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귤 주무르면 생기는 변화?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1.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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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이 잘 까진다!!

감귤의 계절이다. 새콤달콤 향긋함을 멈출 수 없다. 재배기술이 발달해 웬만하면 달지 않은 것도 없다. 그런데 귤에 대해 이것저것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꽤 눈에 띈다. 뉴스톱이 팩트체크 했다.

출처: 다음 뉴스검색
출처: 다음 뉴스검색

 

①귤 주무르면 더 달다? → 근거 없음

인터넷을 검색하면 귤을 더 맛있게 먹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네티즌들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블로그에서부터 공신력 있는 대형 언론사들의 기사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일부 기사에선 꽤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귤을 주무르거나 던지는 등 충격을 가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에틸렌(Ethylene)’이라는 성분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귤의 숙성을 유도해 당도를 무려 20%나 상승시켜 실제로 귤의 단맛이 강해진다”는 식이다. 키즈현대 사이트 등 일각에선 "귤을 주무르면 귤 알갱이가 조금씩 터지면서 신맛을 내는 유기산이 귤 전체에 퍼져 맛이 더욱 고루 느껴지게 한다"고 전한다. 
 

지난 20일 농촌진흥청 원예특작과학원 감귤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런 속설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감귤을 손으로 주물러 먹는다고 했을 때 실제로 주무르는 시간은 아주 짧아서 이로 인해 특정 성분 변화가 일어나 맛의 차이를 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또한, 과학적으로 증명된 연구 결과도 없다”고 밝혔다.

뉴스톱도 해당 속설을 검증하기 위해 관련 논문을 검색해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기사로 검색되는 가장 오래된 콘텐츠는 2012년 9월 동아사이언스의 보도다. <추석 과일 맛있게 먹는 법…‘떫은 감, 때려! 사과는 구워! 배에 소금 뿌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에틸렌이 많이 분비될수록 감은 달게 되는데, 감에 충격을 주면 더 많은 에틸렌이 분비된다. 적당히 때리면 달달한 감이 된다는 것이다. 귤도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적었다. 이후 이 기사를 근거로 귤을 주무르면 당도가 높아진다는 속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에틸렌이 귤의 당도를 20% 상승시킨다는 부분도 찾아봤다. 2015년 11월 16일 KBS 보도 <[똑 기자 꿀 정보] 과육부터 껍질까지..귤 200% 즐기기>에 처음 언급된다. 해당 보도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귤에 스트레스를 주면 에틸렌의 영향으로 인해서 당도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외부에서 공격이 왔을 때 자기를 방어하기 때문에 그냥 생귤보다 당도가 약 20% 정도 상승한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고 말한다.

뉴스톱은 이 전문가에게 이 ‘연구보고’의 출처를 물었지만 찾아낼 수 없었다. 그는 "인터뷰가 오래된 일이라 기억나지 않고 관련해 남아있는 자료도 없다"고 답했다. 다만 "인터뷰 과정에서 작가가 써준 대본을 철저히 검증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뉴스톱은 해당 보도를 내보낸 KBS 기자에게도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결국 현재로선 "귤을 주무르면 더 달콤해진다"는 속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논문, 연구자료 등은 없는 셈이다. 

다만, KBS는 당시 보도에서 귤을 위 아래로 자르고 아랫쪽만 주무른 뒤 양쪽의 당도를 비교한 자체 실험 영상을 제시했다. 주무른 아랫 부분의 당도가 주무르지 않은 윗부분보다 2브릭스 정도 높게 측정됐다. 그러나 위 아래를 반으로 자른 것이 아니라 윗부분을 작게 잘라냈기 때문에 당도 차이가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  뉴스톱은 다양한 방식으로 해당 실험을 재연해 결과를 추후 보도할 계획이다.

출처: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출처: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②귤은 겨울 과일이다? → 절반의 사실

귤은 겨울 과일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동지 무렵 제주목사가 왕에게 귤을 진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야말로 사시사철 귤을 맛볼 수 있다. 온주밀감은 10월부터 2월, 황금향은 11월 하순, 레드향은 1월, 한라봉과 천혜향은 2월, 카라향은 5월부터 시장에 선보인다. 하우스감귤이 5월부터 9월까지 출하된다. 감귤 달력이 비는 시기는 9월 하순 정도 뿐이다.

출처: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출처: 농촌진흥청 감귤연구소

 

③귤은 모두 로열티 지불하는 외래종이다? →사실 아님

예전엔 일본 등지에서 도입한 외래종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국산 품종도 다양하게 개발돼 출시되고 있다. 단맛이 많고 신맛이 적은 ‘하례조생’은 11월 중순부터 맛볼 수 있다. 과즙이 풍부한 ‘윈터프린스’와 당도 15브릭스의 고당도 작은 감귤 ‘미니향’도 출시됐다. 제주 지역에서 재배되는 레몬 중 ‘제라몬’도 순수 국산 품종이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④곰팡이 핀 귤은 버려야 한다 → 대체로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12월 27일 <겨울철 감귤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은?>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식약처는 “겨울철 대표 과일인 감귤에 자주 피는 곰팡이가 두드러기, 발진 등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면서 보관 및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감귤을 구입 후 곰팡이가 있는 감귤이 보인다면 고민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며 “눈에 보이는 곰팡이는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감귤처럼 무른 과일에는 이미 곰팡이가 깊숙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른 귤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안전한 보관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로 해석된다. 실제로 살짝 곰팡이가 피어나는 초기에는 상한 부분만 떼어내고 먹어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감귤연구소 연구진들의 견해다. 그러나 곰팡이가 피기 시작해서 하루 이틀 지나면 먹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다른 귤까지 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한 귤을 발견하면 즉시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귤이 귀한 시절에는 상한 부분만 떼고 먹어도 무방했겠지만, 그렇지 않은 요즘엔 혹시 모를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⑤귤은 제주에서만 자란다? →사실 아님

비닐하우스 등 시설재배되는 감귤은 경기도, 강원도 등 이미 전국적으로 재배되고 있다. 시설이 아닌 노지에서는 경남 통영시 욕지도, 전남 완도군 소안도 등 남부 지역 일부에서 재배되고 있다.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⑥귤은 베란다에 보관해야 제 맛? → 냉장 보관이 현명

상자 단위로 귤을 쟁여놓고 먹는 소비자들이 많다. 베란다에 보관하는 집도 많고 부엌에 실온 상태로 보관하는 집도 많다. 귤을 맛있는 상태로 오래 보관하려면 어떤 조건이 좋을까?

감귤연구소는 “감귤 사이에 공간을 두어 공기가 통하게 한 다음 서늘하고 그늘진 곳에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습도가 너무 높은 경우에는 푸른곰팡이 등으로 부패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환기를 해야 하고, 반대로 너무 건조하면 신선한 맛이 빨리 없어지기 때문에 신문지 등으로 덮어 적정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식약처는 “감귤은 보관온도 3~4℃, 습도 85~90%로 유지해 주는 것이 좋으며, 1℃이하에서는 냉해를 입기 쉽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란다에 뒀다가 바깥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면서 베란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귤이 얼어붙을 수 있다. 귤이 얼었다 녹으면 속껍질이 터지면서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에 맛이 변한다. 실온(15~20℃) 조건에선 수분이 날아가면서 신선한 맛이 떨어지고 보관 기간이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결국 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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