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완성 1년 전에도 원전이 주력?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3.0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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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재개를 바라는 보수성향 언론매체와 경제지들이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한껏 고무됐다. 향후 60년 동안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에 '탈원전 정책을 포기한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업계 반응을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그러자 청와대는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을 내세워 언론의 오해라고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은 "주력 기저 전원이라는 것은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 때에 발전되는 가동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의 설명은 맞고 언론은 과연 오해를 한 것일까. 뉴스톱이 확인했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①문 대통령 발언은 모호했다

뉴스톱은 <[분석]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뒤집혔나?> 기사를 통해 이미 이 논란을 분석했다. 정책적으로 달라지는 게 아무 것도 없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새로 건설하지 않고, 노후된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갯수를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탈원전' 완성은 마지막 원전이 가동 중단되는 2084년에야 가능한 일이다.

논란이 된 지난달 25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기존의 탈원전 정책을 재확인했다.

출처: YTN 홈페이지
출처: YTN 홈페이지

② 궁색한 청와대의 해명

그러나 보수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포기한 것이라는 공세가 이어지자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은 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주력 기저 전원이라는 것은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 때에 발전되는 가동기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전력수요가 가장 적은 시간대에 가동되는 발전기라는 뜻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추정됨: 편집자주) 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기저전원을 강조한 것인데 보수 언론들은 '주력'이라는 말에 불필요하게 집중한다는 의미이다. 박 수석은 "줄여간다고 해놓고 갑자기 주력이라니 라고 오해하고 기사를 쓰거나 야당이 논평을 내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데요. 이것은 대표적으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수석의 설명은 뭔가 이상하다. 굳이 '주력'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기저전원은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에도 가동하는 발전기이다. 앞선 기사에서도 설명했지만 대부분 국가들은 변동하는 전력 수요량에 대응하기 위해 값싼 발전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한다.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대 이래로 각종 지원을 등에 업은 원전이 가장 값싼 발전 방식이었기 때문에 원전이 기저부하 역할을 담당한다. 원전은 가동이나 중단에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특성도 갖고 있어 첨두 부하 대응보다는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것이 적합하다. 석탄 발전도 원전과 함께 기저부하를 담당해왔다.

마지막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2083년을 상정해보자. 별 탈 없이 원전을 사용한다면 이 마지막 원전은 기저부하용으로 사용될 것이다. 1400MW급 신고리 6호기이다. 이 원전 한 기가 기저부하용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도 '주력' 기저 전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원전의 발전비중은 6~7%에 그친다. 사실상 발전믹스에서 '주력'이라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말꼬리 잡자는 게 아니다. 그러나 지금 이 대통령 발언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은 언론의 오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가 쓰지 않아도 될 '주력'이라는 말을 굳이 사용했기 때문에 사달이 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력'이라는 말을 사용했는지, 이를 서면 브리핑으로 전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말을 옮기면서 실수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이 진행될수록 원전이 '주력' 기저전원 지위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하다. 정말 원전이 기저전원의 주력이 되려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 

출처: 2050탄소중립위원회 홈페이지
출처: 2050탄소중립위원회 홈페이지

③억지

2050넷제로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엔 화력발전이 전면 퇴출되거나 극히 일부만 잔존하게 된다. 원전과 함께 그동안 기저 부하의 양축을 담당했던 석탄 발전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석탄 발전이 사라져도 원전은 향후 상당기간 동안 발전을 담당하면서 기저전원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박 수석의 발언엔 이런 의미가 담겨있지 않다. 

그는 기저전원을 설명하는 말에 '주력 기저전원'을 갖다 붙이고는 언론 탓을 해댄다. "새 것 짓지 않고, 노후된 것 인위적으로 수명 늘리지 않고 퇴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되 안전이 확인된 것은 쓸만큼 쓴다." 이렇게만 말하면 아무런 억측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원전 업계와 지지세력의 기대를 부풀릴 의도로 해당 발언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원전 수출은 당연하다"는 발언과 ▲건설이 지연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빠른 시간 내에 정상가동할 수 있도록 점검해달라는 요구, ▲소형모듈원전(SMR), 핵융합 연구, 원전 해체 기술 등 원전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 등을 함께 내놓으면서 원전 지지세력 달래기에 나선 모양새가 연출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청와대의 의도는 정확히 무엇인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방향 전환인지 불분명하다. 만약 유지라면 대통령의 발언은 실수다. 실수는 인정하면 그만이다. 전달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거나 불필요한 표현이 들어갔다면 사실대로 해명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이 나서서 사실과 다른 해명을 하는 것은 억지스럽다. 


뉴스톱은 "주력 기저 전원이라는 것은 전력 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 때에 발전되는 가동기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말"이라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름으로 판정한다. 전력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 때에 가동되는 발전기가 기저 전원이다. '주력'은 불필요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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