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수소 생산시 에너지 낭비에 온실가스도 배출

<수소경제 진단> ② 1차에너지도, 재생에너지가 아닌 수소에너지의 비효율성

  • 기사입력 2019.01.28 05:05
  • 최종수정 2019.12.09 16:59
  • 기자명 이헌석
뉴스톱의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다. 수소는 원소들 가운데 가장 가벼운 원소이지만, 우주 질량의 약 75%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지구 표면의 70%나 덮고 있는 물에도 수소가 들어있고, 모든 유기 화합물에는 수소가 들어가 있다. 이렇게 흔하다보니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라는 표현으로 수소를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소는 어디에나 있는 원소이지만, 정작 찾으면 없는 원소이기도 하다.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공기 중 수소 비중은 0.00005%(0.5ppm) 밖에 되지 않는다. 네온(0.0018%)이나 헬륨(0.000524%) 같은 대표적인 희귀 가스보다 비중이 적다. 따라서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수소 화합물에서 수소를 분리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비된다.

어떤 가공이나 변형을 거치지 않고 자연 상태의 에너지를 1차 에너지(Primary Energy)라고 부른다. 석유(원유), 석탄, 천연가스, 태양광, 풍력 같은 것이 대표적인 1차 에너지이다. 사용이 용이하도록 1차 에너지를 가공한 것을 2차 에너지라고 부르는데, 휘발유나 경유,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제품, 전기 같은 것이 2차 에너지이다. 1차 에너지가 2차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투입되거나 손실되는 일이 발생한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폐열 같은 것이 좋은 예이다. 수소는 대표적인 2차 에너지이다. 자연 상태의 수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프타나 천연가스에 열을 가해 수소를 생산한다.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기도 한다.

'에너지 전달자' 수소의 효율은?

또 수소는 에너지 전달자(Energy Carrier)라고도 불린다. 에너지를 보관하거나 운반하기 위한 매개체란 뜻이다. 배터리나 스프링, 압축 공기, 전기, 수소 같은 것이 대표적인 에너지 전달자이다. 예를 들어 1차 에너지원인 우라늄을 생각해보자. 우라늄을 핵분열시키면 열이 발생한다. 하지만 집안 온도를 높이기 위해 집집마다 원자로를 들여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핵분열로 얻은 열을 전기로 바꾸고, 그 전기를 송전선과 전봇대 등을 통해 우리 집으로 옮겨온다. 그 다음 우리 집의 전기난로를 이용해서 다시 열로 바꾸는 것이다. 이처럼 에너지를 변환하고 옮기는 과정에서 반드시 손실이 발생한다. 핵발전소의 효율은 33~37% 정도이다. 즉 핵연료에서 나온 열 가운데 64~67%는 온배수의 형태로 바다로 버려지거나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또 전기가 송전탑이나 변전소, 변압기 등을 거치면서도 손실이 일어나는데, 2017년 우리나라의 전력 손실률은 3.57% 였다. 여기에 전기난로의 성능에 따라 추가 손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손실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을 생각한다면 다른 에너지로 변환하기보다는 1차 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그럼 수소는 어떨까? 최근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행정절차가 중단된 인천 동구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보자. 이 발전소는 천연가스를 연료로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로 전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두산 퓨얼셀의 440kW짜리 연료전지 90기(총 39.6MW)가 설치될 계획이다. 이 연료전지의 전기 효율은 45%이다.

그럼 천연가스를 수소로 바꾸지 않고 그냥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가스로 물을 끓여 증기로 발전기를 돌리는 기력(氣力) 발전소의 경우, 우리나라 전체 평균 효율이 35.32%(2017년 기준) 였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방식보다는 가스를 공기와 혼합하여 연소시키는 가스터빈을 더 많이 사용한다. 마치 제트엔진과 원리가 비슷한 이 방식의 효율이 더 좋기 때문이다. 또 터빈에서 나온 배기 열을 다시 발전에 활용하는 복합화력방식을 채택하면 효율이 더 좋아진다. 가스터빈을 이용한 복합화력발전소의 효율은 46.2%(2017년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 십수년 사이 가스터빈의 효율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효율이 60%대인 발전소들이 우리나라에도 건설되고 있으며, 최근 GE는 발전효율 64%짜리 세계 최대 효율의 가스 터빈을 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소연료전지는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본의 경우, 대형 냉장고만한 가정용 연료전지를 시판하고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아직 에너지 효율의 측면에서 볼 때 부족한 점이 많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수소차의 일부.

현재 우리나라 수소는 대부분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추출

그럼 천연가스 말고 다른 방법으로 수소를 얻을 방법은 없을까? 현재 사용되고 있는 수소 생산 방법은 대부분 LPG나 나프타, 중질유 같은 석유화학제품이나 천연가스, 석탄을 이용한 방법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소의 상당수가 이런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전력의 69.9%가 석탄화력이나 핵발전을 통해 생산되고 있다. 또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냥 1차 에너지를 발전에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점 역시 중요한 점이다. 특히 화석연료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고, 그 전기로 수소를 생산한 뒤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은 너무나 무모하다. 이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해도 마찬가지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바로 전력계통에 맞물려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이를 수소로 전환했다가 다시 전기로 바꾸는 것은 너무나 비효율적이다. 또한 제철소의 코크스로(석탄의 일종인 코크스를 사용하는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코스크로 배출가스(COG, Coke Oven Gas)에서 수소를 얻는 부생수소도 있으나, 그 양은 극히 작기 때문에 수소 수요가 많지 않은 지금도 전체 생산량의 0.1%에 불과(2016 신·재생에너지 백서)하다.

