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윤석열, ‘영부인제' 없앨 수 있을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1.12.2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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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영부인’ 관련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사실상 ‘영부인제 없애겠다’ 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포털사이트 다음 가장 많이 본 뉴스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댓글과 소셜미디어에서는 ‘영부인제 없애는 게 가능하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관련 사실들을 확인했습니다.

 

헤럴드경제 기사 갈무리
헤럴드경제 기사 갈무리

해당 기사는 헤럴드경제에서 12월 22일 출고한 기사입니다. 제목에 ‘사실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는데, 본문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22일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해 “영부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또 영부인을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경력과 관련한 각종 허위·과장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씨가 후보 부인의 자격으로든, 당선 후 영부인의 자격으로든 공개·공식 활동은 아예 하지 않거나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고 했습니다. “‘사실상 영부인제 없애겠다’ 선언”은 윤 후보 발언이 아닌 헤럴드경제의 해석입니다.

윤 후보의 발언의 출처는 동아일보 인터뷰입니다. 윤 후보는 22일 출고한 동아일보의 <[윤석열 인터뷰] “영부인이란 말 안썼으면… 아내, 선거중 등판계획 처음부터 없었다”>기사에서, “부인 김건희 씨는 언제 등판할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영부인이라는 말은 쓰지 맙시다. (아내의 선거 중 등판) 계획은 처음부터 없었다. 제 처는 정치하는 걸 극도로 싫어했다.”고 답했습니다.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윤 후보는 이날 전북 언론인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저는 그냥 ‘누구 씨’나, 조금 존칭해준다고 하면 여성을 존칭할 때 쓰는 ‘여사’라는 말 정도에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밝혔습니다.

 

■ ‘영부인제’ 없앤다? → 법적으로 없는 제도로 불가능

‘영부인(令夫人)’은 남의 아내에 대한 일반적인 높임말로 부인(夫人)과 같은 뜻입니다. 영(令)은 접두사로서 남의 가족을 경의를 표하여 부를 때 명사 앞에 붙이는 말입니다. 남의 앞에서 그의 부인을 높여 부를 때 영부인(令夫人), 아들은 영식(令息), 딸은 영애(令愛)라고 합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방송 등에서 부인인 육영수 여사를 이름 없이 그냥 영부인이라고만 지칭하면서 대통령의 부인만을 특별하게 가리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

헤럴드경제가 제목에 언급한 ‘영부인제’라는 제도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법적 지위나 역할, 책임이 있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4조(경호대상)에 포함된 것이 그나마 유일한 법적 언급입니다.

이 때문에 ‘영부인제 없애겠다’는 헤럴드경제의 문구는 윤 후보의 원래 발언과도 다르지만, 잘못된 표현입니다. 존재하지도 않는 ‘영부인제’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 ‘영부인’ 담당 조직 없애겠다? → 이혼하지 않는 이상 어디선가 담당해야

‘대통령 부인’은 법에 명시된 권한이나 요구되는 임무는 없으나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해외순방 시 동행, 국내외 귀빈 방문 시 접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 복지, 교육, 문화 등의 분야에서 대외 활동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한국 대통령 부인의 경우 초대 이승만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오스트리아 출신)에서부터 현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대통령 행사에 동행하거나 별도의 단독 행사를 주관하는 등 대외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대통령이나 총리의 관저에 대통령 부인을 위한 비서관과 대통령부인실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부인 관련 업무는 청와대 제2부속실이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통령 부인은 정부 예산과 국민 세금으로 청와대 부속실의 지원과 경호를 받아 대통령과 함께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거의 모든 해외 순방에 동행합니다. 선출직도 임명직도 아니지만 ‘공인’으로 여기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후보의 동아일보 인터뷰 중 해당 발언의 요지는 ‘영부인을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의 제2부속실도 폐지할 생각인가.’라는 질문에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대통령 부인은 그냥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배우자라는) 법 외적인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건 맞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김건희 씨에게 공적인 역할을 맡기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M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M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하지만, 취임 전에 이혼을 하거나 당선 후 부인이 대외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청와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해당 발언이 실행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내 일정은 별개라 하더라도 외교행사나 국제행사 등에서는 각국 정상이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혼인 대통령이 임기 내내 부부동반 외교 행사에 혼자 참석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미국 대통령이 부부동반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 대통령 부인을 응대해야 하는 건 한국대통령 부인인 게 자연스럽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국가이미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제2부속실 해체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배우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 배우자를 보좌하고 담당할 조직이 필요합니다.

 

■ 대통령 배우자도 중요한 선택 요인

서초구청장을 지낸 조은희 국민의힘 국민공감미래정책단 공동단장은 2006년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시절,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치학회 소속 학자와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한 역대 영부인에 대한 설문조사’와 ‘영부인을 보좌했던 공직자와 대통령 부인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언론인 등 영부인과 공·사적으로 가까웠던 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인터뷰’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통령 부인 평가에 관한 연구’와 ‘대통령 배우자의 바람직한 역할과 자질’이라는 두 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영부인이나 대권주자의 부인을 옆에서 지켜본 결과 상상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제대로 된 기록이나 업적 평가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었다”며, “연구결과는 후보뿐만 아니라 후보 부인도 ‘대통령 만들기’의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후보 배우자도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의당 초대 공동대표를 지낸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도 2009년 11월 월간조선의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 연구-21세기의 퍼스트 레이디는 단순한 내조자가 아닌 ‘정치적 행위자’>라는 기사를 통해, “대통령 부인이라는 자리는 선출직도 임명직도 아니지만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다.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고 측정하기도 어렵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숨은 권력인 셈이다.”라며,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정치적 영향력을 인정하고, 그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부정성을 막고 긍정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요청된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일보가 실시한 퍼스트레이디 관련 설문조사에는 당시 유권자의 90%가 대통령을 뽑을 때 배우자도 중요한 선택 요인이라고 응답했고, 지지하는 후보의 배우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철회하겠다는 사람도 절반을 넘었습니다.


정리하면, 윤석열 후보는 '영부인'의 호칭과 역할에 대해 부정적이며, 담당 청와대 조직 해체를 언급했지만 이혼을 하거나 배우자가 은둔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해 보입니다. 또 국민들은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과 이에 따른 검증에 대해 관심이 높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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