등장한 세 명의 스파이더맨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나오기 전 스파이더맨 영화는 모두 일곱 편이 제작됐습니다. 2002년 샘 레이미 감독-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스파이더맨>과 <스파이더맨 2>(2004년), <스파이더맨3>(2007년)이 1세대였다면, 마크 웹 감독이 연출하고 앤드류 가필드가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2014년)은 2세대 스파이더맨이었습니다. 이후 마블과 공동작업으로 존 왓츠 감독이 연출하고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역할을 맡은 <스파이더맨: 홈 커밍>(2017년),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2019년)이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첫 <스파이더맨>이 선보인지 20년 만에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개봉했습니다.

이렇게 20년간 각기 다른 시기에 ‘존재’했던 스파이더맨들이 MCU의 ‘멀티버스’라는 설정 덕분에 이번 영화 속 같은 시공간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세 명의 스파이더맨 배역은 원래 연기했던 배우(토이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들이 맡았습니다. 이전 세대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스포일러였고, 극장에서 해당 장면을 접한 ‘올드팬(old fan)’들은 환호의 비명을 질렀습니다.

이전 스파이더맨 영화를 기억하는 30~40대 관객들은 이십년 전과 십년 전에 보았던 ‘스파이더맨’을 그대로 다시 만났다는 벅찬 감동 하나만으로도 ‘인생영화’의 한 장면이 됐다는 댓글과 반응이 많았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을 연기한 세 배우(토비 맥과이어(1975년생), 앤드류 가필드(1983년생), 톰 홀랜드(1996년생))가 각각 1970-1980-1990년대 생이라는 것도 스파이더맨 영화 20년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관객들은 각기 다른 시대에 존재했던 세 명의 스파이더맨을 통해 ‘10년 전의 나’와 ‘20년 전의 나’를 만난 듯한 감상에 빠질 수 있었습니다.

또 이 장면의 내용은 이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언급됐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는 핵심메시지와 이어지며, 여덟 편의 스파이더맨 시리즈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전작 두 배우(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의 등장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어서 비밀 유지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이 때문에 두 배우가 나오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보안 유지가 쉬운 실내 촬영 두 곳과 옥상, 자유의 여신상에서의 전투장면 뿐입니다.

이미지 출처: 소니픽처스
이미지 출처: 소니픽처스
■ 영원할 뻔 했던 트라우마를 치료했다 – 엠제이(MJ) 낙하장면

두 번째 스파이더맨 시리즈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스파이더맨(앤드류 가필드)은 연인인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가 악당인 ‘그린 고블린’에게 납치되어 시계탑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구하려 하지만 결국 잡지 못하고 그녀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 됩니다. 관객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던 해당 장면은 계획됐던 후속작 제작이 중단되면서 극중 스파이더맨과 관객들에게 ‘트라우마’로 남게 됐습니다.

이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여자친구인 엠제이(젠데이아)가 자유의 여신상에서 추락하게 되지만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미처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2대 스파이더맨(앤드류 가필드)이 그녀를 구합니다. 심지어 실패할까봐 거미줄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그녀를 잡아냅니다. 그녀를 구해낸 후 보이는 2대 스파이더맨(앤드류 가필드)의 표정은 많은 감동과 여운을 주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는 후기가 많았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의 한 장면

3대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이 그린 고블린과 전투를 벌여 그를 죽이려 할 때 이를 제지하는 1대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의 모습도 2002년 1편 영화 속 자신의 트라우마와 연결됩니다.

