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진보정부 때 보수정부보다 1인당 GDP 증가 4배 높았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1.3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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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대정권 1인당 GDP 증가액>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주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이용자들과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다. 김영삼 정부부터 현 문재인 정부까지의 정권별 1인당 GDP와 증가액을 비교한 것으로, ‘진보정부(김대중, 노무현, 문재인)’때는 2만285달러가, ‘보수정부(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때는 4519달러가 증가해 진보정부 시기 1인당 GDP 증가액이 보수정부 때보다 4배 이상 높다는 것이다. 최초 페이스북 게시물은 30일 오전 기준으로 1만천회가 넘게 공유됐다.

(*‘보수’와 ‘진보’에 개념과 정의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해당 게시물은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보수정부’로 구분하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좌파정부’로 구분했다. 이 글에선 현 자유한국당 계열인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보수정부’로, 현 더불어민주당 계열인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를 ‘진보정부’로 구분했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해당 게시물은 위의 표와 함께 아래의 글을 첨부했다.

“김영삼 정부는 시점은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시점이 있어서 1992-1998년으로 하니까 증가액 달랑 9달러 늘어나 제로성장이었다. 김대중 정부도 1998-2002 기간 중 4,748달러 환율로 계산하면 530만 원 정도 증가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2-2007년 기간 중 10,297달러로 환산하면 1,153만원 증가했고 5년 기간 중 90% 증가했다. 그렇게 물고 뜯고 경제무능 정권이라고 했는데 여섯 번의 정부동안 가장 높은 1인당 국민소득이 증가했다. 거의 타의 추종을 불러할 정도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는 1,673달러(187만원), 박근혜 정부는 2,837달러(317만원)로 외환위기를 만든 김영삼 정부 보다는 높지만 처참할 정도의 경제 성적표이다. 문재인 정부는 단 2년 동안 5,242달러(587만원),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이룬 성과를 넘어서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를 보였다. 우리가 ‘조중동’, 경제신문들에게 얼마나 세뇌를 받았으면 이렇게 통계표를 작성해 보고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달러기준으로 하다 보니 약간의 오차는 있을 수 있지만 이 통계 자체가 잘못된 부분은 없다. 최근 여섯 번의 정권 중 1위 노무현 정권 10,300달러 2위 문재인 정부 5,242달러 3위 김대중 정부 4,746달러 4위 박근혜 정부 2,837달러 5위 이명박 정부 1,973달러 6위 김영삼 정부 9달러 좌파정부가 경제를 망친 게 아니라 가장 성장률이 높았던 정부였다. 지난 26년간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 1인당 국민소득 증가는 20,285달러 증가했고,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고작 4,519달러로 4,5배 더 성장했다”

 

숫자 자체는 ‘대체로 사실’이다

GDP 즉 ‘국내총생산’은 GNP(국민총생산:한 나라의 국민이 1년간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합)에서 해외로부터의 순소득을 뺀 것으로 한 국가의 순전한 국내경제활동의 지표로 쓰인다. 한 국가의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기간 동안에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부가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여 합계한 것으로 각 부문의 생산 활동은 물론 소비, 투자, 수출 등 수요동향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종합적인 지표이다. 1인당 GDP는 이를 총국민수로 나눈 값이다. 1990년대까지는 GNP를 중시하였으나,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 늘고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는 글로벌 경제시대가 되면서 GDP가 한 국가의 경제력을 의미하는 시대가 되었다.

먼저 해당 수치가 맞는지 확인해 보았다. 게시물에서는 해당수치의 출처를 제시하지 않아서 국내외적으로 가장 많이 인용하고 있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자료를 통해 정리했다.

