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낙동강·금강 무 배추 쌀, 당신들이 먹어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2.2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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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물로 재배한 무, 배추와 금강 물로 재배한 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실험실에서 재배한 작물이 아니다. 실제로 상업재배 중인 산물을 가져다가 실험한 결과다. 생식 독성과 간 독성 등 우리 몸 곳곳에 악영향을 미치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 그것도 미국, 프랑스 등이 정해놓은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강줄기에 보가 세워졌고 물을 가뒀다. 고인 물은 썩는다. 강물의 흐름이 느린 하구를 중심으로 여름철 잠깐 동안만 기승을 부렸던 녹조가 중상류 지역까지 퍼졌다. 강물이 보에 갇혔기 때문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 

낙동강 페놀 사태와 이번 마이크로시스틴 사태는 본질적으로는 강물에 독성물질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똑같다. 독성물질이 상수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과 대중, 정치권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강물에서 검출된 독성물질이야 정수과정에서 걸러진다는 정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어준다고 쳐도 농산물에서 검출된 마이크로시스틴은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물질은 300도의 고열에도 분해되지 않고 남아있다고 한다. 쌀을 박박 씻어서 밥을 짓든, 김치찌개를 끓이든 농산물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해법은 뭔가? 보를 열어 물을 흐르게 하면 된다. 녹조라떼가 생기지 않도록 물길을 열어주면 그만이다. 그러나 반대가 만만찮다. 일단 보를 열면 강물이 낮아져 주변 취수장이 가동되지 않는다. 취수구 높이가 항상 물이 고여있을 것을 가정하고 높게 고정시켜놨기 때문이다. 취수구보다 물 높이가 낮아지면 주변 공단과 정수장으로 물을 보낼 수 없게 된다. 

보 주변 농민들의 반발도 크다. 보로 물길이 막히면서 주변 지하수위가 높아졌고 지하수를 퍼올리는 관정 개발이 쉬워졌다. 보가 가동된 이후 10년이 넘도록 지하수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있다. 이들은 물길이 열리고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필자에겐 8살 딸이 있다. 유아기 중증 아토피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사는 "웬만하면 좋은 음식만 가려 먹이세요"라고 권고했다. 낙동강 마이크로시스틴 소식을 접한 뒤 필자는 고심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은 가려 먹어야하는지를 말이다. 

물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고 반발한다. 그러나 독성물질이 들어있는 물로 농사를 지어서 독성물질이 해외 기준치를 넘게 검출되는 작물이 생산된다면 누가 그걸 사겠나. 농민들도 내가 지은 농산물을 먹은 소비자들이 건강하길 원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낙동강, 금강에 설치된 보를 열고 깨끗한 물이 흐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가장 목소리를 높여야 할 그들은 누구일까? 바로 해당 지역에서 그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어야 마땅하다.

해당 지역에 설치된 취수구를 강 높이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꾸면 유역 공단과 정수장이 가동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기에 들어가야 할 비용은 낙동강에만 5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국회는 2022년 예산에 800억원 남짓한 돈을 반영했다. 기초조사 및 설계 용역에 들어갈 비용이라고 한다. 정부는 6년에 걸쳐 개선 공사를 완공하겠다고 한다. 그럼 6년만 참으면 깨끗한 물로 농사를 지은 낙동강 무, 배추와 금강 쌀을 먹을 수 있는 건가? 무려 6년 동안 어떤 건강 피해가 유발될지 모른다. 나는 내 아이에게 6년 동안이나 그 무, 배추와 쌀을 먹이지 않겠다.

더 큰 문제가 생겼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4대강 재자연화에 반대하며 4대강 보를 지켜내겠다고 공약했다. 녹조 문제와 거기서 파생되는 독성물질 문제는 철저히 외면한다.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행여 그 무, 배추, 쌀을 씹어먹으며 나도 먹으니 괜찮다고 하는 최악의 모습을 연출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정부는 낙동강 금강 유역에서 재배한 농산물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실태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건강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주민들에 대한 유병률 조사 등 건강영향 평가도 실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정부"를 내걸었다. 임기 말이라도, 아무리 힘이 빠졌어도 할일은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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