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크라이나의 전장은 탱크의 종언을 말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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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우크라이나의 전장은 탱크의 종언을 말하는가?
  • 우보형
  • 승인 2022.04.1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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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가 인용보도한 영국 텔레그래프 원문 확인해보니 ②

지난 3월 15일 연합뉴스는 "[우크라 침공] '탱크의 종언'…미사일·드론 발달로 '손쉬운 먹잇감' 돼"라는 기사로 지상전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로 주목받던 탱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효용 가치를 의심받게 됐다고 영국의 텔레그래프지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하지만 필자가 4월 6일에 승인된, "[팩트체크] 텔레그래프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에서 살펴봤듯 연합뉴스 기사 서술에는 꽤나 문제가 많았다. 텔레그래프의 기사 원문, "이것이 탱크의 종언일까?(Is this the end of the tank?)"의 서술을 임의로 축약하고 마사지까지 하다보니 연합뉴스 기사 서술만으로는 텔레그래프 기사가 말하려는 바를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심지어 원문의 기사 분량은 연합뉴스 기사의 2배에 가까이 많다. 때문에 이번 회차는 "[팩트체크] 텔레그래프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에서 언급한대로 텔레그래프 기사, "이것이 탱크의 종언일까?(Is this the end of the tank?)"의 주장을 검증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그림 1. 연합뉴스가 참조했다던 텔레그래프 기사, 이것이 탱크의 종언일까?(Is this the end of the tank?)의 도입부 캡처
그림 1. 연합뉴스가 참조했다던 텔레그래프 기사, 이것이 탱크의 종언일까?(Is this the end of the tank?)의 도입부 캡처

다행히 연합뉴스 기사는 문제 제기 부분에선 크게 축약이 없었으니 검증을 위한 질문 문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텔레그래프의 주장 자체를 다룰 항목 하나를 4번으로 추가하도록 하자.

1. 러시아군 탱크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원인은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서일까?

2. 재블린, NLAW, 군사용 드론은 전차의 종언을 말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3. 러시아 탱크의 실패는 과연 전차의 종언을 말하는 것일까?

4. 전차가 종언을 맞을 수 있다는 텔레그래프의 분석은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이상의 질문을 근간으로 해당 기사의 사실여부를 체크해보도록 하자.

 

1. 러시아의 탱크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원인은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서일까?

그림 2. 러시아군 탱크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원인은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서라는 연합뉴스와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그림 2. 러시아군 탱크들이 제 역할을 못 한 원인은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서라는 연합뉴스와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텔레그래프(와 연합뉴스) 기사는 러시아군 탱크들의 실패를 전술적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림 2에서 보듯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탱크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공권을 확보하고, 포병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만 탱크의 위력이 발휘된다는 서술은 사실일까? 해당 서술의 전형으로 알려진 2003년 미 육군 제3(기계화)보병사단의 바그다드 진격 과정을 살펴보자.

그림 3. 2003년 바그다드를 향해 전진중인 미 제3보병사단의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그 후방으로 M1A1 에이브럼스 전차의 120mm 포신이 보인다
그림 3. 2003년 바그다드를 향해 전진중인 미 제3보병사단의 M2A2 브래들리 보병전투차. 그 후방으로 M1A1 에이브럼스 전차의 120mm 포신이 보인다

미 육군 제3(기계화)보병사단은 미 육군 제18공수군단 휘하 신속대응부대로 2003년 초 쿠웨이트에 전개했다가 3월 20일에 이라크 남서쪽에서 진입한 이래 바그다드까지 진격을 주도하면서 4월 초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처음으로 도달,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언론의 프로파간다와 달리 당시 미군의 포병대는 선두의 기갑전력을 유기적으로 지원하는데 무리가 있었다. 당시 포병 주력 장비이던 M109A6 팰러딘(그림 4)의 한계 때문이다.

그림 4. 팔루자를 향해 포격중인 M109A6 팰러딘 자주포
그림 4. 팔루자를 향해 포격중인 M109A6 팰러딘 자주포

M109A6 팰러딘 자주포는 말이 최신 사양이지 1994년에 주포를 155mm M284로, 필요한 일부 전자 장비를 신형으로 교체했을 뿐 근본적으로 1960-70년대에 생산된 차량이라 사격 시 포신의 각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문제가 있었고, 사격 반동을 제대로 흡수하지도 못해 그리 길지 않은 사거리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또한 시대에 뒤쳐진, 그리고 오래된 주행기구 탓에 적시에 지원위치에 전개하는 것조차 적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바꿔 말하면 2003년 이라크의 미 지상군은 필요할 때 유기적인 포격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육군은 바그다드를 점령해냈다.

다음 사례는 그림 5에서 보인 텔레그래프 기사에서도 언급된 73 이스팅 전투다.

그림 5. 탱크가 구식이 되었다는 욤 키푸르 전투와 73 이스팅 전투를 언급한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그림 5. 탱크가 구식이 되었다는 욤 키푸르 전투와 73 이스팅 전투를 언급한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그림 5의 텔레그래프 기사를 해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탱크가 구식으로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973년의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탱크가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탱크는 다시 등장했고 제1차 걸프전은 미국 기갑부대 지휘관의 승리였다. 1991년 2월, 73 Easting 전투에서 미국의 M1A1 에이브럼스 주력 전차 9대가 단 23분 만에 이라크군의 소련제 전차 28대와 장갑차 16대, 트럭 30대를 손실 없이 파괴했다.

