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가 아니다

<수소경제 진단> ① 수소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 기사입력 2019.01.23 23:35
  • 최종수정 2019.05.14 07:54
  • 기자명 김지석
뉴스톱의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

문재인 대통령이 1월 17일 울산을 방문해 수소경제시대를 선언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과 연계해 수소경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수소 경제를 위한 우리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정부의 이런 결정이 성급하고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소경제가 수소차를 밀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20년만에 수소경제 이행이 비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언론에서는 전기차와 비교한 수소차의 장점과 가능성, 전세계 자동차 혁신 동향, 수소경제 이행의 현실적 어려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기사가 많지 않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이 밀고 있으니 따라가야 한다는 분위기다. 뉴스톱은 전문가들의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수소경제 및 수소차 장단점과 실현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김지석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에너지 스페셜리스트의 글이다. 

YTN 화면 캡처.

기후변화 문제 악화로 더 빠른 속도의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해지면서 휘발유와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를 대신할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 전기차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확산과 더불어 내연기관 자동차 대비 환경성이 더 나은 기술로 인정을 받아 이미 대중화 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차의 가능성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매체에서는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수식어를 붙여서 소개한다. 그런데 수소차는 정말 궁극의 친환경차일까?

먼저 궁극의 친환경차라면 어떤 특성을 가져야 하는지 한번 짚어보자. 첫째, 건강을 해치는 초미세먼지, 질소산화물 같은 해로운 가스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 둘째, 이상기후 현상을 심화시키는 온실가스 배출이 적어야 한다.

첫번째 친환경요소인 유해 배출가스 문제에서 수소차의 특성을 보면 나름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듯 보인다. 수소차는 외부에서 생산한 수소를 저장하고 있다가 공기중의 산소와 반응시켜 전기를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를 이용해 전기 모터를 돌려서 이동한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수소차 자체에서 배출하는 유해배출가스는 없다

자동차 유해가스 배출량. 왼쪽부터 가솔린, 천연가스, E85 바이오 연료, 수소연료전지차, 배터리 전기차. 수소차와 전기차는 자동차 자체에서 배출하는 유해가스는 거의 없다. 출처: A guide to understanding the well-to-wheels impactof fuel cell electric vehicles - California Fuel Cell Partnership.

 

그런데 현대차는 수소차가 미세먼지 제거효과가 크며 수소전기차가 1시간을 달리면 성인 40명 이상이 1시간 동안 필요한 청정공기를 생산한다고 마케팅을 하고 있다. 수소차 구동 과정에서 공기를 빨아들이고 연료전지에 공급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제거되는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소차는 산소와 수소를 결합시켜 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산소를 소비하는 수소차를 움직이는 공기청정기라고 부르는 건 딱히 맞지 않다.

두번째 친환경요소는 이상기후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배출이 얼마나 적은가 하는 점이다. 미세먼지 공해가 심한 대한민국에서는 친환경 기준은 미세먼지 배출량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유럽, 미국, 중국 등에서는 가장 중요한 친환경차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휘발유나 경유 또는 LPG를 연료로 구동하는 일반차나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자체에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휘발유나 경유, LPG로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은 산소와 반응시켜 태우는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어 자동차 후면에 있는 배기구로 나오게 된다.

수소차의 경우 산소는 소비하지만 자동차 자체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는 않는다. 대신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물이 만들어진다. 수소차 자체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없다. 전기차는 저장되어 있던 전기를 사용해서 차를 구동한다. 전기차도 자체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없다.

하지만 직접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없다고 전기차나 수소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g/km 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건 신용카드로 지불했으니 돈을 쓴 건 아니라고 우기는 것과 같다. 전기나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사용했다면 상당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지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도요타 같은 수소차 생산업체나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은 이런 점을 감안해 수소차의 환경성을 평가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우선 수소차 고유 모델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도요타는 자사가 판매중인 미라이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한 결과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일반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거의 같았다. 현재 수소차 생산에 사용되는 절대 대부분의 수소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고온고압에서 수증기와 반응시켜 얻어지기 때문이다.

도요타 미라이 수소차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20km 주행 기준 하이브리드 자동차(HV)와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로 충전한 미라이 수소차(Mirai NG) 비교. 수소차 온실가스 배출량은 하이브리드 차량과 거의 비슷하다. 출처: The Mirai Life Cycle Assessment Report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되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된다. 여러 매체에서 수소를 쉽고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캘리포니아 퓨얼셀 파트너십의 평가에 의하면 캘리포니아에서 운행시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일반 자동차 보다는 적지만 전기차 보다는 많다. 수소차 자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없지만 수소를 생산하고 수송한 뒤 고압으로 충전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는 전기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열이 발생해 에너지 효율이 낮다. 반면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큰 열을 발생시키지 않고 전기를 공급해 에너지 효율이 높다.

1마일 주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왼쪽부터 휘발유, CNG, E85 바이오 연료, 수소(캘리포니아 기준), 전기(캘리포니아 기준). 출처: A guide to understanding the well-to-wheels impactof fuel cell electric vehicles.

막연한 미래 가능성 등을 배제하고 평가했을 때 수소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미 널리 대중화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준이며 전기차보다도 30% 가량 더 많이 나온다. 수소차가 일반차에 비해 환경성면에서 장점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 수준의 궁극의 친환경차라는 수식어를 달 정도는 아니다. 무턱대고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맞지 않다.

*2019년 1월 24일 오전 7시 40분 1차수정: 제목이 사실관계에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수소차는 친환경차가 아니다'에서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가 아니다'로 수정했습니다.

*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에 대해 반론이 있거나 수소차나 수소경제와 관련해 기고를 원하시는 전문가는 contact@newstof.com으로 연락주시면 상의 뒤 게재하겠습니다. 
김지석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에너지 전문가로 활동중이다. 태양광발전소장이다. 미국 브라운대학교와 예일환경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현대자동차 기획실에서 기후변화 대응업무를 담당했고 주한영국대사관에서 기후변화에너지담당과 및 에너지혁신 담당관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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