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날짜 확인도 안하고 손혜원 의혹제기...언론은 받아쓰기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1.24 12: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이 된 손혜원 의원과 관련해 각종 뉴스와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 ‘2차 북미회담’ 등 국내외적으로 더 큰 이슈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권과 언론들은 손혜원 의원 건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하고 있다. 지난 23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한 마디를 보탰고,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를 받아 보도했다. 그리고 이는 한국정치인과 언론의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지난 23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의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손혜원 의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손 의원이 대통령 부인인 김정숙 여사의 고교동창이라서 국회의원이 됐다는 주장이었다. 

“바로 그러니까 잘못 되었다고 하는 것이죠. 손혜원 의원이 홍보전문가로 국회의원 할 사람입니까? 마포에서 대통령 부인의 권위를 가지고 국회의원이 된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국민 무서운 줄 모르고 그렇게 막 떠드는데, 이런 것들이 끝나야 됩니다.”

손 대표의 발언은 곧 여러 매체를 통해 기사화됐다. 손 대표의 주장을 검증없이 그대로 전달한 언론이 상당수였다. 최소한의 팩트체크도 없었다. 정치인이 말한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소위 '따옴표 저널리즘'이다. 

그런데 손 대표의 발언은 사실관계가 틀렸다. 초등학생도 날짜만 확인하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9일에 당선됐다. 즉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부인이 된 것은 취임식이 진행된 2017년 5월 10일부터다. 반면 손혜원이 서울 마포구을 지역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것은 2016년 4월 13일이다. 대선 1년 전이다. 

게다가 당시 선거 분위기는 야권의 분열 등으로 대부분의 언론이 당시 여당이자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압승 혹은 최소 승리를 예상했다. 또 선거 당시 민주당을 이끈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체제였다.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야당 분열을 막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전면에 나서지도 못했고 불출마 상태였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계은퇴 등 정치적 운명이 좌우되던 시기였다. 총선에 불출마한 전 대표의 부인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쉽게 수긍하기 힘들다. 아니 틀렸다. 

포털사이트 검색화면 캡처

손 대표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주장이다. 당 대표로 있는 정치인이 사실이 아닌 것을 발언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이를 그대로 받아 보도하는 언론이다. 손 대표의 발언을 토씨 하나 안 바꾸고 중계한 언론의 이름을 보자. 이들의 정치적 의도를 쉽게 추정할 수 있다. 손혜원 사건을 어떻게해서든 권력형 비리로 만들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은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를 받아 보도하는 매체들이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현재 한국언론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따옴표 저널리즘은 그만해야 한다. 한국 저널리즘의 신뢰를 낮출 뿐 아니라 정치인이 저질발언과 거짓발언을 남발하도록 권장하는 기제다. 주장에 대한 최소한의 팩트체크는 언론의 기본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