텔레그래프 기사의 73이스팅 전투에 대한 서술이 딱히 정확하진 않지만 (그리고 이 글 안에서 그 상세를 기술하기엔 그 내용이 많아 별도로 언급하진 않겠고, 기회가 되면 별도의 글로 다루겠지만) 당시 미 육군 제2기갑기병연대 제2대대가 이라크군 타왈카나 사단 전력과 교전하며 기사가 서술한 전과를 올리는 동안 별다른 항공지원이나 유기적인 포병지원을 받지 못했던 것 또한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모래폭풍이 불어 제공권을 활용할 수 없었고 포병대 주력장비는 M109 자주포라 전투가 벌어질 시점에 지원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었다.

그림 6, 1991년 73 이스팅 전투 당시의 사진들
그림 6. 1991년 73 이스팅 전투 당시의 사진들

즉 당시 미 육군 제2기갑기병연대 제2대대의 전과는 제공권의 이점이 작용하지 않고, 유기적인 포병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던 상황 속에 M1A1 에이브럼스 전차와 M3 기병전투차에 의해 이뤄졌다는 이야기다.

반면에 두 달 동안의 전투에서 압도적인 항공지원과 포격지원을 받으며 수적 우위를 즐겼지만 엄청난 피해만 입었을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사례도 있다. 아래 그림 7을 보자.

그림 7. 노르망디 상륙 이후 두 달 동안 캉 인근에서 독일군 방어에 묶인 채 무수한 피해만 냈던 영국 탱크들
그림 7. 노르망디 상륙 이후 두 달 동안 캉 인근에서 독일군 방어에 묶인 채 무수한 피해만 냈던 영국 탱크들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에 상륙한 영국 제21집단군 휘하 제2군은 캉 인근에서 독일군 방어선에 붙들려 미 육군이 코브라 작전으로 독일군 방어선에 구멍을 내고 포위기동을 시작할 때까지 거의 두 달 이상을 잡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영국 육군은 6월 10일부터 14일 사이에 "Perch" 작전을 시작으로 6월 26일부터 30일 "Epsom", 7월 8일부터 11일 사이의 "Charnwood"와 7월 10일부터 11일 사이의 "Jupiter", 7월 18일부터 20일 사이의 "Goodwood"와 "Atlantic"으로 이어지는 공세를 계속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Goodwood" 작전인데 당시 영국은 폭격기 1천 50대를 투입, 폭탄 4,800톤을 퍼붓고 포병대의 준비사격에 이어, 다시 미국의 경폭격기들로 폭탄 570톤을 퍼부은 뒤 탱크 1,100대를 앞세워 공세에 나섰다. 사이사이에 유기적인 근접 공중지원과 포격지원(심지어 함포사격도 있었다.)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흘간의 작전이 끝났을 때 영국군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300~500여대의 탱크를 잃었으며, 이중 218대가 완전 손실된 반면 방어 및 역습 과정에서 독일 측의 전차 손실은 75~100여대가 전부였다. 상황만을 떼놓고 보면 탱크 무용론이 나와도 딱히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지적은 나오지 않았다. 왜? 제공권이 없어 맨날 하늘을 걱정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탱크들의 공세를 멈춰 세우고 고철로 만든 것이 바로 독일 전차들이었기 때문이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듯 "제공권을 우선 확보하고 포병 전력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탱크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그렇다."는 텔레그래프(와 연합뉴스)가 인용한 드러먼드의 지적은 일반론으로는 타당하지만 실제로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탱크들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기엔 꽤나 부족한 접근이라 하겠다. 따라서 해당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라 판정한다.

 

2. 과연 재블린, NLAW, 군사용 드론은 전차의 종언을 말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텔레그래프(와 연합뉴스)는 우크라이나군이 선전하는 이유로 재블린과 NLAW 같은 좋은 대전차 무기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래 그림 8이다.

그림 8. 우크라이나군이 좋은 대전차무기 때문에 선전중이라는 내용이지만...
그림 8. 우크라이나군이 좋은 대전차무기 때문에 선전중이라는 내용이지만...

그런데 그림 8에서 보듯 연합뉴스 기사 서술만으로는 회전포탑 자체가 굉장히 취약한 것처럼 보인다. 그럼 텔레그래프에선 해당 부분을 어떻게 서술했을까? 다음과 같다.

"보병들이 거대한 탱크와 교전이 가능하게 해주는 이 무기들은 (탱크 앞에서) 커다란 호를 그리며 상승했다가 수직으로 떨어진다. 이것은 탱크 전면과 측면의 (두터운) 장갑을 피하고 목표물의 (빈약한) 상면 장갑을 공격한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기사만으로는 회전포탑이 탱크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용 탱크의 회전포탑은 장갑으로 둘러싸인 탱크에서도 가장 두텁게 방호되는 부분이다. 구조적으로 가장 많은 피탄이 이뤄지는 부분이라 이를 막아야 생존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텔레그래프 기사는 이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썼지만 연합뉴스 기사는 기자님께서 해당 대전차무기들이 탑어택으로 성과를 거뒀다는 사실만은 알고 계셨으되 그게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잘 모르셔서 이런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로 만드신 것 같다.

본론으로 돌아가 전차의 상면을 공격하는 이 대전차무기들은 전차의 종언을 부를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림 5의 텔레그래프 기사를 다시 소환하자.

그림 9. 전문가들은 1973년의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탱크가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눈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그림 9. 전문가들은 1973년의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탱크가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눈 텔레그래프 기사 캡처

탱크가 구식으로 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973년의 욤 키푸르 전쟁 이후로 탱크가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다. 하지만 탱크는 다시 등장했고 (후략)

원인 분석을 위해선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쟁 당시 시나이에서 박살났던 이스라엘군의 상황을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집트는 소련제 대공미사일 체계와 9M14 말류츠카(나토코드 AT-3 Sagger), 다수의 RPG를 도입했고, 이를 장비한 보병사단 5개를 투입, 공세에 나섰고 반격에 나선 이스라엘 탱크들의 운명은 아래 그림 10과 같았다.

