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그 후] 왜 김병내 광주 남구청장은 코고리를 받았나?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3.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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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 방지용 비강확장기로 허가받은 제품을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판매한 혐의(의료기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회사대표가 기증한 '코고리' 제품이 광주광역시 남구청에 기증됐다. 지역언론은 남구청이 이 제품을 소속 공무원과 노인정에 배부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뉴스톱이 알아봤다.

출처: CNK21 홈페이지
출처: CNK21 홈페이지

 

◈인터넷매체, "구청장, 코바기 효능 존중"

인터넷매체인 CNK21은 21일자로 <김병내 청장의 마인드에 코바기사장 홀딱 반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주)천하종합 한기언 대표가 광주 남구청에 코고리 코비치 1000개를 기증했고, 구청은 이를 대민 접촉 공무원, 노인정에 배부할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기사는 "다른 지자체장은 우선 의심부터 하고 행정 위주의 관점에서 상황에 대처하곤 한다. 하지만 김 청장은 코로나 위중 시기에 코바기의 효능과 전문기관의 승인을 존중하고 획기적인 의료기가 국내 소비자는 물론 개발자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생각을 전환하고 직접 그 효과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기사가 언급하는 김 청장은 김병내 광주광역시 남구청장이다.

해당 매체는 김 구청장과 한기언씨가 만나 물품을 기증받는 동영상도 게시했다. 그러나 보도에서 언급하고 있는 "코바기의 효능을 존중한다"는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다.

뉴스톱이 광주 남구청에 확인한 결과 한씨가 남구청에 해당 제품을 기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 구청장의 발언은 보도된 내용과는 다르다는 게 남구청의 해명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기부물품 접수는 실무선에서 결정하고 구청장은 의전상 기부자와 차담 정도 한 건데, 기사를 보면 구청장이 (수증 결정) 역할과 격려를 한 것으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의료기기법 위반 벌금,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 과태료

(주)천하종합 대표 한기언씨는 최근 정읍지원에서 열린 1심에서 의료기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콧구멍을 넓혀주는 비강확장기로 신고한 코고리 제품을 코로나19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광고해 판매한 혐의다. 이번에 한씨가 광주광역시 남구청에 기증한 코고리 코비치 제품도 형태만 바꿨을 뿐 코고리 제품과 유사하다.

2021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천하종합(주)의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 법위반 공표명령과 함께 과태료 5백만원을 부과했다. 천하종합(주)는 공산품 '코고리'와 의료기기 '코바기'를 판매하면서 과학적 근거없이 원적외선, 회전전자파, 방사선 및 음이온이 방출되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등 유행성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고 미세먼지 등에 대한 공기정화를 할 수 있다고 광고한 혐의다. 공정위는 "코로나19 및 미세먼지에 대한 염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의 감염을 예방한다거나 미세먼지를 차단한다는 과학적 근거없는 일방적 정보에 현혹되어 상품을 구매하지 않도록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왜 기증받았나?

왜 김병내 구청장은 이런 얼토당토 않은 제품을 기증받았을까? 남구청에 확인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무상으로 준다고 하니 실무자가 제품에 대한 검증에 소홀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다수의 업체들이 연중 수시로 물품을 기증하기 때문에 별다른 검증 없이 기증받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남구청 관계자는 공정위 과태료, 1심 유죄 등의 내용에 대해선 취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몰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CNK21 보도와는 달리 노인정 또는 일선 공무원에게 제품을 보급하기로 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남구청 관계자는 "코로나에 대한 효능은 신뢰할 수 없으며, 코골이 효능이나 비염 효과는 직접 체험해 보고 나서 주민 전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기부자에게 밝힌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김병내 구청장이 발언한 것으로 읽히는 "제품의 효능에 대한 존중" 등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구청장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뉴스톱 취재가 시작되자 광주광역시 남구청은 "해당 제품이 이렇게 많은 물의를 빚었는지 몰랐다"며 "기증을 취소하고 물품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남구청 관계자는 "코골이에 효능이 있는 제품으로 알고 기부를 받으면서, 업체가 일반적인 수준의 홍보에 활용할 것은 예상 할 수 있지만, 이 건처럼 하지 않은 말까지 한 것처럼 하면서 악용할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품 홍보효과를 노리고 공공기관을 상대로 물품을 기부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국내 발병 이후 각종 방역관련 물품의 공공기관 기증 사례도 많아졌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제품, 업체, 마케팅 내용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선의로 가장한 악덕 업체와 불량제품의 홍보에 놀아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2022.3.29 동영상 삭제: 기사에 링크했던 유튜브 동영상은 CNK21측의 요청으로 삭제했습니다. 해당 동영상은 유튜브CNK21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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