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한잔, 얼마나 살찔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01.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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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가 잦은 음주애호가들이 하는 변명 중에 ‘술 자체는 0칼로리’, ‘알코올 도수가 낮은 맥주는 칼로리가 낮아서 괜찮다’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로 시판되는 주류에 열량을 표시한 제품은 찾기 어렵습니다.

<뉴스톱>은 2018년 1월 12일 발행한 ‘술+담배=뱃살! 다이어트?’기사에서 ‘안주는 먹지 않고 술만 마시면 살이 안 찐다.’는 주장에 대해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한 바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술에 함유된 알코올은 1g당 7kcal의 열량을 내지만 열량 이외에 다른 영양성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렇다면 주종별 열량은 얼마나 될까요?

 

족발이나 치킨에 폭탄주 = 하루 필요 열량 넘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3년 12월, 국민 건강과 주류안전관리 정보를 제공하는 ‘주류안전정보’ 홈페이지를 개설하면서, “술의 칼로리는 맥주(500cc)는 185kcal, 소주(1잔)는 54kcal, 막걸리(1잔)는 92kcal로써 소주 1병(408kcal)은 여의도 63빌딩을 1회 올라갈 때 소모되는 열량과 비슷하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 12월 16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매출액·시장점유율 상위 랭크 제품 맥주 10개, 소주 5개, 탁주 5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0g당 평균열량은 맥주 47.6kcal, 소주 117.3kcal, 탁주 50.3kcal로 조사됐으며, 1병(캔)당 평균열량은 맥주(500ml 기준)가 236kcal, 소주(360ml 기준) 408kcal, 탁주(750ml 기준) 372kcal로 소주·탁주의 경우 한 병을 마실 경우 쌀밥 한 공기분(200g) 열량(272kcal)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출처: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이 하루에 필요한 평균 열량은 2500㎉ 정도입니다. 1차로 족발 안주(1인분, 768kcal)에 소주 1병을, 2차로 치킨 안주(반 마리, 최소 1000kcal 이상)에 맥주 1병을 마셨다면, 이미 하루 필요 열량을 채운 셈입니다.

술만 좋아하는 ‘주당’이거나 고단백 안주의 칼로리 폭탄을 피한다며 안주를 잘 안 먹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주를 전혀 안 먹고 소주 2병에 맥주 3병만 마셨다고 해도 하루 평균 필요 열량의 절반이 훨씬 넘는 1524kcal를 섭취하게 됩니다. 주당들이 선호하는 ‘폭탄주’ 형태로 소주 1병과 맥주 2병을 마셨다면, 총열량은 안주를 제외하고도 880kcal에 달해 한 끼 섭취량을 넘습니다.

 

국내에서도 주류 영양성분 표시 가시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알코올 소비량과 과음률은 세계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고, 국내 주류 소비량은 지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주류 제품의 열량과 영양정보 표시는 의무가 아닌 업체의 자율에 따르고 있어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섭취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해 말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류 열량 표시가 필요하다’는 답변은 65%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내에선 2015년 식약처로 주류안전관리 업무가 이관되면서 주류의 원재료명 표시가 의무화됐고, 2017년 식약처에서 주류 영양정보 제공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열량 등 정보 표시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7년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알코올이 함유된 제품에 열량 및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요 표시·광고 사항 고시’ 개정안을 이르면 2월 중 행정 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설 연휴에는 평소 절제하던 식습관이 느슨해지고 ‘술 한 잔’할 기회가 많아집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적절한 양의 술은 몸에 좋다는 생각이 많이 퍼져 있어 담배보다 술을 관대하게 여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하지만 굳이 열량을 따지기에 앞서 이미 술은 담배와 마찬가지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입니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금주’ 혹은 ‘절주’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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