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체크] 기업 해고 쉬워지면 ‘이대남’에 기회? 인사담당자에 물어보니...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02.2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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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 ‘남초’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 ‘해고 자유’가 논란이 됐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7월 19일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언급한 해고프로그램이 적용되면, 기업은 주로 4050세대인 고임금·고연차 직원들을 해고하게 되고 그 자리는 신입 20대 남성(속칭 ‘이대남’)들로 충원할 거라는 내용입니다. 해고결정권을 가진 기업 대표와 담당 임원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한국사회는 1998년 경영상 사유에 의한 해고자가 12만 6,555명을 기록하는 등 1990년대 말 외환위기로 인한 구조조정과 대량해고의 아픔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이화여대 조순경 교수에게 의뢰한 ‘여성해고의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며, 당시 집중적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서 일하는 20대 사무직 여성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남성의 경우 실업자가 각 연령층에 고르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여성은 20∼29세 사이가 52.7%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해고 대상에 대한 조사는 2010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취업포털 잡코리아는 금융위기 당시 정리해고를 실시한 154개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해고 대상자가 누구인지 조사한 결과, 직급항목에서는 △1순위 사원급 △2순위 대리급 △3순위 과장급 순으로 대상자가 많이 포함돼 있었으며, 경력 년차에서는 △1순위 1년 미만 △2순위 1~3년차 △3순위 3~5년차 순으로, 성별에서는 1순위가 여성(63.8%)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급여가 많은 고위직이 우선해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해고 관련 사회적 논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1월에도 있었습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성과가 낮은 직원 해고와 노조 동의가 없어도 사회통념상 합당한 사유가 있으면 취업 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정 인사와 취업규칙 지침’을 발표했고, 노동계는 정부가 쉬운 해고를 유발할 지침을 강행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해당 지침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9월 공식 폐지됐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윤석열 후보의 주장처럼 회사가 수익구조 개편을 위해 기존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부를 만든다거나 할 때 해고나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할 수 있게 하는 등 지금보다 해고가 더 쉬워진다면 기업들은 어떻게 할까요?

“해고가 쉬워진다면 해고대상 1순위는 누가 될 것이고, 충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9개 기업의 대표 혹은 인사담당 최고책임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대상자는 대기업 임원 및 부서책임자 2명, 대기업 임원 출신 중견 및 중소기업 대표 3명, 중소기업 대표 4명이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을 더 많이 준비했는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차이를 빼고는 다 똑같은 견해를 보여서 추가로 더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해고라는 민감한 사안인만큼 개인과 해당 기업 관련 정보는 비공개 요청을 받았습니다.)

우선 해고 대상 1순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같았습니다. 고임금 혹은 직급과 상관없이 인사평가에서 문제가 있는 임직원 혹은 저성과자였습니다. 외환위기 때처럼 회사경영상의 위기라면 고임금 임직원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상시 해고를 할 수 있다면 인사평가 기준이 우선이라는 것입니다.

해고가 쉬워질 수 있다는 상황에 대한 평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이 조금 달랐습니다. 대기업 부서책임자를 거쳐 현재 중견 기업 대표를 맡고 있는 ㅅ씨는 “인사평가에 따른 저성과자 ‘솎아내기’는 이미 많은 기업에서 진행 중”이라며, “대기업 혹은 중견기업의 경우 이미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 많아서 해고가 좀 더 쉬워져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대기업 부서책임자인 ㅎ씨도 “대기업의 경우 성과가 낮은 사업부를 없애는 방식으로 이미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입장은 조금 달랐습니다. 해고가 쉬워질 경우 적용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대답이 다수였습니다. “중소기업은 업무 성과만큼 조직적응력도 중요한데 부적응자의 경우 해고사유가 불충분한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적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밖에, “회사 존폐를 걱정할 정도의 큰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해고 순위에서 임금 수준이 큰 의미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해고로 인한 결원이 생길 경우 충원에 대한 질문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장이 달랐습니다. 대기업은 우선 내부 승진이나 인력 이동 등으로 채우고 난 후 빈자리가 생기면 신입사원 채용을 통해 조정한다고 한 반면, 중소기업들은 해당 업무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부이동을 통해 메꿀 수도 있고, 해당 업무와 직급의 경력자를 채용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신입사원 채용은 우선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대체로 외환위기 이후 해고의 기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응답자 모두 이제는 여성이 해고 우선순위는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 해고가 쉬워질 경우 해고 우선순위는 연령이나 임금 기준이 아닌 인사평가가 기준이 됩니다. 해고 후 충원은 대기업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까지 이를 수도 있지만 이미 상시 ‘솎아내기’가 실행중이기 때문에 신입직원 채용이 늘어날 지는 미지수입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해고 후 채용은 그때그때 다른데 신입직원 채용이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해고가 쉬워지면 4050세대가 많이 나갈 것이고 그 자리를 20대 남자들이 채울 것이다’는 주장은 단지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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