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대통령실 이전' 예비비 사용, 인수위 권한 밖의 일?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3.22 14: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 안을 공식화했습니다. 기존 청와대는 임기 시작일 5월 10일에 전 국민에게 개방하고,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는 계획입니다. 전체 이전 비용으로 총 496억 원의 예비비를 추산했습니다.

윤 당선인은 “예비비, 이전 문제 등에 대해 현 정부와 인수인계 업무 하나라고 보고 협조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취임 전 대통령실을 옮기는 데 기정예산을 사용하는 것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권한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이 사실인지 뉴스톱이 확인했습니다.

 

■ 국무회의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이 필요한 예비비 사용

예비비는 예산을 편성할 때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 외의 지출이나 예산이 부족할 때에 쓰려고 갖추어 두는 비용입니다. 현실적으로 예산이 집행되는 동안 발생할 모든 재정 소요를 정확하게 빠짐없이 예측해서 반영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재정법 제51조 3항에서는 예비비를 사용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의 심사 후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을 얻도록 하고 있습니다. 윤 당선인 측에서 사전에 실무 협의된 예비비 예산을 행안부와 기재부에 요청했다 하더라도 취임 전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예비비 사용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 인수위 업무 규정

인수위 업무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대통령직인수법)으로 규정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7조에는 인수위 업무를 5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정부의 조직 · 기능 및 예산 현황의 파악,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대통령의 취임 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대통령 당선인의 요청에 따른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한 검증,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입니다. 인수위 업무는 취임 전 대통령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사용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에 집무실을 이전하는 일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기에 대통령직인수법에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장관은 (인수)위원회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사무실ㆍ비품ㆍ통신서비스 및 차량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지원 대상에 해당되는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지만 시행령의 '사무실ㆍ비품ㆍ통신서비스 및 차량'은 인수위 직접 운영을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국방부 이전 결정 '소통부족' 논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국방부는 현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합참은 남태령 지역으로 이전할 예정입니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국방부와 합참의 연쇄 이전에 대한 물리적 제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시설은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국방시설사업법) 제2조에서 국방, 군사시설로 정의됩니다. 국방부 이전 국방, 군사시설의 서치, 이전 및 변경에 관한 사업으로 “국방 · 군사시설 사업”으로 분류됩니다.

국방시설사업법에 따르면 국방부 이전 계획은 11개의 사항을 포함해야 합니다. 제4조(국방·군사시설사업계획의 승인)에는 토지 등의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는 사업 계획을 승인하려는 경우 사업 예정지역의 토지 소유자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듣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국방부 이전과 관련해 국민을 비롯한 이해관계인들과의 소통을 법으로 명시했습니다.

국방부 인근 주민들은 이전을 반기면서도 시위나 교통 혼잡 등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윤석열 당선인 집무실 만들고자, 국가안전 중추인 국방부를 강압이전하여, 국민의 혈세 수천억을 날리는 것을 막아주십시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위기 국면에 있는 대한민국의 민생, 경제, 방역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국민 세금으로 국방부를 강압적으로 이전하는 것은 윤 당선인의 개인적 만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해당 청원은 청원 시작일 3일 만에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이전 결정 과정에서 소통과 안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 이전 계획안은 이해관계인을 비롯한 국민들과의 구체적인 협의 내용에 대해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본 취지와 멀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취임 전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예비비 사용은 인수위 권한 밖의 일이라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입니다. 취임 전 대통령실 이전에 대한 예비비 사용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현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대통령직 인수법은 취임 전 대통령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사용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임 전 대통령실 이전 및 예비비 사용을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에 포함시킬지에 대한 여부는 모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 해석에 관한 논의를 선행해야 합니다. 주민들 의견을 청취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뒤 브리핑에서 "새정부 출범전까지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 센터 이전이 안보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비 승인 안건도 22일 국무회의에 올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윤석열 당선인측은 21일 "안타깝다.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박수현 수석은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보공백 우려를 밝힌 것이지 집무실 이전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모호함 때문에 법적인 요건보다도 정치적인 협의가 우선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