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또다시 퍼지는 코로나19 백신 허위정보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1.12.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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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산 맞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진다”?, “코로나 백신에 기생충 있다”?, “위드 코로나 시행 국가 가운데 한국만 유독 역주행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주장입니다. 지난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MBN 방송화면 갈무리
MBN 방송화면 갈무리
1. 코로나19 백신 맞으면 면역력이 떨어진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오히려 면역력 자체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블로그에서 공유되고 있는 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을 손상시켜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다른 감염에 취약하게 한다는 내용입니다.

바이러스 면역학 전문가인 서울대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는 제대로 면역이 되려면 바이러스에만 정확하게 항체가 결합해야 하는데 백신을 맞아 생긴 항체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정상 세포를 파괴하거나 정상 세포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주장이 나온 배경을 두고서는 항체의존면역증강(ADE) 현상을 ‘백신 접종하면 면역이 떨어진다는 것’으로 혼동한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DE는 백신접종으로 만들어진 항체들 중 질 낮은 항체가 바이러스를 제대로 중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현상입니다. 바이러스가 면역세포 속에서 증식하게 되고 결국 면역세포가 죽게 되면서 면역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는 게 안 교수의 설명입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몸이 선천적인 면역 능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질병 예방이 안 되기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후천적으로 면역을 만들어주는 게 백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엄 교수는 후천적인 면역이 만들어지는 방법은 그 병에 걸리든가 아니면 백신 접종을 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백신 접종은 면역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백신을 접종해서 면역이 떨어진다는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 백신 맞으면 면역력 저하’를 주장하는 국내 게시물들의 대부분은 마이크 애덤스라는 인물이 운영하는 내추럴 뉴스(Natural News)라는 웹사이트를 출처로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애덤스는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우리 몸은 자연적인 면역과정을 갖고 있는데 백신은 면역 체계를 손상시켜 다른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어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몸이 더 아파진다고 주장했습니다.

2009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권위 있는 팩트체크 사이트인 폴리티팩트(PolitiFact)는 마이크 애덤스의 게시물 다수를 거짓으로 분류했습니다. 2017년 2월 구글은 검색 결과에서 내추럴 뉴스가 생산한 14만 페이지를 삭제했습니다. 2018년 3월에는 유튜브가 내추럴 뉴스의 동영상 채널을 서비스 위반을 이유로 삭제했습니다. 내추럴 뉴스는 페이스북에서도 가장 유명한 백신 반대 사이트 중 하나입니다. 페이스북은 2020년 5월, 콘텐츠를 스팸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게시했다며 내추럴 뉴스를 퇴출시켰습니다.

 

2. "코로나 백신에 기생충 있다"?

최근 한 산부인과 의사가 코로나 백신에서 미생물이 다량 발견됐다는 주장을 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MBCMBN에서 확인했습니다.

지난 13일 한 학부모 단체의 청소년 백신 접종 반대 회견에 자신을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발언자가 등장해, “백신을 배양한 뒤 특수입체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정체불명의 미생물 확인체를 발견했다”며 자신의 SNS에도 ‘백신에 알수 없는 기생충과 미생물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해당 주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 퍼지며 큰 논란이 됐습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정부와 전문가는 그럴 수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백신 제조과정에서 멸균이 되고 허가과정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는 데다, 영하 50도의 환경에서는 미생물이 살 수도 없다는 것입니다. 이미 외국에서도 한두 달 전 SNS를 타고 퍼졌다가 팩트체크 보도로 일단락된 사안입니다.

기생충 전문가인 단국대 서민 교수도 백신에 기생충이 들어갔다고 해도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발언자가 정말 현미경으로 뭔가를 본 것이라면, 백신 나노입자를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해당 의사는 ‘직접 봤다’는 것 외엔 뚜렷한 과학적 의학적 근거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발언을 가짜뉴스로 규정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고,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회원에 대해 “코로나 위기상황에 국민 신뢰를 저해했다”며 중앙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습니다.

 

3. ‘위드 코로나’ 이후, 한국만 ‘역주행’?

지난달 1일 ‘위드 코로나’ 이후, 기대와는 달리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다시 방역이 강화됐습니다. 한국 정부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를 성급히 시행했다는 비판과 함께 “위드 코로나 시행 국가 가운데 한국만 유독 역주행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한국의 치명률 그래프 추이를 세계 평균 치명률, 그리고 세계은행 기준 ‘고소득 국가군’과 비교했습니다. 최근 6개월 동안 한국의 치명률은 0.5%를 밑돌았습니다. 세계 평균은 물론, 고소득 국가군 평균에 비해서도 낮았습니다. ‘K방역’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10월쯤 치명률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11월 1일 ‘위드 코로나’ 이후, 고소득 국가군 평균을, 이번 달에는 세계 평균까지 넘어섰습니다.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 한국의 치명률은 지난 12일 1.62%를 찍었습니다. 당시 세계 평균은 1.21%였습니다. 세계적으로 치명률 등락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의 치명률 증가율이 높은 편인 건 사실입니다.

주요 선진국의 ‘위드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습니다. 7월 19일을 ‘자유의 날’(Freedom Day)로 선포하고 과감한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폈던 영국을 비롯해, 싱가포르(8월 10일), 독일(8월 24일), 덴마크(9월 10일), 네덜란드(9월 25일), 호주(10월 11일)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 호주는 위드 코로나 이후 치명률에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반면, 싱가포르와 덴마크는 치명률이 치솟았습니다.

싱가포르는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사적 모임을 다시 2명으로 제한했고, 재택근무 의무화 조치로 원상 복귀했습니다. 치명률이 증가했던 건 위드 코로나와 동시에 유행하던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다만, 방역을 다시 강화한 이후 치명률이 감소했고, 최근까지 0.5%대를 유지하면서 방역 수준은 다시 약화됐습니다.

덴마크는 9월 10일 덴마크는 코로나19를 ‘치명적인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고,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모임 제한을 해제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직후 치명률이 1% 넘게 오르긴 했지만, 금세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덴마크는 사실상 코로나19로 인한 모든 방역조치를 해제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위드 코로나 50일이 지난 지금, 한국의 치명률은 다른 선진국 국가들의 위드 코로나 전후와 비교할 때, 이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6개 나라를 비교해보면, 위드 코로나 이전과 이후 상당수가 치명률에는 큰 변화는 없었고, 순간 급증했더라도 시간이 지나 회복세를 보였던 건 사실입니다.

세계적으로도 확진자 수가 10월 이후 급증하고 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치명률은 낮아지고 있습니다. 치명률은 확진자 수 대비 사망률이기 때문에, 그만큼 모수가 커져서 치명률이 낮아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한국은 확진자 수도 가파르게 늘면서, 동시에 치명률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누적 확진자가 12월 21일 현재 200명대로, 확산세는 크지만 아직은 제한적입니다. 외부 변수보다 내부 방역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싱가포르는 위드 코로나 이후 치명률이 치솟았지만, 내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라는 외부 변수의 영향이 컸습니다. 실제, 감염 취약계층인 고령층 돌파감염의 증가와 함께 병상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목숨을 잃는 사례가 늘어나 치명률 급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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