세계은행의 지표는 2017년분까지 확인할 수 있고, 지난해인 2018년 수치와 앞으로의 예상수치는 IMF의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은행은 당해년을 포함한 최근 3개년의 가중평균 환율을 적용(Atlas방식)하는 반면 IMF는 연평균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약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각 지표를 비교한 결과, 해당 게시물의 수치는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각 정부별 임기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보수정권 시기 14년간 8671달러가 증가한데 비해 진보정권 12년 동안에는 1만5369달러가 증가했다. 게시물에서처럼 ‘IMF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시점을 감안해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시기를 조정하면 보수정부 시기에 4624달러, 진보정부 시기 1만9416달러 증가를 보였다. 통계청이 제공하는 국가통계포털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다. 해당 수치만 보면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다.

 

환율 고려하면 진보ㆍ보수 모두 비슷하게 성장

하지만 달러를 기준으로 한 1인당 GDP를 근거로 경제성과를 평가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

우선 원/달러 환율에 따른 차이를 들 수 있다. 환율은 매일 바뀌는데 자본거래의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짧게는 1주일 만에 10%가 오르내리기도 한다. 두 나라의 생산량이 전혀 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인당 GDP는 10%가량 오르내릴 수 있다. 특정 정부 기간에 원화의 가치가 꾸준히 높아졌다면 달러로 계산한 1인당 GDP도 꾸준히 상승할 확률이 높다. 결국 원/달러 환율은 변동성이 매우 커서 실질적인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자료로 쓰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국의 원화강세와 일본의 엔화약세가 동시에 나타나며,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의 84% 수준으로 바짝 추격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한국은행의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3년부터 2017년까지의 1인당 GDP를 달러와 원화로 각각 비교할 수 있는데, 달러로 표시한 그래프는 앞서 도표에서처럼 등락을 보이며, 보수정부시기보다는 진보정부 시기에 더 많은 상승폭을 보인다. 하지만 원화로 표시할 경우 같은 기간 동안 거의 균등한 상승폭을 보인다. 1997~1998년 외환위기 시절만 정체했을 뿐 나머지 기간은 보수정권와 진보정권의 시기구분이 불필요할 정도로 전반적으로 고르게 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실제로 한 국가의 경제성장률은 해당 국가의 통화를 기준으로 매년 증가액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계산한다.

또 GDP는 국가의 경제력을 측정하는데 좋기는 하지만 해석하기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국가별 물가인데, 이를 위해 구매력지수(PPP)를 이용한 실질 GDP와 물가인상을 고려한 GDP 변화율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1인당 GNI도 진보ㆍ보수정권 큰 차이 없어 

이처럼 GDP는 한 국가의 경제규모를 파악하는데는 유용하지만, 국민들의 평균적인 생활수준을 알아보는 데는 적합하지 못하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은 전체 국민소득의 크기보다는 1인당 국민소득의 크기와 더욱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알아보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1인당 GNI(Gross National Income : 국민총소득)이다.

GNI는 한 국가의 국민이 국내외 생산 활동에 참가하거나 생산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의 합계로, 이 지표에는 자국민(거주자)이 국외로부터 받은 소득(국외수취요소소득)은 포함되는 반면 국내총생산 중에서 외국인(비거주자)에게 지급한 소득(국외지급요소소득)은 제외된다. 1인당 GNI는 명목 GNI를 한 나라의 인구수로 나누어 구하며 국제비교를 위하여 보통 시장환율로 환산하여 미달러화로 표시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통해 1993년부터 2017년까지의 1인당 GNI를 살펴보면,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7~1998년과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2009년에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가 회복했던 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진보ㆍ보수 정권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다.

<출처 :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

이렇듯 경제 수치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1인당 달러 GDP 증가액으로 특정 정부의 경제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GDP가 성장을 하면 GDP를 성장시킨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야 하지만 일부 상위층에게만 돌아간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성장은 ‘그림의 떡’이고 오히려 불평등의 그늘만 커지게 된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에서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국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체감은 수치만큼이 아니라는 평이 많다. 이처럼 부분적이거나 단편적인 ‘팩트’가 항상 '전체적인 진실'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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