 

■ Back to the original(처음(원본)으로 돌아가다) - <노웨이홈>이라는 부제가 ‘스포’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팬들로부터 스파이더맨 설정이 원작 코믹스와는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원작 코믹스와 이전 작품 속 스파이더맨에 비해 MCU의 스파이더맨은 주위의 도움도 많이 받고 의존적인 모습이 많아 원래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스파이더맨은 자신 때문에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모든 이들의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합니다. 그 결과, 이미 유일한 가족을 잃은 스파이더맨은 연인과 친구마저 잃게 되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모두에게 부정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게다가 최첨단 기능이 장착된 스파이더맨 슈트 등 ‘스타크사’로부터 지원을 받던 것도 끊기게 되며, 혼자 허름한 자취방으로 들어가 이전처럼 손수 제작한 슈트를 입고 경찰 무전 통신을 도청하며 시민들을 돕게 됩니다. 부제인 ‘노 웨이 홈(No Way Home)’의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결말은 기존의 스파이더맨 팬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MCU내에서 ‘슈퍼히어로’로서는 부족하게 느껴지던 스파이더맨이 이번 작품을 통해 큰 시련과 자기희생을 선택하며, 비로소 ‘다정한 이웃 스파이더맨’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며 가난하고 남루한 처음의 스파이더맨의 모습으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또다시 ‘리부트(reboot)’하는 효과를 얻었다는 평도 나왔습니다.

원래 톰 홀랜드는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MCU 스파이더맨의 역할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근 스파이더맨 신작 3편의 제작과 참여가 결정됐습니다. 추후 제작될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피터 파커의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팬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소니픽처스
이미지 출처: 소니픽처스
■ 전작에 대한 오마주와 명불허전 배우들의 연기

스파이더맨 올드팬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배경에는 전작에 대한 존중인 '오마주'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극중 상황은 물론 대사와 배경음악에도 구석구석 촘촘하게 깔린 전작에 대한 오마주는 알면 알수록 더 재미있고 깊은 감상에 빠지게 만들며 관객들의 N차 관람을 부추기고 있다는 평입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한국어 번역을 맡은 황석희 번역가도 자신의 ’브런치(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에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N차 설명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여러 전작 레퍼런스와 오마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이 비평가들로부터도 호평을 받는 배경에는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전 세대 스파이더맨 역을 맡은 토비 맥과이어와 앤드류 가필드는 10년 전과 20년 전 스파이더맨 영화 장면을 바로 이어온 듯한 모습을 보였고, 주인공인 톰 홀랜드가 연인 엠제이를 위해 과거 기억에 대한 고백을 포기하는 마지막 장면의 연기는 관객들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그린 고블린’역을 맡아 순간적으로 선악이 오고가는 모습을 명불허전의 연기력으로 보여준 윌럼 더포 등 조역을 맡은 헐리우드 베테랑 배우들의 연기도 영화의 재미를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소니픽처스
이미지 출처: 소니픽처스
■ 새로운 캐릭터와 ‘떡밥’ 그리고 쿠키 영상

마블 영화가 끊임없이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는 배경 중 하나가 자연스럽게 소개되는 새로운 캐릭터와 ‘떡밥(인터넷 신조어로 계속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시되는 일부 단서)’입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미 마블 드라마 시리즈에서 선보인 ‘데어데블’의 등장이 대표적입니다. 영화 초반부 피터 파커의 변호를 맡은 시각장애인 변호사 ‘맷 머독(찰리 콕스 분)’이 밤에는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데어 데블’입니다. 이번 영화에서 누군가 던진 벽돌을 스파이더맨보다 빠르게 잡아내 눈길을 끌었습니다.

멀티버스가 열리면서 공간의 틈으로 여러 캐릭터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여러 빌런 가운데 블랙캣, 크레이븐 더 헌터, 라이노의 모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마블 영화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된 쿠키 영상도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기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높였습니다. 두 개의 쿠키 영상 중 첫 번째는 소니에서 제작한 영화 속 ‘베놈’이 MCU와 연결된다는 암시를 남겼고, 두 번째 쿠키 영상은 이번 영화의 주요 캐릭터 중 하나인 닥터 스트레인지의 다음 영화를 예고했습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세 명의 스파이더맨은 슈퍼히어로로 살아가며 느낀 고충을 함께 나누고,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본 아픔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전 세대 스파이더맨은 물론 빌런들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는 따뜻한 작별을 고하며, 새로운 시리즈를 예고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마블 영화에 바라던 '그' 모습을 충분하게 보여주었다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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