그림 10.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투 당시 이집트군 9M14 말류츠카 (나토코드 AT-3 Sagger)에 격파당한 이스라엘군 M60 전차
그림 10. 1973년 10월 욤 키푸르 전투 당시 이집트군 9M14 말류츠카 (나토코드 AT-3 Sagger)에 격파당한 이스라엘군 M60 전차

전투 양상의 개략은 필자의 2006년 09월 11일자 국방일보 기사 "AT-3 대전차미사일"를 참조하시라. 아무튼 당시 이스라엘군은 주포와 주행기구를 M60 사양으로 교체한 M48 또는 미제 M60을 마가흐( מגח / Magach, 공성추라는 의미다.)라는 이름으로 540대쯤 운용했고. 그 대다수는 시나이 지역에 배치)하고 있었지만 19일간의 숨 가쁘던 전쟁이 끝났을 때 남은 것은 채 200대가 되지 않았다. 당시 이스라엘의 마가흐보다 정확히 미국의 M48은 기본적으로 M26 패밀리의 막내인 M48에 "MK9 그레블 핵폭탄"이 등장 이후에 나타난 (제2세대) MBT 개념을 더해 만든 것이라 방호력이 부족하여 9M14 대전차미사일에 맞으면 어디라도 관통을 피할 수 없었고, 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M60은 차체 및 포탑 전면에 맞는 경우엔 관통를 피할 수 있었지만 측/후면에 명중하는 경우엔 답이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이들은 운용상의 편의 문제로 크기 자체가 커서 피탄될 확률까지 높았고, 포탑 구동에 유압장치를 사용했기 때문에 인화될 확률 또한 높았다. 때문에 미국과 서독은 MBT/KPz-70을 거쳐 M1 에이브럼스와 "레오파트 2"로 대표되는, 복합장갑을 도입하여 방어력을 개선이지만 그 이상으로 화력과 기동력, 특히 기존의 2배 출력을 가진 엔진으로 저속 기동성과 순간가속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3세대신 전차를 만들고 여기에 기술들을 접목하여 73 이스팅의 승리를 얻어냈었다.

그림 11. 제3세대 전차의 대표주자, M1 Abrams와 Leopard 2A4
그림 11. 제3세대 전차의 대표주자, M1 Abrams와 Leopard 2A4

한편 1980년대부터 새로운 양상의 전장(Battlefield)이 부상하기 시작한다. 바로 시가전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시가전이 없진 않았으나 어디까지나 보병들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1982년 제1차 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보병이 부족했기에 시가지 내에 전차나 장갑차량, 자주포를 투입한 이래 시가전은 기갑부대 전술영역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가지에는 중고층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시계를 방해, 상황인식을 제약할 뿐 아니라 공간을 제약하여 기동성이라는 전차의 중요한 장점을 무력화시켜 앉은 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오리로 만들 수 있다. 반면 전차에 맞서 시가지를 방호하는 자들에겐 전차에 들키지 않고 접근을 허락하고, 전차의 위치 정보를 노출시켜 포병, 항공 자산의 목표가 되게 할 뿐 아니라 굳이 발사체가 없이 적절한 수준의 폭약만 있어도 전차를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는 보병용 대전차수단에 의한 기습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장갑의 개선도 필요해지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계와 상황인식의 제약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광학기구, 자차의 위치를 확인하고, 필요시 우군의 다른 전력 자산들과의 연계를 보다 손쉽게 하도록 통신기구를 개선하고 전장관리체계를 도입하며 자주포급은 아니라지만 120mm급 주포의 구경을 살린 지능형 고폭파편탄을 탄약고에 추가하며, 회전포탑을 돌리지 못할 상황에서도 별개로 움직이며 차내에서도 시야를 확보하고 전장상황을 확인시키며 적성 대상을 제압하며 적의 시계를 방해할 수 있는 수단, 즉 원격조종 무장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생긴다.

그림 12. 제3세대 전차 요멍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 르끌레르
그림 12. 제3세대 전차 요멍에 대한 프랑스의 대답, 르끌레르

그 영향을 가장 먼저 반영한 것은 프랑스의 르끌레르 전차다. 미국의 에이브럼스나 독일의 레오파트2에 비해 10여년 늦게 개발되었기 때문에 신기술을 도입할 여유가 충분했다. 디지털식 사격통제장치와 자동장전장치를 결합한 52구경장 주포, 모듈러 장갑. 차내 모든 기기와 장비들을 컴퓨터 통제하에 운용하는 배트로닉스, GPS와 데이터링크 네트워크 체계 기반의 전장통제 시스템, SIT를 최초로 도입했다. 또한 연막탄, 유탄, 적외선디코이를 운용할 수 있는 80mm 발사기 14개로 구성된 Lacroix GALIX 방어체계를 도입, 방어력을 더욱 향상시켰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불씨가 더해졌다. 예로부터 방패가 두터워지면 그것을 뚫기 위해 창도 진화하는 법이다. 소련은 9K119M 레플렉스(Рефлекс), 나토 분류명 AT-11 스나이퍼(Sniper) 기술을 기반으로 탄체 직경을 125mm에서 152mm로 확대, 사거리와 위력을 증가시킨 새 미사일의 개발에 착수. 1994년에 9M133 코넷(Корнет)이란 이름으로 완성시켰다.

