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전투기 10대 추락·계란판 탱크, 푸틴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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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전투기 10대 추락·계란판 탱크, 푸틴의 굴욕?
  • 우보형
  • 승인 2022.03.15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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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황 부실하게 보도한 중앙일보

3월 6일, 중앙일보는 "푸틴의 굴욕…5일 하루 전투기 10대 추락, 계란판 탱크 공개"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

그림 1. 푸틴의 굴욕…5일 하루 전투기 10대 추락, 계란판 탱크 공개 중앙일보 기사 캡쳐
그림 1. 푸틴의 굴욕…5일 하루 전투기 10대 추락, 계란판 탱크 공개 중앙일보 기사 캡처

이 기사의 큰 포맷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1일째인 3월 5일의 전황 이모저모를 전하는 큐레이션 보도로 이날 러시아가 10대의 항공기를 잃었다는 내용, 보급ㆍ공병 등 지원 차량들을 통나무로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내용, 우크라이나측이 파괴한 러시아 전차의 원래 복합장갑용 충전재가 들어가야 할 외부 주머니에선 계란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됐다는 내용을 소개한다. 그런데 큐레이션 보도라 그런가 몰라도 검증이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3월 5일 러시아는 하루 최대 10대의 항공기를 잃었으니 러시아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상공의 제공권을 잡지 못한 것(그림 2)이라는 주장과 우크라이나가 파괴한 러시아 전차의 외부 주머니에서 계란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나왔는데 훔친 계란을 보관한 것 같다는 주장(그림 6)이다. 이 주장들 사실일까? 한 번 검증해 보도록 하자.

 

1. 러시아의 일일 항공기 손실이 높으니 제공권을 잡지 못한 것이다. 사실일까?

그림 2. 러시아 항공기의 3월 5일 일일 손실이 높으니(?) 러시아가 제공권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라는 중앙일보의 주장
그림 2. 러시아 항공기의 3월 5일 일일 손실이 높으니(?) 러시아가 제공권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것이라는 중앙일보의 주장

위 그림 2는 그림 1에서 언급한 3월 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상실한 항공기의 상세와 그 뒤로 이어지는 서술을 캡처한 것이다. 그리고 5일 러시아가 하루 최대 10대의 항공기를 잃은 상황을 볼 때 우크라이나 상공의 제공권을 잡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해당 주장을 검증하기 전에 아래 두 가지 역사적 사례들을 살펴보자

사례 1

표 1. 1991년 1월 17일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다국적군의 항공기 손실 상황
표 1. 1991년 1월 17일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다국적군의 항공기 손실 상황

표 1은 미 해군 수상함에서 276발, 잠수함에서 288발. 도합 564빌의 토마호크와 AGM-86 ALCM 35발을 발사하여, 이라크 전역의 주요 목표를 타격한 뒤. 항공 전력을 투입하여 공습에 나섰던. 사막의 폭풍 작전 1일차의 다국적군 항공기 손실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이날 다국적군은 F/A-18C 호넷, A-6E 인트루더, F-15E 스트라이크 이글, 각 1대와 영국 공군 파나비아 토네이도 2대, 쿠웨이트 공군 소속 A-4 1대 등 고정익기 6기를 완전 상실했고, 프랑스 공군의 재규어 4대를 시작으로 한 다수의 기체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귀환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들 중 F/A-18C 호넷은 이라크군의 MiG-25에, 파나비아 토네이도는 MiG-29에 격추당한 것이라 한다. 그럼 당시 다국적군은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일까?

사례 2

그림 3. 1999년 3월 27일, 베오그라드 인근 부다노비치 상공에서 피격, 격추된 미 공군의 스텔스 기, F-117 나이트호크의 잔해
그림 3. 1999년 3월 27일, 베오그라드 인근 부다노비치 상공에서 피격, 격추된 미 공군의 스텔스 기, F-117 나이트호크의 잔해

그림 3에서 보듯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인근 부다노비치 상공에서 유고슬라비아/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인근의 고위험 목표물을 타격하려던 F-117이 SA-3에 피격되어 격추되었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스텔스 기체 역사상 최초의 피격 기록이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났던 것으로 봐서 이 때 NATO 항공대는 유고슬라비아/세르비아 상공의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던 것일까?

