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정말 80년대 미세먼지가 지금보다 안 좋았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1.1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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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관측사상 처음으로 120마이크로그램을 훌쩍 넘어 관측 이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차량운행 통제, 외출 자제 등의 ‘비상령’이 종종 나오는 미세먼지 최악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반면, 일부에서는 지금보다 80년대 대기오염이 더 심했다는 주장도 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의 통계자료 등을 통해 확인했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 이하인 ‘총먼지’(TSP, Total Suspended Particles)와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PM, Particulate Matter)로 구분한다. 그리고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보다 약 1/5~1/7 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약 1/20~1/30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흔히 초미세먼지로 불린다.

(출처 : 미국환경보호청 홈페이지)

정부는 1984년부터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먼지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총먼지(TSP)’를 측정하다가, 1995년부터는 미세먼지(PM10)으로 대체했다. 초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2015년부터는 미세먼지(PM2.5)를 추가했다.

연도별 대기오염 현황은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전국실시간대기오염도공개 홈페이지 ‘에어코리아’의 <대기환경연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총먼지', '미세먼지' 기준 감소세 맞아

먼저, 서울의 경우 관측 첫해인 1984년 연평균 총먼지는 210㎍/㎥이었고 1985년에는 216㎍/㎥를 기록했다. 1986년부터 감소되기 시작해 1988년에는 179㎍/㎥를 기록했고, 이후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며 1994년 78㎍/㎥를 기록했다.

또한, 1998년 전국 39개 도시에서 측정된 TSP오염도의 평균치는 64㎍/㎥으로 10년 전인 1989년의 129㎍/㎥과 비교하여 약 절반수준(50.4%)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동안 측정 도시 수가 14개 도시에서 40개 도시로 늘어난 것을 감안해 1989년부터 측정하고 있는 14개 도시만을 대상으로 오염도 변화를 분석하면 오염도 평균은 1989년 64㎍/㎥에서 1998년 72㎍/㎥으로 44.2% 감소했다.

PM10의 경우에는 측정 첫 해인 1995년 11개 도시 평균 66㎍/㎥이던 것이 1998년 18개 도시 평균 55㎍/㎥를 기록해 16.7% 감소하였다. 이후 2006년까지 51~61㎍/㎥ 사이에서 증감을 반복하다 2007년부터 대체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 49㎍/㎥, 2015년 48㎍/㎥, 2016년 47㎍/㎥, 2017년 45㎍/㎥ 등 최근에도 꾸준히 낮아진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에어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환경부 자료인 「바로 알면 보인다. 미세먼지, 도대체 뭘까?」에서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PM10) 오염도는 2001~2006년까지는 51~61㎍/㎥ 사이를 오르내렸다. 하지만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2005~2014년)」 등의 시행과 더불어 2007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기질 개선이 다소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2015년부터 측정을 시작한 ‘PM2.5’ 수치가 측정 3년 동안 25~26㎍/㎥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최근 정체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1980~1990년대보다 평균적으로 대기질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미세먼지 발생원은 흙먼지와 꽃가루 등의 자연적인 발생원과 보일러나 발전설비 등에서 석탄이나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울 때 생기는 매연, 자동차 배기가스,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먼지, 공장 내 분말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공정에서의 가루성분, 소각장 연기 등의 인위적 발생원이 있다. 

한국의 산업발전시기인 1970~1980년대 환경에 대한 고려가 거의 없던 공장시설이나 자동차 등을 고려하면 과거의 대기환경이 더 나빴던 이유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공장굴뚝과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 스모그 현상 등은 그 당시를 대표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이다.

국민들은 요즘을 최악의 대기환경으로 인식 

하지만 지난 해 10월 환경부가 국민 천여 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가 “미세먼지 오염도가 심각하다”고 답한 것을 보면, 국민들은 현재의 대기환경이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인식의 이유로는 ① 2013년부터 대기질이 악화되거나 정체되고 있는 상황 ②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 크게 나쁜 수준 ③ 잦아지고 장기화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 ④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기정체 등이 꼽히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의 수치를 비교하면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주요 선진국 도시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2016년 기준으로 미국 LA보다 1.4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보다 각각 2.2배, 2.4배, 일본 도쿄보다 2.8배 높았다.

한국 특히 서울 등의 일부 지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인구밀도가 높고, 도시화,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되어 있어 단위 면적당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고, 현재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바람 등의 기상여건도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주요 측정 기준인 미세먼지(PM10)에서는 과거에 비해 평균적으로 좋아진 것이 맞다. 하지만 국민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전반적인 대기질 수치가 정체되거나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나타나는 횟수와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최근시기를 사상최악의 대기환경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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