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양파껍질,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된다?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3.3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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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 24일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표준안을 연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치구별로 제각각인 분리배출 기준을 통일해 시민들의 혼선과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우리집 살림 담당으로서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 고심해 온 분이라면 눈여겨 볼만한 소식이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양파껍질은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된다고 한다.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서울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표준안

서울시는 24일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표준안’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자치구별로 달리 실시해 온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통일된 기준을 만들겠다는 취지이다.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기계설비의 고장을 일으키거나 자원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서울시가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선 안 된다고 안내하는 품목은 어패류 껍데기, 딱딱한 과일의 껍질과 씨앗, 육류·생선류의 뼈, 알 껍질, 양파 껍질, 채소 뿌리, 일회용 티백, 커피 찌꺼기 등이다. 이런 것들은 음식물 쓰레기 처리 공정에서 기계고장을 일으키거나 퇴비, 사료 등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한다.

양파 껍질과 채소 뿌리는 왜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될까? 딱딱하지도 않고, 동물이 먹을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썩지 않아 퇴비로 만들 수 없는 것도 아닌데…

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출처: 서울시 보도자료

◈양파 껍질은 왜?

양파 껍질은 왜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되는 걸까? 보도자료의 취지는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설비에 고장을 일으키고, 사료·퇴비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것들을 골라냈다는 것이다. 바삭바삭 부서지는 양파 껍질이 기계고장을 일으킬 것 같지 않다. 양파 먹인 돼지고기도 출시되는 마당에 양파 껍질이 들어간다고 사료 품질에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다. 썩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양파 껍질이 들어간다고 퇴비에 문제가 생길 것 같지도 않다. 음식물쓰레기를 발효시켜 가스를 뽑아내는 바이오가스화 시설에도 양파 껍질은 전혀 장애를 주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보도자료엔 "시설별 처리가 어려운 품목에 대한 사전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고 적혀있다.

뉴스톱은 서울시에 사전 조사 결과를 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환경부의 가이드라인을 참조해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되는 품목들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출처: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환경부, 2013
출처: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환경부, 2013

◈환경부, "오래된 기준, 바이오가스화로 변환되는 시점"

뉴스톱은 환경부에도 물었다. 왜 양파껍질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리면 안 되는 건지? 환경부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져 내려온 가이드라인이라 현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행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제도가 한계에 봉착하는 시점"이라며 "사료화 중심의 정책 방향을 바이오가스화로 전환하는 과도기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음식물쓰레기를 일반쓰레기와 분리해 따로 버리기 시작한 시기는 2005년이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되면서 분리배출이 늘어남에 따라 수도권매립지로 반입되는 쓰레기의 총량이 줄었다. 이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고 수도권매립지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음식물 쓰레기 매립지 반입 거부 운동을 펼쳤다. 이에 환경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2005년 1월 1일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음식물쓰레기를 곧바로 매립할 수 없도록 합의했다. 음식물쓰레기를 곧바로 땅에 묻으면 수분이 빠져나온다. 이를 침출수라고 부르는데, 이게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악취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를 매립지에 직접 파묻는 것을 금지한 것이다.

정부는 따로 모은 음식물쓰레기의 처리 방안을 궁리하다 사료화에 초점을 맞췄다. 당시 사회상은 사람이 먹고 남긴 잔반을 돼지와 개에게 주는 것이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료로 만들었을 때 최적의 원료를 공급하기 위한 방안으로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을 만들었다. 음식물쓰레기로 버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동물이 먹을 수 있는가?'였다. 여기서 동물은 돼지, 개, 가금류(닭, 오리 등)를 뜻한다.

광우병 우려 탓에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사료는 소, 양, 사슴 등 반추동물에는 공급되지 않았다. 현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우려로 인해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사료가 돼지 농장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닭, 오리 등 가금류 사료로도 일부 제공됐지만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사료의 수분 함량 등 먹이 특성이 가금류와 맞지 않는다는 현장의 불만이 크다고 한다.

출처: 국립농업과학원
출처: 국립농업과학원

현재는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 대부분이 동애등에(파리목의 곤충: 윗그림 참조)를 사육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로 곤충을 키우고, 이 곤충이 양어장 또는 양계장으로 가는 셈이다. 기름을 짜서 비료로 만들기도 한다.

예전에는 사료화를 염두에 두고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에 흙이 묻어있는 것, 섬유질이 많은 것 등은 사료 품질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일반쓰레기로 버리도록 했다. 그러나 사료화의 비중이 미미한 요즘 추세와는 맞지 않는다. 양파 껍질이 들어간 사료를 동애등에가 먹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출처:대전도시공사 홈페이지
출처: 대전도시공사 홈페이지

◈양파 껍질 들어간다고 기계 고장 안 나!

가정과 식당 등에서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수거된 뒤 처리장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선 봉투를 뜯고 잘게 부순 뒤 사료화, 퇴비화, 바이오가스화에 맞지 않는 것들을 골라낸다. 처리업체의 말을 들어보면 아직도 온갖 것들이 음식물쓰레기에 섞여 처리장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음식물쓰레기가 아닌 것이 섞여 들면 처리장의 기계를 고장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비닐봉지와 칼, 수저 등 철제 물건이다. 비닐봉지는 기계에 얽히면서 공정을 멈추는 일이 잦고, 철물은 기계에 끼어 고장을 일으킨다. 