익히 아시듯 사례 1은 1991년 걸프전, 사막의 폭풍 작전 당시, 사례 2는 1999년 코소보 분쟁당시의 사건들이고 걸프전과 코소보 분쟁은 항공력이 전장의 향방을 바꿀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평가되는 두 가지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사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일보 기사의 논리대로라면 해당 사례들은 제공권을 잡지 못한 사례가 되어버린다.

그럼 현실을 짚어보자 중앙일보가 언급한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주장하고, 중앙일보 기사에서도 언급된 "Oryx의 Attack On Europe"에서 검증했다는 3월 5일 우크라이나의 전과, Su-30 플랭커-C 다목적 전투기 1대, Su-34 풀백 장거리 전폭기 2대, Su-25 프로그풋 공격기 2대 등 전투기 5대와 Mi-8 힙 수송 헬기 2대, Mi-24 하인드 계열 공격 헬기 2대 등 헬기 4대를 더해도 러시아가 지금껏 손실한 항공기는 수호이 Su-25 프로그풋 지상타격기 4대, 수호이 Su-30SM 다목적 전투기 2대, Su-34 풀백 장거리 전폭기 4대와 Mi-8 수송헬리콥터 2대, Mi-24V/P 공격헬리콥터(해군용) 2대, Mi-35M 공격헬리콥터 2대, Mi-24인지 Mi-35인지 불분명한 공격헬리콥터 3대가 격추되고, 이 외에 Ka-52 공격헬리콥터 2대는 피격되었지만 모두 파일럿이 탈출한 피해 상태다. 만일 러시아에만 항공기 손실이 있었다면 중앙일보의 주장이 그나마 신빙성이 있다 하겠으나 항공기 손실은 러시아만 겪은 게 아니다. 우크라이나 또한 Su-27 전투기 3대, MiG-29 전투기 1대, Su-25 지상타격기 2대에 더해 헬리콥터 11대를 상실한 상태다.

보다 중요한 문제는 이것이다. 개전 이래로 러시아는 고정익기 10대, 헬리콥터 11대를 전장에서 잃었고, 우크라이나는 고정익기 6대를 잃은 상태인데 과연 양측이 느끼는 부하가 동일하냐는 점이다. 3월 4일에 승인된 필자의 기사, "[팩트체크] EU, 우크라이나에 전투기까지 보낸다?"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러시아의 침공 전에 우크라이나 공군이 갖고 있던 전술기 전력은 MiG-29 전투기 37대, 수호이 Su-27 전투기 32대, 수호이 Su-24 전술공격기 12대, 수호이 Su-25 지상공격기 17대뿐이다. 반면 러시아가 갖고 있는 전술기 전력은 수호이 Su-57 14대, 수호이 Su-35S 101대, 수호이 Su-34 전술공격기 131대; Su-30M2 다목적전투기 19대 Su-30SM 다목적전투기 119대, 수호이 Su-27 전투기 103대, 수호이 Su-24M2 전술공격기 80대. (+ 수호이 Su-24MR 전술정찰기 79대), MiG-35 다용도 전투기 25대, MiG-29 다용도 전투기 280대, MiG-31 250대를 갖고 있다. 물론 이 전력이 전부 우크라이나에 투입된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의 항공기 손실이 끼치는 부하는 우크라이나쪽이 훨씬 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우크라이나가 NATO 소속 동유럽 국가들에게서 구 소련제 전술기들을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것을 볼 때 하루 소모가 조금 높았다는 것만으로는 러시아가 제공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단언하기는 쉽지 않다.

사실 러시아가 제공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증거는 또 있다. 우선 손실 기체들의 임무 유형이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상실한 기체는 아래 그림 4처럼 제공 기체가 많다.