그림 13. 1998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대전차 미사일. 9M133 코넷의 발사장면
그림 13. 1998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대전차 미사일. 9M133 코넷의 발사장면

코넷은 보병 및 차재용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무게가 29kg으로 보병용 치곤 상당히 무겁지만 사거리 5500m, 피탄시 관통력은 1,000~1,200mm다. 개량형인 9M133M-2는 발사관 포함 중량이 31kg로 늘었지만, 최대 사거리가 8,000m, 관통력은 1,100~1,300mm로 향상되었는데 이는 서방의 제3세대 전차라 해도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서방 국가들이 그 존재를 확인한 것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로 당시 이라크군 특수부대가 미군 에이브람스 전차 최소 2대와 브래들리 보병전투차 1대를 코넷으로 파괴했다고 한다. 코넷의 위력 앞에 초기 제3세대 전차들도 버티지 못하고 격파되었다.

그림 14. 코넷에 피격되어 격파된 서방 제3세대 전차들. 에이브럼스. 에르카바 3, 레오파트 2A4도 남아나지 않았다
그림 14. 코넷에 피격되어 격파된 서방 제3세대 전차들. 에이브럼스, 에르카바 3, 레오파트 2A4도 남아나지 않았다

물론 시가전 대응능력 요구는 코넷의 등장 때문만은 아니다. 체첸 전쟁, 코소보 분쟁. 그리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의 양상은 서방 제3세대 전차들의 모습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미국은 에이브럼스 전차에 대한 두 가지 방향의 개선을 모색했다. 우선 자체 장갑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차체 및 포탑 측면에 모듈러 장갑의 역할을 할 증가장갑을 설치하여 방호력과 생존성을 높이는 한편 새로운 광학기구와 리눅스 기반의 전장통제체계, FBCB2와 그 단말기들을 전투차량들에 도입했으며 적의 보병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관총을 늘린 시가전용 체계 키트, TUSK를 도입하여 당장의 상황에 대응하는 한편 노르웨이 콩스베르그가 개발한 원격조작식 무장스테이션, CROWS를 도입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시가전이 아닌 상황에서도 전차 자체의 전투력과 생존성을 올리는 수단이었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었기에 TUSK에서 시가전용으로 추가했던 차체 및 포탑 측후면의 증가장갑을 뺀 SEP 버전의 개발 또한 병행했다. 이후 장갑을 늘려 방어력은 향상되었으되 너무 커서 차장의 시계를 가리던 원격조작식 무장스테이션, CROWS II를 사이즈를 줄인 CLOWS-LP로 교체한 형식으로 정리했다. M1A2C다.

그림 15. M1A2 에이브럼스의 진화방향. 시가전용 TUSK에서 출발. 당장은 방어력향상에 중점을 뒀지만 SEP으로 귀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그림 15. M1A2 에이브럼스의 진화방향. 시가전용 TUSK에서 출발. 당장은 방어력향상에 중점을 뒀지만 SEP으로 귀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독일도 레오파트2는 에이브럼스의 진화와 큰 틀에선 다르지 않지만 외형적인 변화가 좀 더 격심했다. 차체 전면에 붙어있어 방호력을 떨어뜨리던 포수용 광학장비를 포탑 상면으로 올리고 차체 전면 장갑을 개선하며 그 선단엔 쇼트 아머로 불리는 쐐기 모양 장갑을 추가하고 포탑 상면에 포병의 이중목적탄 노출 및 탑어택 대비용 루프아머를 장착한 신형 포탑을 도입하고 차체 하부에는 지뢰 방어용 벨리 아머를 장착하여 지뢰를 밟아도 전장에서 이탈할 수 있게 만든 스웨덴 수출형 Strv122를 개발하고, 여기서 루프아머를 뺀 신형포탑을 장착한 레오파트2A5를 자국장비로 등장시켰다.

그림 16. 레오파트2의 진화방향. 레오 2A5, Strv 122로 시작된 진화는 레오파트 2A6. A7을 거쳐 2A7V에 이르렀으며 시가전용 구성요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림 16. 레오파트2의 진화방향. 레오 2A5, Strv 122로 시작된 진화는 레오파트 2A6. A7을 거쳐 2A7V에 이르렀으며 시가전용 구성요소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가전 대응능력에 대한 요구는 독일이라고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레오파트 2도 모듈러 장갑구조를 도입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추가적인 방호력과 생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차체 측면 후방에 복합 증가장갑을 추가하고 CEV용으로 개발된 도저블레이드, 발전형 BMS인 IFIS, 그리고 CROWS와 유사한 전차장용 독립 센서와 연막탄 발사기, 그리고 무장을 교체할 수 있는 원격조작식 무장스테이션 FLW200을 도입하고, 상면 방어력은 개선했지만 중량 증가로 구조적인 문제를 일으키던 루프아머 대신 기존 포탑 구조를 유지하되 포탑 상면 장갑의 소재를 개선하여 방어력을 확보한 레오2A5 기반의 PSO를 개발했다. 한편 주포를 기존의 44구경장에서 55구경장으로 바꾼 레오파트 2A6, 이를 PSO의 부품과 통합힌 2A7+ 시가전형과 에이브럼즈의 SEP 버전처럼 여기서 개발한 부품을 부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레오파트 2A7을 거쳐 여기에 다시 장갑 및 센서, 전자장비들을 개선한 레오파트2A7V 사양을 확정한 뒤 기존 레오파트2들도 이 사양으로 개수하는 중이다.

