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텔레그래프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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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텔레그래프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
  • 우보형
  • 승인 2022.04.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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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인용보도한 영국 텔레그래프 원문 확인해보니 ①

지난 3월 15일 연합뉴스는 "[우크라 침공] '탱크의 종언'…미사일·드론 발달로 '손쉬운 먹잇감' 돼"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지상전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로 주목받던 탱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효용 가치를 의심받게 됐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는 것이다. (그림 1)

그림 1. 우크라이나 전장이 탱크의 종언을 말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캡쳐
그림 1. 우크라이나 전장이 탱크의 종언을 말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캡쳐

연합뉴스에 따르면 텔레그래프 기사는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지난 3주간 신문과 TV는 연일 만신창이가 되거나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의 사진과 영상으로 도배되다시피 해 탱크에는 좋지 않은 광고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처럼 러시아의 탱크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원인으로 러시아군의 잘못된 전술을 꼽았다.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탱크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우크라이나군은 발전한 대전차 무기들(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대전차 미사일 발사 장비 NLAW 3천615대, 미국과 스웨덴 등이 제공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을 다수 갖고 있었다. 손쉽게 휴대할 수 있고 조작하기도 쉬운데다 가격은 10만 달러 정도로 보통 탱크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군사용 드론도 탱크에는 위협적이다. 이미 지난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드론이 '탱크 킬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입증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재확인한 셈이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래 그림 2를 보자.

그림 2. 우크라이나 전장이 탱크의 종언을 말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캡쳐
그림 2. 우크라이나 전장이 탱크의 종언을 말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캡쳐

그림 2의 노란 부분은 사실과 거리가 있는 부분이 좀 있지만 '영국이 영국했거니' 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다면 분홍색 부분은 확실히 이상했다. 텔레그래프가 연합뉴스 기사의 서술처럼 탱크의 종언을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저기서 나온 방위 컨설턴트 니콜라스 드러먼드가 필자가 아는 니콜라스 드러먼드가 맞다면 굳이 전함의 운명에 빗대 전차의 종언을 말했을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필자가 알만한 니콜라스 드러먼드라는 이름을 가진 방위 컨설턴트가 두 명일 거 같지도 않았다. 팩트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보였다. 그래서 텔레그래프의 원문 기사를 확인해봤다. 아래 그림 3이다.

그림 3. 연합뉴스가 참조했다던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그런데 제목부터 의문문?
그림 3. 연합뉴스가 참조했다던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그런데 제목부터 의문문?

유레카! 과연 예상대로!

그림 1의 연합뉴스 기사에는 "[우크라 침공] '탱크의 종언'…미사일·드론 발달로 '손쉬운 먹잇감'돼"라는 제목과 텔레그래프 "2차 대전 후 사라진 대형전함의 운명 답습할 듯“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반해 그림 3의 연합뉴스 기사가 참고했다는 텔레그래프 기사 원문에는 "이것이 탱크의 종언일까?(Is this the end of the tank?)"라는 제목에 더해 "드론 및 미사일 기술의 진보는 탱크가 비싸고 부담스러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평서문과 의문문, 구성요소는 비슷해보이지만 실제로 그 내용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팩트체크해볼 가치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 기사 내용은 다음의 질문들로 바꿔볼 수 있었다.

1. 텔레그래프 기사. 특히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정말로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

2. 러시아의 탱크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원인은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서일까?