그림 4. 2022년 3월 3일, 키로보흐라드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들의 공격을 피격, 격추된 미 공군의 스텔스 기, F-117의 잔해
그림 4. 2022년 3월 3일, 키로보흐라드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들의 공격을 피격, 격추된 우크라이나 공군 Su-27의 기록

"Oryx의 Attack On Europe"의 우크라이나군 Su-27 격추 사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피격 및 격추상황이 공개된 사례로 키로보흐라드 (Кропивницький) 상공에서 러시아군 전투기들의 내습 당시 요격에 나서 다른 우크라이나군 기체들의 대피시간을 벌어주고 격추되었다.

반면 러시아 측 손실은 전투기가 아니라 대체로 지상타격기거나 지상타격이 가능한 기체들뿐이고, 이들 가운데 우크라이나 공군 전투기에 의한 손실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물론 우크라이나측에서는 키이우의 유령이 다수의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한 것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Oryx의 Attack On Europe"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증거보다도 위키피디아의 "Air supremacy(제공권)" 항목에 제공권을 정의하는 명확한 지침이 있다.

그림 5.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제공권 캡처
그림 5. 위키피디아 영문판의 제공권 캡처

그림 5의 녹색 상자 부분을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적대 세력들은 종종 파격적인 전술을 채택하거나 식별상의 약점을 무차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공권을 잡았다는 것이 아군 항공기의 손실이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코소보에서 NATO군은 제공권을 가졌지만 세르비아의 지상 방공시스템에 스텔스 공격기를 격추당한 사례가 있다.

제공권이라는 용어적, 개념적 정의에 더하여 미국의 디펜스원 사이트에 3월 11일에 올라온 "러시아 제트기는 하루에 200소티 정도의 임무비행을 하지만 자국 영공에서 무기를 투사한다.(Russian Jets Flying 200 Sorties a Day, But Firing from Their Own Airspace, Pentagon Says)"라는 제목의 아티클에 따르면 "러시아는 매일 약 200소티의 대 우크라이나 임무비행을 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하루에 약 5~10 소티 비행하는 것이 전부다. (중략) 러시아인들은 또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항공기들을 우크라이나 국경 영공 내에 진입하지 않고 국경 밖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다."며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양측이 보수적으로 공군력을 사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즉 양쪽 모두 서방과 다른 방식, 즉 제공권을 확보한 뒤 확보된 제공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전과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항공기 전력은 지상군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수준으로만 사용한다는 종래 붉은공군의 항공력 운용방식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행태를 보여준다는 점을 감안해볼 때, 중앙일보가 추정한 유도무기의 부족도 딱히 근거가 있지는 않으며 작전의 전개나 항공력 투사 형태가 서방에서 인지하는 제공권의 정의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 좀 더 사실에 가까운 현황파악이고 서술이라 하겠다. 따라서 러시아가 제공권을 잡지 못한 것이라는 중앙일보 기사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고 판정하겠다.

 

2. 우크라이나가 파괴한 러시아 전차의 외부 주머니에서 계란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나왔다, 훔친 계란을 보관한 것이 분명하다는 데 사실일까?

그림 6 파괴된 러시아 전차에서 원래 복합장갑용 충전재가 들어가야 할 외부 주머니에선 계란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됐다는 중앙일보 기사 캡처
그림 6. 파괴된 러시아 전차에서 원래 복합장갑용 충전재가 들어가야 할 외부 주머니에선 계란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됐다는 중앙일보 기사 캡처

그림 6으로 캡처한 중앙일보 기사의 해당 부분 서술은 다음과 같다,

1. 우크라이나가 파괴한 러시아 전차의 외부 주머니에선 계란판으로 보이는 물건이 발견됐다. 이 공간은 원래 복합장갑용 충전재가 들어가는 곳이다.

2. 복합장갑은 세라믹과 같은 비금속 복합재로 만든 장갑이다. 러시아는 장갑이 약하거나 취약한 부분에 복합장갑 주머니를 달아 전차의 방어력을 보강하고 있다.