심지어 프랑스조차 아래 그림 17처럼 시가전 대응 능력을 갖춘 개량형, 르끌레르 아주르를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림 17. 르끌레르도 시가전용 사양 아주르를 내놓았다.
그림 17. 르끌레르도 시가전용 사양 아주르를 내놓았다

전차는 기본적으로 자체 장갑으로 위협을 방호해왔지만 1980년대부터 소련에서 135mm 또는 152mm 주포를 장착한 새로운 개념의 전차를 만들 것이라는 징후가 포착되었고, 그 정도의 포에서 발사된 탄체들이라면 기존 장갑의 방호력을 한참 상회하는 관통력을 가질 것으로 추산되었다. 때문에 이들의 위협에서 전차의 생존성을 확보할 필요가 생겼다. 모듈러 장갑(르 끌레르의 모듈러 장갑은 사실 이것 때문에 개발된 산물이다.) 나아가 무인포탑 도입을 검토하는 한편 이지스함이 그러하듯 차체 주변 모두를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와 날아오는 탄체를 타격, 방향을 바꾸거나 배제할 수단이 검토되었다. 대응탄을 발사하여 탄체를 격추한다는 개념에 더해 ERA의 폭발 기능을 더 발전시켜 장갑 표면, 나아가 산탄처럼 탄막을 뿌려 APFSDS탄까지 방호해보자는 능동방호장갑(당시 영국이 꽤나 흥미를 가졌다.) 개념도 등장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 러시아의 아레나, 드로즈드, 독일 ADS의 AMAP, 라인메탈의 AKESS, 딜의 AWISS, 미국의 아이언커튼 퀵 킬, 이스라엘의 아이언피스트, 트로피 등이 시도되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능동방어체계는 방호력 개선엔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형식을 불문하고 주변의 우군 보병들에게 본의 아닌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고 결정적으로 1991년 소련이 붕괴되며 그런 전차를 내놓을 가능성은 없어진 바람에 흐지부지됐다, 그래도 장갑방호력만으로 대응하지 못할 수준의 탄체가 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기에 능동방어체계의 요구는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 살아남은 능동방어체계는 이스라엘의 트로피와 라인메탈 ADS 정도다.

<라파엘 트로피>

<라인메탈 ADS>

아무튼 이러한 배경 하에 최근 원조격인 메르카바에 이어 에이브럼스, 레오파트2, 챌린저 3이 트로피 능동방호체계(Trophy Active Protection System)의 채용이 시도되는 중이다.

그림 18. 트로피 능동방어체계를 장착한 서방의 제3세대 전차들
그림 18. 트로피 능동방어체계를 장착한 서방의 제3세대 전차들

이러한 환경 속에 과연 NLAW나 재블린이 전차의 종언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표 1. 현용 대전차 미사일 스펙 비교
표 1. 현용 대전차 미사일 스펙 비교

표 1에서 보듯 재블린, NLAW의 스펙은 기존의 3세대급 ATGM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큰 메리트를 갖진 못한다. 대량으로 사용되지 않았을 뿐이지 서방 제3세대 전차들을 주저앉힐 수 있다는 점에선 오히려 코넷의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텔레그래프 기사는 NLAW나 재블린의 탑어택 능력을 강조하지만 현용 대전차 미슬 가운데 안되는 게 드물 지경이고, 코넷이나 헬파이어 같은 경우에는 탑어택같은 꼼수 없이도 그냥 돌직구로 격파가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재블린, NLAW이 좋은 대전차수단이긴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방호를 목표하는 서방 제3세대 전차들까지 주저앉혀 전차의 종언을 불러오기엔 한계가 있어보인다는 이야기다.

그림 19. 텔레그래프 기사는 러시아 탱크의 정점이라는 아르마타를 끼워넣어 러시아 탱크가 전함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 했다
그림 19. 텔레그래프 기사는 러시아 탱크의 정점이라는 아르마타를 끼워넣어 러시아 탱크가 전함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 했다

그림 19는 필자의 4월 6일자 기사, "[팩트체크] 텔레그래프는 과연 탱크의 종언을 말했을까?"에서 그림 4로도 썼던 캡처다. 여기서 텔레그래프는 NLAW 이야기 사이에 러시아 기갑전력의 새로운 중핵, T-14 아르마타를 넣어 NLAW가 T-14를 대전기의 전함처럼 만들 것이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서술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형 전함들이 퇴역한 이유는 "MK9 그레블 핵폭탄"이 등장하면서 함재기의 무장이나 잠수함의 어뢰에 핵탄두를 장착, 전함을 어렵지 않게 격침시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지 그저 단순히 항공기나 잠수함의 등장 때문이 아니었다. NNLAW가 다수의 러시아제 탱크들을 격파했다지만 그 이상으로 아르마타에 대한 효과 또한 검증되진 않았다. 특히나 사거리가 긴 재블린이라면 몰라도 애초에 염가에 간단히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NLAW는 800m로 사거리까지 짧아 발전된 열상 및 광학에 포착될 확률 또한 그만큼 높다는 점 또한 지적해두자.

이제 드론 이야기다.

그림 20. 드론 또한 전차의 종언을 알리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 20. 드론 또한 전차의 종언을 알리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연합뉴스 기사는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에서 드론이 '탱크 킬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널리 입증됐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재확인한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연합뉴스가 2020년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전쟁이라고 말한 나고르노(Nagorno)-카라바흐(Karabakh war) 전쟁에서 아제르바이잔군이 사용한 전술과 그 전개 과정을 살펴보면 연합뉴스 기자님의 전망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당시 아레르바이잔은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이스라일제 하롭, 그리고 무인기로 개조한 안토노프 An-2로 구성된 무인기를 체계적으로 사용했다. 우선 무인형 An-2를 투입, 아르메니아의 방공체계 위치를 확인, 포병화력을 집중시켜 이를 배제하고 바이락타르 TB2나 그 외 정찰용 드론을 투입, 표적정보를 획득한 뒤 이를 바탕으로 무장형 바이락타르 TB2나 하롭, 또는 포병화력으로 표적 격파를 시도한다. 이후 정찰용 드론을 다시 투입하여 전과를 확인하고 그 결과에 따라 상기 절차를 반복한다. 종래의 항공기 타격이랑 딱히 다를 게 없다.

