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 칼럼] ‘오징어 게임’ 볼 수 없는 연말 시상식

  • 기자명 노광우
  • 기사승인 2022.01.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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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 지상파 방송 3사의 시상식은 한 해를 결산하는 자리인 동시에 일종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상황이라 띄엄띄엄 앉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시상식의 객석에는 후보에 오른 예능인, 연기자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출처: 지상파 방송 3사 홈페이지
출처: 지상파 방송 3사 홈페이지

 

각 방송사는 자사의 텔레비전 채널과 라디오 채널에서 송출된 연예 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의 출연자들을 후보로 선정하고 시상식을 진행한다. 이 연말 시상식은 일종의 축제처럼 여겨지지만 자사의 프로그램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족적이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일년 동안 전체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심사하고 수상자를 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될 수 있으면 많은 연기자들에게 시상하기 위해 우수상, 최우수상, 베스트 커플상, 인기상 등 상의 범주를 마련하고 위계를 정했다. 게다가 KBS는 예전과 같이 공동수상자를 선정했다. 공동수상자를 배출하는 관행은 논외로 치더라도 수상 부문을 보면 과연 그 배우가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을 받는다는 인기상이라는 부문의 필요성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그동안 방송 3사의 프로그램 전체를 살펴보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시상식은 영화, 텔레비전, 연극 부문에서 시상하는 백상예술대상이 유일했다. (백상예술대상은 현재 5월에 개최되며 JTBC에서 중계한다.) 그리고 한국의 드라마뿐만 아니라 외국의 출품작을 심사하는 서울 드라마 어워즈가 있는데, 서울 드라마 어워즈는 지상파 뿐만 아니라 케이블 드라마, 그리고 OTT 숏폼도 심사할 수 있다.

아울러 이제 지상파 방송국 말고도 케이블과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미국 중심 OTT가 늘어나고 왓챠와 웨이브, 티빙과 같은 국내 OTT가 자체 시리즈를 제작, 편성하기 시작한 지금 상황에서는 방송국별 시상식은 그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OTT 서비스가 본격화되기 이전에 이미 TvN의 ‘응답하라’ 시리즈와 JTBC의 ‘스카이캐슬’처럼 케이블과 일부 종편의 드라마들이 기존 지상파 방송국 프로그램들보다 화제가 됐고 시청률도 높게 나왔지만, 이 작품에 등장한 인물들을 연말 방송국별 시상식에서 보기 어려웠다.

출처: 넷플릭스홈페이지
출처: 넷플릭스홈페이지

특히, 2021년의 경우, ‘D.P’, ‘오징어 게임’, ‘마이 네임’, ‘지옥’과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이 중에 ‘오징어 게임’은 현재 미국의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에서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부문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런데 정작 이 작품들과 이 작품들에 출연한 연기자들을 국내 연말 연초의 시상식에서 볼 수도 없고, 시상을 할 수도 없다. 앞으로 이런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방송국별 시상식 구조에서는 이 작품들이 수상 후보에 오르는 경우는 위의 백상예술대상과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지상파 방송국이 주관하는 데 비해 현재 국내의 주요 영화상 시상식은 주로 신문사가 주관하고 있다. 영화의 청룡상은 조선일보, 위의 백상예술대상은 예전에는 한국일보사가 주관하다가 지금은 중앙일보가 주관하고 있다. 즉, 드라마, 예능, 영화 관련 시상식은 미디어 기업들이 주관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출처: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 홈페이지
출처: 미국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 홈페이지

미국의 경우, 영화의 아카데미상은 영화 예술과학 아카데미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 Sciences)라는 단체가 주관하고,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에미상은 텔레비전 예술과학아카데미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 ATAS), 전국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 (National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 NATAS), 그리고 국제 텔레비전 예술과학 아카데미 (International Academy of Television Arts & Sciences: IATAS)가 공동 주관한다. 그리고 4대 네트워크중 한 개 방송사가 주관단체와 계약해서 시상식 행사를 중계한다.

한국과 미국의 영상산업의 발전경로가 다르기에 한국의 시상식이 미국의 시상식 방식을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지상파 방송국 이외의 채널에서 방영될 양질의 프로그램도 수상 후보로 오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상식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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