3. 굶주린 러시아 전차병이 우크라이나 슈퍼마켓에서 훔친 계란을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서방 네티즌은 ‘쇼핑백 장갑’이라고 놀리고 있다.

4.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러시아판 방산비리 때문에 저 주머니가 원래 비었는지, 아니면 약탈물을 보관하려고 뺀 것인지 확실치 않다”면서도 “러시아 전차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유난히 취약한 원인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제 이 기사의 내용을 검증해보자. 우선 아래 그림 7을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림 7.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중앙일보 게재 사진의 원본
그림 7.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중앙일보 게재 사진의 원본

그림 7은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그림 6의 원본으로 해당 포스팅에는 “우크라이나에 전개된 러시아 T-72B3 2016년형이나 T-80BVM의 사이드스커트에 부착된 '쇼핑백 아머의 내용물은 정말 계란판처럼 보인다.(The content of the 'shopping bag armour' attached to the side skirts of Russian T-72B3 Obr. 2016s and T-80BVMs deployed to #Ukraine truly look like egg cartons.)"는 멘션이 붙어 있다. 계란판처럼 보인다와 계란판이 들어있다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의미. 다른 상황일텐데 중앙일보 기자님이나 군사전문가님이나 관련 지식이 부재하시다 보니 복합장갑은 세라믹과 같은 비금속 복합재로 만든 장갑인데 굶주린 러시아 전차병이 우크라이나 슈퍼마켓에서 훔친 계란을 보관하려고 내용물을 뺐다거나 러시아판 방산비리 때문에 저 주머니가 비었다는 식으로 소설을 거하게 쓰신 듯 하다. 그럼 진실은 무엇인가? 다음 두 가지 질문을 통해 확인해보자.

A. 그림 6-7의 저것들이 정말 쇼핑백에 계란판이 맞나?

B. 그럼 러시아 전차들은 왜 저런 쇼핑백 장갑을 달게 되었나?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중앙일보 기사의 내용을 검증해보도록 하자.

 

A. 그림 6-7의 저게 정말 쇼핑백에 계란판이 맞나?

어떤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은 당연히 자료를 조사하는 것이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사진이나 영상은 간접적으로나마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강력한 도구지만 적절힌 배경지식과 해석능력이 없다면 상황을 왜곡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때문에 원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아래 그림 8은 원본 데이터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는 아주 좋은 사례다.

그림 8.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사진의 원본으로 C의 틱톡 마킹에서 보시듯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 캡처다
그림 8.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사진의 원본으로 C의 틱톡 마킹에서 보시듯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 캡처다

그림 8은 중앙일보 게재 사진의 원본인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사진의 원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확히 말하면 사진이 아니라 동영상의 캡처, 혹은 스크린샷이고 Oryx 트위터에 올라왔던 포스트 또한 마찬가지로 캡처를 보고 남긴 것으로 추측된다. 동영상은 아마도 연료부족이나. 현재 현지를 지배하고 있는 라스푸티챠의 영향으로 행동 불능에 빠진 T-72B3 2016년형의 상세 이모저모를 어딘가의 첩보기관원들이 조사하는 과정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A에선 중앙부의 전방 장갑 위쪽으로 2016년형에서 포탑 측후방에 새로 끼워진 증가장갑 블록 하나를 낼름 벗겨 놓았다는 것을 볼 때. B 나이가 그림 7의 쇼핑백 장갑은 전투 중에 파손되거나 한 것이 아니라 조사를 위해 장갑을 벗기거나 칼로 잘라봤으며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은 샘플링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가공된 사진으로 판단하여 망상의 날개를 펼치시니 "굶주린 러시아 전차병이 우크라이나 슈퍼마켓에서 훔친 계란을 보관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서방 네티즌은 ‘쇼핑백 장갑’이라고 놀리고 있다."거나 "러시아판 방산비리 때문에 저 주머니가 원래 비었는지, 아니면 약탈물을 보관하려고 뺀 것인지 확실치 않다."는 이야기를 하신 것 같기도 하다. 그럼 어째서 쇼핑백 장갑이란 표현이 나왔을까? 아래 그림 9를 보자.