<IAI 하롭>

아제르바이잔이군이 사용한 자살 드론, 혹은 배회 탄체 IAI 하롭은 길이 2.5m, 날개폭 3m, RCS: <0.5m2 이하의 스텔스 비행체로 최대시속 417km로 1,000km까지 최대 9시간 날 수 있으며 전자 광학 센서로 목표를 탐색하며 상공을 배회하다가 조종자가 적절한 목표를 선정하면 목표에 돌입, 탄두의 23kg짜리 폭탄으로 이를 격파한다. 하지만 조종가능 반경은 200km 정도다.

한편 바이락타르는 프레데터와 비슷한 크기와 능력(광학기재 성능 우열은 잘 모르겠지만)을 가진 무인기고 UMTAS 대전차 미사일 4발을 운용할 수 있다. 앞서 서술한대로 아제르바이잔군은 터키제 바이락타르 TB2, 이스라일제 하롭 같은 드론들을 투입하기 전에 무인기로 개조한 안토노프 An-2를 투입, 아르메니아의 방공체계를 확인, 이를 배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바꿔 말하면 적절한 방공체계가 운용되는 한 이를 배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심지어 러시아군이 대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아래 그림 21을 보자.

그림 21, 우크라이나의.드론 공격에 대비하여 러시아는 판치르 S1 복합 방공체계를 준비했지만 차축까지 푹푹 빠지는 라스푸티챠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림 21. 우크라이나의.드론 공격에 대비하여 러시아는 판치르 S1 복합 방공체계를 준비했지만 차축까지 푹푹 빠지는 라스푸티챠를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림 21처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대비하여 판치르 S1 복합 방공체계를 준비했다. 그런데 공격을 시작한 한 달 동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봄 가을로 전선을 고착시킨 라스푸티챠의 계절이었다. 그리고 판치르 S1은 포장도로상에서의 기동능력은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이처럼 라스푸티챠의 계절에 시골길을 헤치고 기동하기엔 체계는 무겁고 트럭의 기동성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진처럼 차축까지 푹 빠진 채 오도가도 못하다가 방기되어 우크라이나군에 노획되었다.

정리해보면 드론 또한 탱크를 타격, 위협할 수 있는 수단이고 이래저래 준비가 부족했던 러시아군에 피해를 입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 시점의 드론이 가진 능력으로는 전차의 종언을 부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드론의 효과가 과장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텔레그래프 기사는 그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준다. 온라인에 동영상이 넘쳐난다고. 물론 먼 훗날 언젠가 해당 주장이 현실로 이뤄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함이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이유는 전술핵이 등장해서 항공기와 잠수함의 무기로 어렵지 않게 전함을 격파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지 그 전에는 많은 희생을 감수하는 어려운 일이었다. 재블린, NLAW, 군사용 드론이 전차의 종언을 부르는 게임체인저가 되려면 전술핵과 비슷한 결정적 수단이 더해질 필요가 있다. 따라서 텔레그래프(와 연합뉴스) 기사의 주장은 현 시점에선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한다.

 

3. 러시아 탱크의 실패는 과연 전차의 종언을 말하는 것일까?

줄줄이 실패를 거듭하는 러시아 탱크들의 참상을 보고도 이것이 탱크의 종언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실 분도 많을 것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73이스팅 전투가 있었던 1991년 이라크의 주력 탱크는 무엇이었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보겠다.

그림 22. 1991년 걸프전 당시 아마도 73 이스팅에서 격파된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군 T-72
그림 22. 1991년 걸프전 당시 아마도 73 이스팅에서 격파된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군 T-72

정답은 당연히 그림 23에서 보듯 T-72다. 텔레그래프의 서술을 이라크군 시점으로 바꾸면 1991년 2월 26일, ”이라크군의 소련제 T-72 탱크 28대와 장갑차 16대가 미국의 M1A1 에이브럼스 주력 전차 9대와 교전을 시도했으나 단 23분 만에 격파되었고, 추가로 트럭 30대를 잃었다. 그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이라크의 주력 탱크는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아래 그림 23에 있다.

그림 23.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격파된 이라크군 T-72
그림 23.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격파된 이라크군 T-72

이라크군은 2003년 당시 700여대의 T-72 탱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제2차 걸프전에서 대부분을 상실했었다. 그럼 2022년 러시아군의 주력 탱크는 무엇일까?

Oryx의 "Attack On Europe: Documenting Equipment Losses During The 2022 Russian Invasion Of Ukraine“를 살펴보면 기묘한 현상을 목도할 수 있다. T-64BV 13대야 러시아가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군 차량을 노획해서 사용하다가 격파되거나 재포획된 것일테니 그렇다 쳐도 T-72A 11대, T-72AV 4대, T-72B 87대, T-72B 1989년형 38대, T-72B3 73대, T-72B3 2016년형 85대, T-80BV 14대, T-80U 60대, T-80UK 2대, T-80UM2 1대, T-80BVM 21대, T-90A 17대, 차종 불명 탱크 60대를 잃은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T-90A 17대와 T-80BV 14대, T-80U 60대, T-80UK 2대, T-80UM2 1대, T-80BVM 21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T-72다. 즉 2022년 현재 우크라이나에 침공한 러시아군의 주력 탱크는 T-72처럼 보이는데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가 문제다.