서울시는 동물 뼈, 패각류 껍데기, 채소 뿌리와 대(마늘대, 고춧대 등) 등을 재활용 공정상 설비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지목한다. 이 항목에 양파 껍질도 포함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어 통무, 통배추, 통호박 등 부피가 큰 채소 및 대파껍질의 경우 잘게 자른 후 배출하도록 권고했다. 부피가 크거나 길이가 긴 상태로 배출하면 기계설비가 고장날 수 있다는 이유다.

뉴스톱은 복수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시설에 이런 것들이 기계 고장을 일으키는지 물었다.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플라스틱 재질의 양파망이 기계에 엉켜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는 있다”면서도 “양파 껍질이 기계고장을 일으킨 경우를 본 적도 없고 기계고장을 일으킬 가능성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퇴비화 시설을 운영하는 B업체는 “여태껏 기계 고장을 일으킨 것은 대부분 젓가락, 칼 등 쇠로된 물체”라면서도 “섬유질이 많은 질긴 것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들어 기계에 끼이면 고장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버리는 정도의 소량이라면 기계에 큰 무리를 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전문가 의견…퇴비화에 초점 맞춰 관리해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폐기물처리 및 자원화 전공)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현재는 사료화보다는 비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비료화 특성에 맞는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일반 가정에서 상한 음식을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하는 관행에 비춰보면 음식물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동물에게 주는 것이 윤리적이냐는 문제도 뒤따른다. 배 교수는 “급식소, 대형 식당 등 상하지 않은 양질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되는 사업장을 묶어 사료용 원료 공급처로 관리하고 일반 가정 등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퇴비화를 전제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2005년 음식물쓰레기 직매립 금지를 결정할 때 관계 기관들이 세운 원칙이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음식물쓰레기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은 동물의 먹이(사료)로 사용이 가능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게 원칙이다. 뼈다귀, 조개 껍데기, 생선 뼈, 알 껍질 등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선 안 되는 이유다. 복어내장 등 독이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비닐조각, 이쑤시개, 종이 등 음식이 아닌 것이 음식물쓰레기에 들어가면 안 된다.

그러나 퇴비화를 전제로 음식물쓰레기를 관리하게 되면 기계설비 고장의 우려가 없는 것 가운데 흙으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것을 음식물쓰레기로 버릴 수 있게 된다. 독일과 일본에선 생물 유래 쓰레기(bio waste)라는 분류로 음식물쓰레기와 나뭇가지 등 썩는 쓰레기를 분리배출해 퇴비화하고 있다고 배 교수는 설명했다.

현행 통계로는 음식물쓰레기는 2019년 기준 퇴비(39.1%), 사료(36.2%), 바이오가스(12.7%) 순으로 재활용되는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이 통계는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한 시설의 처리방법을 기준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최종 산물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나타내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사료화 시설에서 만들어진 최종산물이 퇴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행정이 실태를 반영하려면 통계부터 제대로 산출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민 불편 때문에 표준화?…지역 실정에 맞는 안내가 더 절실 

서울시는 이번 표준안 제정 배경에 대해 “현재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기준은 지자체의 조례로 정해져 있어 자치구마다 분리배출 금지 품목 등이 다르게 규정돼 있다. 이로 인해 자치구별 다른 기준으로 시민들이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할 때 혼선을 초래하거나 이사할 때 거주지의 배출기준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정책은 분리배출의 효율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가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는 수거업체에 따라 처리 방식이 제각각이다. 우리 동네에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가 퇴비로 만들어지는지, 사료로 만들어지는지, 바이오가스로 만들어지는지에 따라 버려선 안 될 유형이 달라진다. 퇴비화 지역이라면 상한 음식을 버려도 되고, 캡사이신이 함유된 고추씨를 버려도 무방하다. 흙이 묻은 파뿌리 등을 버려도 상관없다. 사료화 지역이라면 상한 음식과 흙이 묻는 것은 배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서울시의 이번 표준안 제정은 지역별로 다른 음식물쓰레기 처리 방법을 반영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처리 업체의 기계를 고장 낼 우려가 큰 종류를 재확인한다는 것 이외에는 음식물쓰레기의 효율적인 처리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앞서 살핀 것처럼 지역별로 다양한 음식물쓰레기 처리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며 주민들의 헛수고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차라리 주민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배출한 음식물쓰레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고 그에 맞는 배출방법은 어떤 것인지 잘 알게 해주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뉴스톱은 "양파 껍질은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라"는 서울시의 음식물쓰레기 분리배출 표준안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양파 껍질은 퇴비화, 바이오가스화 시설로 들어갈 때 아무런 해를 일으키지 않는다. 사료화 시설로 보내져도 최종 산물이 동애등에의 먹이로 공급될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양파 껍질이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기계를 고장낼 우려도 없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근거로 뉴스톱은 "양파 껍질은 일반쓰레기"라는 서울시의 주장에 대해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근거도 없는 '표준화'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내가 배출하는 '음쓰'가 어떻게 재활용되는지 알게 해주고 그에 맞는 배출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취지에 더 부합하는 정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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