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재명 때문에 안현수 외국으로 갔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02.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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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경기에서 나온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과 함께 안현수 중국 대표팀 기술코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2011년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결정은 당시 성남 시장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때문’이라고 주장하자, 민주당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중앙일보 영상 갈무리
중앙일보 영상 갈무리

서울 태생인 안현수 코치는 한국에서 ‘쇼트트랙 황제’로 불리며 각종 대회를 휩쓸었습니다. 특히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1500m 등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치며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목에 걸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무릎 부상으로 인한 훈련 부족과 기량 저하로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이후 빙상계 파벌 논란이 일자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습니다. ‘빅토르 안’으로 개명한 그는 2014년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올림픽에서 다시 금메달 3개를 목에 걸었고, 2020년 선수 은퇴 후 중국 쇼트트랙 대표팀 기술코치로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국민의힘-민주당 서로 다른 기사 공유하며 공방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8일 오후 자신의 SNS에 올린 <이재명 후보는 쇼트트랙 경기장면이 나오면, 눈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합니다>는 제목의 게시 글을 통해, “이재명 시장의 팀 해체로, 안현수 선수는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중국 올림픽에 나간 쇼트트랙 선수 응원할 염치가 있습니까?”라고 주장했습니다.

원희룡 본부장 페이스북 갈무리
원희룡 본부장 페이스북 갈무리

그러자 민주당은 몇 시간 뒤인 8일 저녁,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원희룡 정책본부장 또한 개인 SNS에 “이재명 시장의 팀 해체로, 안현수 선수는 외국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습니다. 안현수 선수의 아버지가 이미 언론인터뷰에서 “성남시청 해체되기 전에 현수는 러시아 가는 것이 확정이 돼 있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중국의 편파판정에 분노한 국민의 눈을 흐려 선거에 이용하려 이런 악의적인 흑색선전까지 일삼다니 개탄스럽습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안현수 코치의 부친 안기원 씨는 2014년 2월 17일 방송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현정 진행자의 “일각에서는 안현수 선수가 소속돼 있던 성남시청팀이 그 무렵에 재정위기 때문에 해체가 됐어요. 그러면서 안현수 선수가 소속팀을 찾지 못했고, 결국 귀화를 택한 거 아니냐 즉 성남시가 안현수를 쫓아낸 거다, 이러면서 성남시가 비난을 받고 있는데 그것도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그건 아니에요. 성남시청 해체되기 전에 현수는 러시아 가는 것이 확정이 돼 있었고, 성남시청이 해체가 안 됐어도 현수는 러시아 가기로 벌써 결정이 다 돼 있었던 상태이기 때문에 성남시청 해체가 현수의 러시아 가게 된 동기는 아니에요. 그건 잘못 알고 계신 거고요.”라고 답했습니다.

노컷뉴스 기사 갈무리
노컷뉴스 기사 갈무리

논란이 번지자 원희룡 본부장은 9일 자신의 SNS에 “이재명 후보님, 성남시 빙상팀 해체 관련 제 말이 거짓말이라고요? 이 기사로 반사”라는 글과 함께 한 인터넷매체의 기사를 공유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안 코치의 부친 안기원씨가 2011년 4월 13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안현수 선수가 한국을 떠나게 된 결정적인 이유로 ‘성남시청 빙상팀 해체’를 꼽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안현수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인터뷰서 직접 밝혀

안현수 코치의 러시아 귀화가 이재명 후보 때문이라는 주장은 지난 2014년 2월에도 한 차례 제기돼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당시 러시아 국가대표선수로 소치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안 코치가 쇼트트랙 3관왕에 오르자 귀화 이유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2월 13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가 체육계의 부조리탓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날인 14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국회 차원에서 제도상의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던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4일 후인 2월 18일, “안 선수가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에 ‘1년간 해체유예’를 요구했으나 단칼에 거절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다”며, 이재명 성남시장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민주당은 앞서 안기원 씨의 김현정의 뉴스쇼 2월 17일 인터뷰를 언급하며 반발했습니다.

대통령의 언급과 함께 정치권 논란으로 번지자, 안현수 선수는 2월 22일 러시아빙상연맹이 마련한 특별 인터뷰를 통해 직접 밝혔습니다.

노컷뉴스 기사 갈무리
노컷뉴스 기사 갈무리

안현수는 “아버지가 너무 많은 인터뷰를 했고 그런 부분에 대해 의견 충돌이 있었다”,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 부풀려졌다”고 강조하고, “쇼트트랙계에 파벌이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표팀 선발 탈락은 파벌과 무관하다”, “당시 무릎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던 자신이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선수 생명의 위기가 왔을 때 러시아에서 손을 내민 것이 귀화를 결심한 이유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2008년 좋은 대우를 받고 성남시청에 입단했는데 한 달 뒤에 다쳤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팀이 해체됐다”면서 “저를 원하는 다른 팀이 없었고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에 마음이 아팠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러 문제로 한국에서 시끄러웠고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정말 마음이 많이 아팠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이후 2017년 7월 26일 tvN 예능프로그램 <택시>에 출연해 “한국에서 설 곳이 없었다”, “팀도 해체가 되고 당시 왼쪽 무릎이 골절돼 1년 간 4번 수술을 하는 부상 때문에 국내 대회에서도 성적을 못 낼 때였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재기하기가 힘들 것 같았고 불러주는 곳도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안현수 코치의 부친 안기원 씨는 2011년 4월 13일에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2014년 2월 17일에는 민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후 대통령의 언급과 정치권공방으로 번지며 논란이 커지자, 안현수 선수는 2014년 2월 22일 인터뷰를 통해 “부상으로 선수생명의 위기가 온 시기에 국내에서는 불러주는 곳이 없었다. 당시 자신을 불러준 곳이 러시아였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2017년에도 같은 내용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2014년에도 8년 후인 이번에도 서로 다른 인터뷰를 인용하면서 상대방이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부 정파적인 언론도 같은 방식으로 동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현수 코치 본인의 해명을 언급한 곳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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