그림 24. 우크라이나에서 포획된 러시아 탱크들
그림 24. 우크라이나에서 포획된 러시아 탱크들

때문에 지금 공세에 나선 러시아군이 과연 1선급 부대가 맞느냐라는 의문 또한 제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국내 군사전문지 플래툰은 3월 9일자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군이 2선급?“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를 부정하는 중이다. 플래툰은 러시아군이 투입한 T-80BVM가 증가장갑을 렐릭트(Relikt)로, 주포도 더 개량된 2A46M-4로, 사통장치및 야시장비등도 러시아 입장에서는 가장 최신형으로 교체한 최신형이라며 이들이 1선급 부대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플래툰의 지적에는 중대한 맹점이 있다. T-80BVM 사양은 T-72B3 2016년형을 위해 만든 부품들을 T-80BV에 적용한 수준의 개수였기 때문이다. 뭐랄까 앞서 언급한 그림 4의 주인공인 2003년 당시의 M109A6 팰러딘이 신형이란 말과 딱히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 오릭스의 확인 결과와 그림 24의 장면들은 다소 의미심장한 그림을 보여준다. 러시아가 손실했다고 기록한 IFV나 APC들은 거의 예외없이 높은 격파손실을 보여주는 반면 탱크들의 절반 이상은 격파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승무원들이 방기한 것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아직까지 러시아군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 프로파간다와 그에 맞춰 춤추는 언론의 서술처럼 러시아 탱크의 성능 부족이라기보다는 탱크를 제외한 각종 장갑차량들의 상황이 투입된 탱크 이상으로 구식이거나 성능이 떨어져 재블린이나 NLAW 같은 대전차무기들이 활약할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거나 라스푸티챠의 영향, 공세 경로 설정의 문제로 인한 병참 체계의 혼선으로 인한 트럭과 소프트스킨급 장갑차량이 우크라이나군에 노출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당연히 제공권의 부재보다는 러시아 육군이 이전부터 익숙할 포병의 전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더 크게 지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러시아 탱크의 문제라거나 재블린이나 NLAW 같은 대전차무기의 활약이 차지하는 실질적인 지분은 프로파간다나 언론의 호들갑에서 형성된 이미지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만일 그 책임이 오롯이 러시아 탱크에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 아래 그림 25가 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25. M1 에이브럼스와 T-72의 크기 비교
그림 25. M1 에이브럼스와 T-72의 크기 비교

보시듯 T-72는 M1 에이브럼스에 비해 상당히 작다. 그리고 T-64. T-80, T-72는 모두 1963년에 개발된 T-64에 그 기술적 기반을 두고 있다. 1950년대의 요구 성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T-64는 개발 당시에 채 40톤이 되지 않았고, 초기 엔진은 700마력이었다. T-64는 T-55에 비해선 매우 고급사양이었지만 결국 제2세대적 사상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주포를 한 번 바꾸고 엔진 및 구동기구를 바꾼 T-80은 43톤, T-72는 41톤이었다. 이에 반해 M1 에이브럼스, 레오파트 2는 1970년대에 개발을 시작했고 에이브럼스는 56톤, 레오파트2는 53톤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2020년대 기준으로 T-72B3 2016년형은 47톤, T-80BVM은 46톤이 되었다. 러시아 T-90의 최신 버전인 T-90M 조차 전투중량 기준 50톤을 넘지 않는다. 반면 레오파트 2A7은 이제 67톤, M1A2C는 73.5톤까지 중량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잘 돌아다닌다. 그리고 이것이 성능의 차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준다. 성능 향상을 위해 15~20톤을 투자할 수 있는 차량과 채 10톤도 늘리지 못하는 차량의 차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아직까지 승리하지 못한 책임이 오롯이 러시아 탱크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전차의 종언을 보여준다고 단언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이야기다.

텔레그래프 기사가 나온지 사흘 뒤인 2022년 3월 17일, 월 스트리트 저널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탱크의 묘지가 되었다(Ukraine Has Become a Graveyard for Russian Tanks)“라는 기사를 냈다. 그리고 이 제목이야말로 텔레그래프와 영국인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최고의 지적이다. (텔레그래프 기사처럼) 탱크의 실패가 아니라 러시아 탱크의 실패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우크라이나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러시아의 실패는 프로파간다나 언론의 호들갑이 만든 전차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잘 봐줘야 러시아 탱크의 실패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잘못된 분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러시아 탱크들의 실패는 탱크의 종언이라는 텔레그래프(와 연합뉴스의)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라 판정한다. 

 

4. 전차가 종언을 맞을 것이라는 텔레그래프의 분석에는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그림 26. 이제 전차의 시대가 가고 보병이 더 중요해진다는 텔레그래프 기사
그림 26. 이제 전차의 시대가 가고 보병이 더 중요해진다는 텔레그래프 기사

텔레그래프 기사는 연합뉴스보다 이야기가 길다.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현대 육군은 다양한 지형에서 보병을 수송하기 위해 항상 장갑차를 필요로 해왔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방위 계획을 지배해온, 커다란 주포를 얹은 대형 주력전차(MBT)를 중심으로 육군을 구성하는 모델은 점점 구식이 되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전차는 영국의 전략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작년에 Wallace는 8억 파운드의 비용으로 148대의 Challenger 3 탱크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파괴된 것보다 적은 수량이다.

챌린저 3는 영국의 마지막 재래식 주력전차 업그레이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갑부대는 수십 년 동안 영국군의 가시였다. 차세대 아약스Ajax 장갑차는 소음, 진동 및 핸들링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주에는 일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네덜란드는 2011년에 전차 보유를 포기했지만 러시아의 크림 반도 침공 이후 일부를 임대했다. 미 육군은 여전히 ​​많은 전차를 보유하고 있지만 2020년 미 해병대는 로켓포, 무인 항공기 및 중국과의 미래 전쟁에 적합한 기타 첨단 장비에 집중하기 위해 전차를 없앨 것이라고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전차는 "과거 전쟁에서 길고 명예로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21세기에 마 해병이 직면할 위협에 "작전상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탱크의 묘지가 되었다(Ukraine Has Become a Graveyard for Russian Tanks)“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아래 그림 27이다.