그림 9. 차체 측면에 쇼핑백(?) 장갑을 두른 T-72B3 2016의 모습
그림 9. 차체 측면에 쇼핑백(?) 장갑을 두른 T-72B3 2016의 모습

그림 9는 어딘가의 행사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T-72B3 2016년형으로 차체 측면 옆으로 붙어있는 회색 가방들이 문제의 쇼핑백 장갑이다. 러시아 전차는 필자의 주 관심사가 아닌지라 저 천으로 만든 외피를 두른 증가장갑의 정확힌 이름은 알지 못하지만 해외 분석가들이 저것을 쇼핑백 장갑이라 부르는 이유는 장갑 외피가 천으로 되어 있어 얼핏 그린 쇼핑백, 친환경 장바구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계란판이라 놀림받던 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래 그림 10을 보자.

그림 10. 쇼핑백 장갑 속 계란판의 정체는 이것이다
그림 10. 쇼핑백 장갑 속 계란판의 정체는 이것이다

그림 10은 이른바 쇼핑백 장갑의 구조 개념도에 그림 7에서 잘라온 계란판(?)을 붙여놓은 것이다. A는 쇼핑백 장갑에 구조재들이 들어가는 방식을 보여주는 개념도, B는 그림 7에서 계란판(?) 부분을 확대한 것. C는 장갑판 사이에서 계란판(?),이 어떤 식으로 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모식도다. 즉 계란판(?)의 정체는 A의 그림에서는 6번이란 번호가 붙은 짙은 검은색 선으로 나타낸 것으로 아마도 금속이나 세라믹스 재질의 장갑판으로 추정되는 부품, 즉 A의 7번 부품들 사이에서 장갑판 사이의 이격거리를 확보하고 장갑판이 장갑 내에서 똑바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스페이서의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B. 그럼 러시아 전차들은 왜 저런 쇼핑백 장갑을 달게 되었나?

러시아 육군은 T-90 도입과 신형전차 T-14 아르마타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그 사이의 전력수요를 메우기 위해 노후화된 T-72B형에 새 구성 부품을 넣어, 21세기 전장 투입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능을 갖는 업그레이드 사양인 T-72B3 개수를 2013년부터 시작했다.

그림 11. 구식화된 T-72A/B의 구성품들을 교체, 새로 업그레이드한 T-72B3과 그것을 다시 업그레이드한 T-72B3 2016년형의 비교
그림 11. 구식화된 T-72A/B의 구성품들을 교체, 새로 업그레이드한 T-72B3과 그것을 다시 업그레이드한 T-72B3 2016년형의 비교

새로이 개수된 T-72B3는 2014-15년 우크라이나와의 분쟁이 벌어지자 당연히 전장에 투입되어 사용되었고, 그 결과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충하기 위해 추가적인 개수가 필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1982년 베이루트 코소보 분쟁 이후로 시가전이 주요 전장으로 떠오르다 보니 이에 대응할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리고 이에 대응할 최소한의 성능을 갖도록 만든 게 바로 이번 주인공인 T-72B3 2016년형이다.

문제는 T-72 차대가 1970년대에 1960년대에 소련이 할 수 있는 기술로 개발된 것이고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이미 중량이 41.5톤에서 46톤으로 늘어난 상태였는데 여기에 장갑을 추기해야 했다. 보다 큰 방어력이 필요하고 기존 포탑의(정확히 말하면 그 자리에 공구상자가 가려주는 구간이 있긴 했지만) 주장갑이 그대로 노출되던 포탑 측후방에는 보다 큰 방어력을 갖는 금속판과 세라믹스가 교차 적층된 전통적인 방식의 복합장갑인 렐릭트 장갑울 장착하고 보니 여유 중량이 얼마 없던 상태였고, T-72B3 업그레이드 당시에 방어력이 개선된 사이드 스커트를 채용했기에 중량 증가를 최소화하면서 필요 최소한의 방어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한 것뿐이다.