3. 재블린, NLAW, 군사용 드론은 과연 전차의 종언을 말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4. 러시아 탱크의 실패는 과연 전차의 종언을 말하는 것일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이번 연합뉴스 기사는 텔레그래프 기사를 참고하여 작성한 기사다. 그러다보니 서로의 서술이 달라질 수 있으며, 글의 팩트를 체크하다 보면 발췌/축약과정에서의 오류도 나오지만 원문 주장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경우도 많다. 한 마디로 해당 오류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서 논지를 전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나 이번 기사처럼 분석(에 가까운) 기사를 큐레이션 비슷하게 만들어버린 경우라면 더더욱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림2의 노란색 부분에 대한 서술 때문이다. 기반지식 없이 원문만 대충 번역해놓다 보니 해당 서술이 무슨 의민지, 과연 그 내용이 주장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전에도 이런 형식의 글에 대해 팩트체크를 시도했다가 이 부분을 나누지 못해서 투고 시기를 날린 일이 몇 번 있다보니 서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필요를 느낀다. 따라서 이번 글은 연합뉴스의 발췌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오류에 대한, 즉 1번 문랑에 포커스를 맞춘 1편과 텔레그래프 기사의 주장 혹은 서술에 대한 팩트여부, 즉 2~4번 문항을 다루는 2편으로 글을 나눠야 할 것 같다.

 

1. 텔레그래프 기사. 특히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던 걸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보여준 러시아 탱크 부대의 졸전을 생각해볼 때, 그리고 텔레그래프가 1990년대 이후 장르를 불문하고, 아니 전차를 기준으로 하면 빅커스 6t 시리즈 이후로 손대는 육상 장비마다 예외없이 실패를 거듭해왔던 영국의 시각이고 보면 탱크의 종언 이야기를 하는 것도 딱히 이상하진 않았다. 그저 '영국이 영국했네'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연합뉴스 기사 말미에 나온 방위 컨설턴트 니컬러스 드러먼드의 발언이란 부분이 좀 의아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니콜라스 드러먼드(Nicholas Drummond)는 영국 육군 웰시 가드에서 복무했던 퇴역장교로 "UK Land Power"라는 회사의 오너이자 방위 컨설턴트로 그의 "Linkedin" 페이지나 "트위터"에서 보여주는대로 멸망 일직선을 향해 달려가던 영국 육군의 장래를, 복서를 재도입하고, 좌초 직전의 챌린저 개량 사업을 챌린저3라는 합리적인 모습으로 만드는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물론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러시아 탱크의 졸전과 재블린, NLAW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이 보여준 선전을 보노라면 드러먼드라 해도 탱크의 종언이라 말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아온 니콜라스 드러먼드라면 최소한 "탱크가 2차대전 때 대형 전함이 겪었던 운명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라는 식의 일반인만도 못한 진부한 표현으로 그런 결론을 내리진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럼 해당 표현은 어떻게 나왔던 것일까? 아래 그림 4를 보자.

그림 4. 우크라이나 전장이 탱크의 종언을 말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말미와 텔레그래프 기사의 해당 서술 부분 비교
그림 4. 우크라이나 전장이 탱크의 종언을 말한다는 연합뉴스 기사 말미와 텔레그래프 기사의 해당 서술 부분 비교

그림 4는 연합뉴스 기사 말미, 분홍색 줄이 쳐진, "방위 컨설턴트 니컬러스 드러먼드는 "탱크가 2차대전 때 대형 전함이 겪었던 운명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차대전 초기까지만 해도 각국 해군 전력의 핵심이었던 대형 전함은 막상 대규모 해전에서 전투기와 잠수함의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라는 표현을 텔레그래프에서 찾아 비교해본 것이다. 아무튼 그림 4 오른쪽의 텔레그래프 기사 원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NLAW에 대한 우크라이나측 평가가 매우 좋다는 내용에 이어) 우크라이나군 병사들도 발사하는 순간에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라고 말할 것처럼 보인다. NLAW의 사정거리는 800m로, 이는 오퍼레이터가 장갑차량이 반응하기 전에 사격하고 이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T-14 아르마타 사진과 간단한 설명 삽입)

Drummond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비행기, 항공모함, 잠수함이 가장 큰 전함을 너무 비싸고 다루기 어렵게 만든 순간을 언급하며 "이것은 탱크에게 '전함의 순간'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휴대용 대전차 무기는 훌륭한 균형추가 된다. $100,000 짜리 대전차 무기를 가진 참호의 보병이 $10m 짜리 탱크를 물리칠 수 있다. 경제적, 전술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원문 기사는 문장부터 연합뉴스의 표현과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설령 같은 문장, 같은 표현이라 해도 글의 어디에 붙어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해당 표현은 어디까지나 NLAW같은 대전차화기가 준비되지 않은 전차를 상대로 할 때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지, 그것이 탱크의 종언을 이끌어낼 될 것이라는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한 상세는 2편에서 다시 다룰 것이다.)