그림 27. 맥마스터 장군의 발언으로 텔레그래프의 주장을 반론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캡처
그림 27. 맥마스터 장군의 발언으로 텔레그래프의 주장을 반론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캡처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이제 드론과 견착식 무기 체계들은 더 작고 휴대가 간편하며 자율적인 시스템을 사용하여 동일한 작업을 수행하려고 한다.

방위 산업 컨설턴트인 니콜라스 드러먼드는 "특히 우크라이나인들이 사용한 이 두 가지 무기는 러시아인들에게 공세를 중단하고 상황을 재평가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전은 기갑부대들(특히 러시아의 접근 방식)이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적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군사 전문가들은 전차들이 지상전에서 계속해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73 이스팅 전투의 주역 중 한 사람인) 맥마스터 장군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탱크 손실은 "전차라는 무기체계 자체의 결함이 아니라 오히려 보병부대의 문제다. 그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기갑부대를 포병 보병과 함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맥마스터 장군은 "기갑부대가 없다면 군대가 적의 포병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이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하고 영토로 합병했을 때 우크라이나가 겪었던 일이다. 당시 러시아군은 두터운 장갑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모든 것을 죽일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진격하는 부대의 보병들은 장갑차량의 내부나 전차의 뒤에서 보호되다가 적들을 일소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전투에서 전차나 상대적으로 가벼운 장갑차량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인용한 맥마스터 장군의 지적은 3번 항의 결론에서 언급했던 "러시아가 손실한 자산 가운데 IFV(보병전투차)나 병력수송장갑차량(APC)들은 거의 예외없이 높은 격파손실을 보여주는 반면 탱크들의 절반 이상은 격파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유로 승무원들이 방기한 것“이라는 사실과 합치한다. 더하여 이러한 접근방식의 차이는 1944년 여름, 노르망디에 상륙한 이후 영국군은 독일군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했지만 미국은 그것을 돌파해낸 것을 설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어쩌면 아래 그림 28에서 보이듯 전차(le Char 또는 Panzerkampfwagen이나 Kampf Panzer)와 탱크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그림 28. 현용 전차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는 르 샤 흐누(Le char Renault) FT(위)와 영국I 탱크 MK.I
그림 28. 현용 전차의 조상님이라 할 수 있는 르 샤 흐누(Le char Renault) FT(위)와 영국I 탱크 MK.I

다음으로 네덜란드가 전차를 포기한 이유는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2011년 4월 대규모 예산삭감과 감군 때문이지 전차가 무용해져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미 해병대가 전차를 포기한, 아니 포기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우선 미 해병대의 대 중국 방어 개념에서 전개하게 될 전장이 도서지역이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상륙함에서 육지까지 전차를 빠르게 수송할 수단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단지 전차를 포기한 것이 맞나 의문스러운 징후는 있는데 "[팩트체크] 뉴스톱도 한국일보도 놓친 '경항모 예산 20조원'기사“ 기사의 표2 아래 문단에서 "LHA-8 부건빌은 처음부터 F-35B 운용능력이 부가된 설계에 따라 건조되는 중이기에 소요비용이 가장 낮지만 아메리카나 트리폴리와 달리 상륙정을 위한 요갑판(well deck)이 부활한 형식“이라고 서술했었다. 그리고 이 요갑판(well deck)은 전차같은 중량물을 상륙지점까지 빠르게 전개시킬 수 있는 공기부양식상륙정, LCAC을 운용하기 위한 공간이다. 만일 텔레그래프 기사의 주장대로 미 해병대가 전차를 포기한 게 사실이라면 굳이 요갑판을 부활시킬 이유가 없다.

다시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2022년 4월 6일에 유투브에 올라온 아래 영상은 현대 지상전에서 전차의 위상과 그 존재 의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An epic battle between a single Ukrainian tank with a Russian convoy of several tanks and BTR-82A>

물론 전차가 육군 편제에서 사리질 가능성이 없다고는 안하겠다. 단지 그 이유는 텔레그래프가 강조한 드론이나 견착식 보병화기보다는 다른 이유. 아마도 아래에서 보이는 것 같은 무인 지상전투차량의 출현하는 쪽일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Successful live-fire demo for Rheinmetall Mission Master SP>

이것이 발전하여 기존 전차와도 교전할 수 있는 수준의 무인차량을 완성시킬 수 있다면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으로 볼 때 우크라이나가 전차의 종언이 될 것이라는 텔레그래프의 예언은 완전히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현재까지는 극히 가능성이 낮은, 사실상 사실이 아닌 범주에 들어갈 서술이라 판단한다.

 

5. 맺으며

21세기 들어 국내 언론들의 기사들을 보면 기자님이 꽂힌 외신의 시각을 기사로 내는 경향이 크다. 그런데 외신이라 하더라도 시각은 처한 상황에 따라 제각각이라는 점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도 텔레그래프와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가 그러하듯 시각에 따라 그 해석이 180도로 바뀔 수 있다. 모든 것을 고려한 엑기스 같은 기사를 써달라고 할 생각은 없다. 단지 좀 더 부지런하게 여러가지 시각을 소개해주시는 것은 어떠실까 싶은 생각이 있다.

그림 29.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장갑차량 구별 인덱스
그림 29. 저널리스트들을 위한 장갑차량 구별 인덱스

더하여 위 그림 29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전하는 국내 언론에 종사하는 기자님들께서 필히 익혀두셔야 할 인덱스(index: 목록, 제목, 조항 등을 차례대로 써서 찾아보기 쉽게 해 놓은 것)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있다.

우보형   nextop4u@naver.com    최근글보기
2차세계대전 이후 군사사와 병기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 2004~2005년 <국방일보> ‘전사 속 신무기’ 연재했다. 2010년 <보급전의 역사>, 2017년 <세계의 병기 대도해>, <조지 패튼 : 내가 아는 전쟁>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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