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꿀벌 없인 인류 멸종" 아인슈타인 발언 맞아?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3.2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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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는 봄이 왔지만 벌통에서 벌이 사라졌다. 인간이 찬사를 보내는 몇 안 되는 곤충인 벌의 위기에 다수의 언론은 앞을 다퉈 벌 실종 사태를 보도했다. 기후변화, 벌 기생충인 응애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상당수의 매체들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했다. 뉴스톱은 아인슈타인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인지 팩트체크했다.

출처: 다음 뉴스검색
출처: 다음 뉴스검색

 

①아인슈타인 인용한 보도들
아인슈타인과 꿀벌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해당 발언을 인용한 보도들이 다수 검색된다. 중앙일보는 20일자 <최근 '70억마리 꿀벌' 증발..이는 "4년내 인류 멸종" 경고다? [뉴스원샷] > 보도에서 아인슈타인을 인용해 기사를 시작한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경고입니다.]라고 시작한 이 보도는 인용구의 출처는 제시하지 않는다. 다른 보도들도 마찬가지이다. 아인슈타인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 인용구의 출처를 제시한 곳은 없다.

출처: The Ultimate Quotable EINSTEIN
출처: The Ultimate Quotable EINSTEIN

 

②아인슈타인 인용구 집대성, “말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가 2011년 펴낸 ‘궁극적으로 인용가능한 아인슈타인(The Ultimate Quotable EINSTEIN)’을 살펴보자. 이 책은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1879-1955)의 발언을 집대성한 책이다.

꿀벌과 관련된 문제의 발언도 소개되고 있다. 이 발언은 ‘아인슈타인의 발언이 아닐 가능성이 큰(PROBABLY NOT BY EINSTEIN)’ 항목으로 묶여있다. 이 항목의 세부 설명에는 “웹사이트 스놉스에 따르면 이 인용구는 1994년 무렵 브뤼셀에서 벌어진 양봉업자들의 시위에서 배포된 전국 프랑스 양봉업 조합의 팜플렛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어 “그들은 아인슈타인의 1951년 12월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를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출처:
출처:출처: The Ultimate Quotable EINSTEIN

해당 편지는 "태양이 없으면 밀도, 빵도, 풀도, 소도, 고기도, 우유도 없고, 모든 것이 얼어 붙을 것이다. 생명도 없다"라고 전한다.

출처: 팩트체크 사이트 '스놉스'
출처: 팩트체크 사이트 '스놉스'

 

③스놉스, “전체적으로 고전적인 입 빌리기”

팩트체크 웹사이트인 스놉스를 살펴보자. 스놉스는 아인슈타인을 인용한 이 발언에 대해 “전체적으로 정치적인 의도로 유용한 발언을 지어낸 뒤 유명인의 입을 빌리는 고전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007년 4월에 이미 해당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를 내놓은 셈이다.

스놉스는 “우선, 아인슈타인의 글과 연설, 공개 성명서, 아인슈타인 인용문을 (학술적으로) 편집한 내용을 검색하면 ‘4년’이라는 문구나 꿀벌을 언급하는 다른 진술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아인슈타인 인용구를 집대성한 ‘The New Quotable Einstein’의 편집자는 또한 이 인용문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출처를 찾지 못했고 "아마도 아인슈타인이 아닌 것"으로 분류했다는 점도 스놉스가 해당발언을 아인슈타인의 것이 아닌 걸로 판정한 근거다.

아인슈타인은 1955년에 사망했지만 역사적 인쇄물(예: 책, 신문, 잡지)의 다양한 데이터베이스에 문제의 인용문이 검색되지 않는 점과, 1994년 양봉가들이 벌인 브뤼셀 시위를 보도하는 신문 기사에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상의 근거로 국내 언론들이 꿀벌과 관련해 아인슈타인의 인용문으로 내놓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발언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정한다. 일부 국내 언론들은 해당 발언의 출처에 관해 확인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긴 하다. 그러나 중앙일보를 포함한 대부분의 매체는 별다른 인용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해당 발언을 아인슈타인이 한 것으로 명시해 보도하고 있다.

출처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한국 언론 보도의 미숙한 관행과, 인용할 때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우리나라의 풍토가 얽히며 부정확한 인용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들어가는 인용문 한 줄도 꼼꼼히 확인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노력이 아쉽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야 땅에 떨어진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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