다음으로 연합뉴스 가서는 정확히 이 지점에서 내용을 잘라버리며 텔레그래프의 기사가 전차의 종언을 만든 것처럼 호도한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있다. 분량부터 연합뉴스가 다룬 만큼이 뒤로 더 이어진다. 그럼 텔레그래프 기사는, 그리고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어떤 결론을 내렸던 걸까? 아래 그림 5를 보자.

그림 5. 연합뉴스 기사와 텔레그래프 기사의 결론 부분 비교
그림 5. 연합뉴스 기사와 텔레그래프 기사의 결론 부분 비교

그림 5는 연합뉴스 기사와 텔레그래프 기사 원문의 마지막 부분을 캡쳐한 것이다.

"배회비행 탄체(Loitering munitions)는 게임체인저다."라고 드러먼드는 말한다. '자살 드론'이라고도 불리는 이 미사일은 보병이 발사한 뒤 몇 시간 동안 전장을 날아다니며 목표물을 찾다가.... (증략)

전술이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도록 진화하는 과정에 있지만 현대 육군은 전장의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갑방호 체계를 여전히 필요로 한다. 어떤 의미에서 장갑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분쟁은 드론과 특수부대만으로는 이길 수 없는 침략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나 이 장갑이란 의미는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포탑에서 긴 포신이 돌출된 크고 값비싼 주력전차의 전통적인 이미지와는 다를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풍경에서 볼 수 있듯이 공중우위없이는 적절한 수단을 갖춘 단호한 적에 맞서는 상황이라면 탱크는 앉아 있는 오리가 될 수도 있다.

드러먼드는 "탱크와 탱크가 대규모로 맞부딪히는 광경을 다시는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의 탱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탱크가 아닐 것이다."

보시듯이 "방위 컨설턴트 니컬러스 드러먼드는 "탱크가 2차대전 때 대형 전함이 겪었던 운명을 답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차대전 초기까지만 해도 각국 해군 전력의 핵심이었던 대형 전함은 막상 대규모 해전에서 전투기와 잠수함의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라는 연합뉴스 기사의 결론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결론적으로 텔레그래프의 에드 커밍 기자는 드론, 새로운 보병용 대전차 무기 등의 등장 등으로 인해 탱크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다고 한 적은 있어도 연합뉴스 기사처럼 "탱크의 종언"을 말한 적이 없다. 그리고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앞으로의 전차가 우리가 아는 것과 다른 형태가 될순 있어도 전차 자체가 사라진다는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 따라서 연합뉴스 기사의 서술은 사실이 아니라 판정한다.

기사를 쓸 때 팩트와 의견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 기사 작성의 기본 상식이라고 들었다. 이번 기사 같은 경우라면 발언 자체는 팩트의 영역에 들어갈 것이고, 의견을 분리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21세기 이후로 국내 언론과 기자들의 마사지와 손장난은 '디폴트'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렇기에 언론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기자라는 말 대신 '외람기레기'라는 말이 다시 유행하는 것 아니겠는가?

 

* 2편, [팩트체크] 우크라이나의 전장은 탱크의 종언을 말하는가? 로 이어집니다.

우보형   nextop4u@naver.com    최근글보기
2차세계대전 이후 군사사와 병기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4~2005년 <국방일보> ‘전사 속 신무기’ 연재했다. 2010년 <보급전의 역사>, 2017년 <세계의 병기 대도해>, <조지 패튼 : 내가 아는 전쟁>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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