수소생산기술의 분류. 2016 신·재생에너지 백서

 

생산공정별 수소 생산량. 2016 신·재생에너지 백서

 

또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발생한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을 화학식으로 표현하면 CH4+H2O→H2+CO2 으로 간략히 적을 수 있다. 이를 수증기 개질(steam reforming)이라고 하는데, 천연가스에 포함된 메탄(CH4)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대신 이산화탄소(CO2)가 부산물로 만들어진다. 현재 연료전지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는 그냥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이를 별도로 포집할 기술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포집하더라도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연료전지 자동차나 연료전지 발전소는 다른 유해화학물질은 나오지 않더라도 온실가스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은 현재 ‘수소 경제’ 담론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딜레마이다. ‘수소 경제’가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탄소 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물론 화석연료에 기반하지 않는 수소 생산 방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실험실 단계의 연구에 불과하고, 핵에너지를 이용한 ‘고온가스로’처럼 추가적인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식도 있어 ‘무공해·무진장 궁극의 에너지’란 표현은 너무 섣부른 표현일 수 밖에 없다.

수소에너지의 장점. 출처: 산업연구원(KIET)

'신ㆍ재생에너지'란 이상한 조합

수소를 둘러싼 논쟁에서 또 하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수소가 재생에너지가 아님에도 신·재생에너지라는 이름으로 재생 에너지처럼 지원받고 있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 혹은 재생가능에너지라고 번역되는 renewable energy는 단어의 뜻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보충되는 에너지를 뜻한다. 날마다 뜨는 태양, 그 태양의 빛으로 인해 불어오는 바람, 태초부터 지각에서 나오고 있는 지열 등이 대표적인 재생에너지들이다.

반면 신에너지는 이러한 재생에너지와 무관하게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에너지이다. 법률적으로 신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수소·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나 열을 이용하는 에너지’로 정의된다. 수소에너지는 물론이고, 석탄액화, 석탄가스화에너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차이는 신에너지는 시간이 지나도 보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불가능한 에너지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한꺼번에 묶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 이용, 보급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 통계도 ‘신재생에너지’라는 하나의 통계로 묶어 발표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 이유는 이 법의 원래 이름이 ‘대체에너지개발촉진법’이었다는데 있다. 대체에너지(Alternative Energy)란 말은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라는 말로 1970년대 석유 파동 시절 나온 것이다. 가격이 폭등하고 점점 고갈되어 가는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을 석유처럼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 나왔고, 심지어 핵발전도 대체에너지의 일환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대체에너지란 사실 석유를 대체하는 에너지라는 말로 1970년대 석유파동 시절에 나온 것이다. 고갈되고 가격이 급등한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석탄을 석유처럼 액체로 만드는 기술이 나왔고, 심지어 핵발전도 대체에너지로 언급되기도 했다. 1982년 10월 14일자 1면 매일경제 기사를 보면 전두환 대통령은 핵발전소 기공식에 참석해 자원빈국에 있어 핵발전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활용이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1982년 10월 14일자 1면 기사 '대체에너지 개발 시급한 선결과제' 기사. 울진 1,2호기(당시엔 고리1호기부터 건설 순서에 따라 번호를 붙여 원자력발전소 9,10호기는 현재 울진 1,2호기에 해당한다) 기공식에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자원빈국에 있어 핵발전 같은 대체에너지 개발 활용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석유 가격이 안정화되자 ‘(석유)대체에너지’란 말은 낡은 말이 되어 버렸다. 이 개념은 석유뿐만 아니라, 석탄 같은 화석연료 전체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기도 했지만, 결국 영영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는 ‘대체에너지’란 말을 재생에너지와 동일한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연장선에 수소에너지도 함께 있다. 이러다보니 시민사회와 학계에선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분리하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 법개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과도한 희망보다는 현실적 접근이 필요

다양한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효율이 낮고 가능성이 부족하더라도 꾸준한 연구개발이 진행된다면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이런 과정은 과거 핵발전이나 재생에너지도 겪었던 과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효율이 좋아지고 가격이 싸진다고 할지라도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환경단체들이 탈석탄, 탈핵, 에너지전환을 외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석탄화력발전에 탄소포집장치(CCS)를 설치하고,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아무리 높이더라도 석탄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핵발전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조금 과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수소경제’에 대해 환경단체들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는 것은 지금의 ‘수소경제’가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 시스템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혀 다른 기술로 수소를 깨끗하고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면, 이런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 때가 아니다. 오히려 ‘궁극의 에너지’라는 미사여구로 정치권과 국민들의 눈을 흐리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살펴봤으면 한다.

* <수소경제 진단> 시리즈에 대해 반론이 있거나 수소차나 수소경제와 관련해 기고를 원하시는 전문가는 contact@newstof.com으로 연락주시면 상의 뒤 게재하겠습니다. 
이헌석     최근글보기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1998년부터 핵발전과 에너지 분야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국가에너지위원회 사용후핵연료 TF(2007년), 국회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2013년), 산업부 고준위방폐물관리계획 재검토 준비단(2018년) 에 참여했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탈핵학교> 책의 공동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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