그러면 중앙일보 기사는 어째서 이러한 실수를 했을까? 그림 6을 다시 소환해보자

그림 6. 중앙일보 기사 캡처
그림 6. 중앙일보 기사 캡처

이제 오렌지색 박스 부분을 보자. "복합장갑은 세라믹과 같은 비금속 복합재로 만든 장갑이다. 러시아는 장갑이 약하거나 취약한 부분에 복합장갑 주머니를 달아 전차의 방어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앞 문장과 뒷 문장의 서술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앞 문장에선 복합장갑은 세라믹과 같은 비금속 복합재로 만든 장갑이라고 서술했는데 사실 이 서술이 틀렸다. 그림 12를 살펴보자.

그림 12. T-72B3 2016년형의 차체 측면장갑과 포탑 측후면 증가장갑 구조비교
그림 12. T-72B3 2016년형의 차체 측면장갑과 포탑 측후면 증가장갑 구조비교

그림 12의 왼쪽은 그림 10의 A에서도 사용했던 T-72B3 2016년형의 차체 측면장갑은 천으로 만든 외피 속에 세라믹스 또는 금속판 재질의 장갑판과 이 장갑판들을 이격시켜 구조재로서의 역할을 해주는 계란판으로 오해된 구조재로 구성된 그야말로 복합소재로 구성된 복합장갑임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쇼핑백 복합장갑은 그림 7, 그림 8B에서 보듯 피탄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충격을 받을 때 용이하게 분리되어 차체 스커트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그림 12 오른쪽에, 그리고 그림 8B에서 보인, 포탑 측후면용 복합 장갑은 강재 케이스 속에 강재로 추정되는 금속판과 세라믹스가 적층된 장갑판이 경사지게 적층된 방식의 전통적 복합장갑 구조체다. 정리하자면 복합장갑이란 중앙일보의 서술대로 "세라믹과 같은 비금속 복합재로 만든 장갑"이 아니라 "금속, (혹은 비금속) 외피 내에 (단수, 혹은 물성이 다를 수도 있는 복수의) 금속재와(특정성분의 비정질 소재인) 세라믹스를 포합한 그 외 비금속 복합재로 구성된 내부 구조체로 구성된 장갑재"라고 서술할 수 있으며 이른바 쇼핑백 장갑 또한 외피가 천일 뿐 훌륭한 복합장갑이다.

정리하면 러시아 전차의 장갑에 들어있는 것이 계란판이라거나 굶주린 승무원이 도둑질한 계란을 넣는 주머니라거나 러시아판 방산비리라는 중앙일보 기사의 서술은 지나친 상상력이 빚어낸 소설이거나 상세를 이해하지 못한 무지 속에 맘가는대로 쓰신 기자님의 수필이거나 그도 아니면 프로파간다를 목적으로 하는 선동이라 할 수 있다. 이 부분은 팩트여부를 판단할 것 조차 없는 오류 그 자체다.

 

3. 마치며

3월 4일에 승인된 필자의 기사, "[팩트체크] EU, 우크라이나에 전투기까지 보낸다?"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전쟁에서 공개되는 사실이란 것이 진실일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양측의 필요에 의해서 가공된 것이나 정보 수용자, 혹은 미디어를 포함한 전달자의 무지와 편견으로 인한 오류를 포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차피 전쟁의 참모습은 관련된 서류들이 기밀에서 해제되는 시점에서나 찾아볼 수 있겠지만 그조차도 기존의 프로파간다와 무지가 쌓아올린 허상에 의해 방해받는다는 사실은 항상 늘 아쉽게 생각된다. 물론 그게 전쟁만의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우보형   nextop4u@naver.com    최근글보기
2차세계대전 이후 군사사와 병기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4~2005년 <국방일보> ‘전사 속 신무기’ 연재했다. 2010년 <보급전의 역사>, 2017년 <세계의 병기 대도해>, <조지 패튼 : 내가 아는 전쟁>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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