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김건희, 사과 뒤에도 풀지 못한 의혹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2.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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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을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윤석열의 아내’라고 소개한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 사과했다. 김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습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돌이켜 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입니다”라고 말했다. 모든 것이 잘못이고 불찰이라는 김씨의 말과는 달리 국민의힘 선대위는 14페이지 분량의 해명자료를 통해 '허위'보다는 ‘부정확한 기재’에 방점을 찍었다.

뉴스톱은 국민의힘 선대위의 해명자료를 분석했다.

①교생, 실기강사가 정교사로 둔갑 →공소시효 만료

국민의힘은 해명자료를 통해 초중고 근무 이력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대표가 숙명여대 교육대학원(미술교육 전공) 재학 중이던 1997년부터 1998년까지 대도초등학교에서 실기 강사 근무, 1998년 광남중학교 교생 실습, 1년간 영락여상 미술강사로 근무한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허위 이력 의혹에 대해서는 ‘부정확한 기재’, ‘잘못 기재’, ‘부정확한 표기’라고 해명했다.

출처: 권인숙 의원실
김건희씨가 2004년 서일대에 제출한 이력서 일부. 출처: 권인숙 의원실

 

먼저 김건희씨의 서일대 이력서를 살펴보자. <지난 강의 경력>이라는 항목에 '2급 정교사 자격증 취득' 이라는 문구를 가장 먼저 적어놨다. 그 아래 '1997~98 서울대도 초등학교 근무', '1998 서울광남중학교 근무', '2001 서울 영락고등학교근무' 라고 적었다. 2001년 한림성심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는 '서울대도초 실기강사', '광남중 교생실습'이라고 적어냈지만 2004년에는 '실기강사'와 '교생실습'이라는 말이 빠졌다. 이력서를 읽는 사람이 2급 정교사를 가지고 정식 교사로 근무했다는 뉘앙스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김건희씨는 영락고등학교에 근무한 적이 없다. 다만, 영락여상에 강사로 출강했을 뿐이다.

관련 대법원 판례를 찾아봤다. 대법원 1992. 6. 9. 선고 91도2221 판결이다.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며,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였다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서일대 채용 담당자가 김건희씨가 사실과 다르게 적어낸 근무이력을 보고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 채용에 이르게 됐다면 ‘위계’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된다.

서일대 채용은 2004년의 일이라 업무방해(7년), 사기(10년) 등 적용할 공소시효가 모두 지났다. 법적으로는 책임을 묻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②시효가 남아있는 사안들→안양대, 국민대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과 관련해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것은 안양대와 국민대 채용과정이다. 수사기관이 김씨가 허위 이력을 제출해 학교를 속여 경제적 이익을 챙겼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김건희씨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
김건희씨가 2013년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

 

안양대 채용에 제출한 이력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영락고 미술교사(2급 정교사), 서울대 경영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석사), NYU Stern School Entertainment & media Program 연수와 수상 경력이다.

국민의힘은 영락고 미술교사(2급 정교사) 기재에 대해 “김건희 대표가 영락여상을 영락고등학교 내지 영락여자고등학교라고 잘못 기재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영락고와 영락여상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2001년 학교 통폐합 및 교명 변경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변경된 교명을 혼동했던 것으로 보임”이라고 옹호했다. ‘정교사’ 기재에 대해서는 “2급 정교사 자격 취득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기재했다”며 “정교사 재직자가 임시직인 시간강사, 겸임교수에 지원하는 경우는 없어 혼동을 일으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부정확한 표기였다”고 해명했다.

영락여상은 2010년 영락유헬스 고등학교로 개편됐고 2019년에는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로 다시 이름을 바꿨다. 영락고는 1982년 영락상고에서 변경 인가된 이후 교명 변경이 없다. 영락여고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학교다.

국민대 채용과정에서 이력서에 적어내기도 한 서울대 경영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석사) 이력과 관련해서 국민의힘은 “일반대학원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기를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송구하다”면서도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던 김건희 대표는 학계의 정확한 용어나 체계에 익숙하지 않아 통상 부르는 대로 ‘경영대학원’으로 기재했다”고 해명했다. 서울대 경영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과정은 김건희씨가 졸업한 경영전문대학원 EMBA과정과는 전혀 다르다.

뉴욕대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선 “안양대 지원서에는 ‘연수실적’란이 따로 없어 ‘학력’란에 당시 프로그램명과 함께 ‘연수’ 사실을 명기하여 기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서울대 글로벌 리더 과정에 포함된 것으로 사실상 견학 프로그램에 가깝다. 앞선 수원여대 제출 서류에서와는 달리 안양대 지원서에는 서울대 글로벌리더 과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

김건희씨가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 중 수상경력(사진 위)과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검색한 2004년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발 우수상 수상작(사진 아래). 2004년 시상식은 8월에 열렸고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는 그해 11월 창립했다.
김건희씨가 안양대에 제출한 이력서 중 수상경력(사진 위)과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검색한 2004년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발 우수상 수상작(사진 아래). 2004년 시상식은 8월에 열렸고 에이치컬쳐테크놀로지는 그해 11월 창립했다.

 

안양대 지원서에 기재된 수상경력에 대해서도 김건희씨와 국민의힘은 명쾌히 해명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2006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수상 기재의 경우 데이터베이스 ‘아라리스’에 ‘김명신 기획’으로 참여한 기록이 확인된다”며 “다른 수상 기재의 경우 에이치컬처테크놀러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과정에서 회사의 홍보 포트폴리오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으로 단체 수상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부정확한 기재이자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004 서울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발 우수상(SICAF)'라고 적어낸 수상 경력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해당 시상식은 2004년 8월에 열렸는데, 에이치컬처테크놀러지는 2004년 11월 창립했다. 회사 수상 경력을 부정확하게 기재했다는 해명도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회사 설립이전에 대표 개인명의로 수상한 작품을 김건희씨가 자신의 이력서에 수상 실적으로 적어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에이치테크놀로지는 설립일 이전 기획 단계부터 당시 대표이사와 함께 일을 하였고, 설립 후에 정식으로 합류하여 계속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출처: 국민의힘
출처: 국민의힘

 


김건희씨 본인은 울먹이면서 사과했지만 국민의힘이 공개한 설명자료를 보면 조작 의혹이 제기된 이력에 대해 '잘못 기재한 것은 맞지만 허위는 아니다'라는 취지로 해명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부정확한 표기'와 '잘못 기재', 그리고 '허위' 또는 '조작된 이력'의 경계는 어디에 있을까?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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