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최저임금제·주52시간제·여성가족부 폐지한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22.03.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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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끝나자마자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 화제가 됐습니다. 대선 다음 날인 10일 소셜미디어에서는 “대통령 당선자인 윤석열 후보가 최저임금 제도와 주 52시간제 폐지 의지를 드러냈다.”는 내용의 게시물공유됐습니다. 댓글에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도 언급됐습니다. 해당 공약들의 실제 발언 여부와 이행 가능성을 따져봤습니다.
온라인 게시글 갈무리
온라인 게시글 갈무리
여성가족부는 폐지, 최저임금제·주52시간제는 수정 밝혀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2월 3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도도 폐지하자고 했고,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도 ‘시기상조’라고 하셨다”는 발언에 대해 “최저임금 폐지나 52시간 폐지를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답했습니다.

심 후보가 지적한 윤 당선자의 발언은 지난 해 11월 30일 당시 윤 후보가 한 중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 ‘주52시간 상한, 최저임금 등 노동자 보호정책에 대해 중소기업이 부담을 느낀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오자, 윤 후보는 “최저시급제나 주 52시간제라고 하는 게 중소기업에서 창의적으로 일해야 하는, 단순기능직이 아닌 경우에 비현실적이고 기업 운영에 정말 지장이 많다는 말씀을 들었다. 대체적으로 중소기업 경영 현실을 모르고 탁상공론으로 만든 제도 때문에 힘들다고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말씀을 많이 들었고 세부적인 의견을 주셨지만 탁상공론 탓에 중소기업을 하기 어렵다고 하셨다”며 “비현실적인 제도는 철폐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저시급제와 주 52시간제 폐지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발언 문맥 상 ‘최저시급이나 주52시간제와 같은 비현실적인 제도는 의견을 모아 철폐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보도한 언론이 많았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김은혜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52시간제를 철폐하겠다는 말은 문단을 하나의 문장으로 임의 압축한 것일 뿐 후보가 직접 발언한 취지와 사실 관계가 다르다”며, “52시간제나 최저시급에 대해 현장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고충을 들었음을 확인한 것이며, 다음 정부에선 현장과 괴리된 여러 제도를 철폐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린 것뿐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윤 후보는 다음 날 독립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주 52시간을 평균으로 해서 그것이 3개월이든 한 달이든 6개월이든 경우에 따라 업종에 따라 1년이든 유연성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12월 14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도 “폐지를 이야기한 적 없다. 당연히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최저임금제나 주 52시간 근무제는 이미 정해져서 강행되는 근로조건을 후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윤 당선자는 주52시간제 폐지가 아닌 ‘유연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연평균 주52시간 근무를 유지하되 업종에 따라 노사 간 합의로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최저임금제에 대해서도 폐지가 아닌 수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윤 당선자는 지난 7일 경기 안양 유세에서 “최저임금을 200만원으로 잡으면, 150만원, 170만원 받고 일하겠다는 사람은 일을 못 해야 하느냐. 200만 원을 줄 수 없는 자영업자는 사업 접으라고 해야 하느냐”며 "사업장에 따라 최저임금 적용을 달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에 비해 ‘여성가족부 폐지’는 공개적으로 밝힌 공약입니다. 지난 1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렸습니다. 게시 글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이전에 여성가족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고 한 적은 있지만, 여성가족부 폐지를 명시적으로 공약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갈무리
모두 법률에 근거, 손보려면 다수야당인 민주당 협조 필요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 여성가족부는 모두 법률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간당 임금의 하한을 매년 정하는 것으로, 최저임금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또한 헌법 제32조 ①항에는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제을 폐지하려면 헌법을 개정하고 최저임금법을 폐지해야 합니다.

주52시간제는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은 근로자의 법정근로시간을 ‘1일 최대 8시간, 1주 최대 40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규정보다 초과된 시간은 연장 근로시간으로 분류되며, 연장근로시간은 1주 최대 12시간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1조의 2(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에는 “특정한 주의 근로시간은 52시간을, 특정한 날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주52시간제를 폐지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여성가족부는 정부조직법 제26조제41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를 설립·폐지하거나 개편하려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결국 최저임금제·주52시간제·여성가족부를 폐지하거나 수정하려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국회(299석)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2석으로 과반을, 여당인 국민의힘이 110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을 손보려면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패배해 야당이 된 민주당이 자신들이 만든 정책을 바꾸는 데 순순히 협조할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지난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조정할 여지 없느냐”는 질문에, “여가부 폐지는 현실적으로 법을 바꿔야 해 민주당 동의를 얻어야 된다”며, “민주당을 최대한 설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리하면 윤석열 당선자는 최저임금제와 주52시간제에 대해서는 폐지가 아닌 수정을, 여성가족부는 폐지를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법률에 근거하기 때문에 해당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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