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경찰 감독권, 집시법 개정, 여성 고위직 비율

  • 기자명 뉴스톱
  • 기사승인 2022.06.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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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 이후 행안부 장관의 치안 사무 감독권 없어졌다”, “과도한 욕설과 소음 시위 집시법 개정으로 막아야 한다”, “한국 여성 고위직 진출, 낮은 수준이다”. 최근 관심을 모은 발언과 주장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크 관련 주요 뉴스에서 소개해 드립니다.

 

MBC 방송화면 갈무리
MBC 방송화면 갈무리
1. 민주화 이후 ‘행안부’장관의 경찰 감독권 없어졌다?

정부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에 대한 통제를 위해 행정안전부 내 별도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자 경찰 내부 반발이 확산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울산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민주화 이후 장관 사무에서 치안 사무를 삭제해 (행안부) 장관은 치안 사무에 대한 감독권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우리나라 경찰 조직은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청 산하 경무국(경무부)으로 출발했으며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내무부(현 행안부) 산하 치안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 긴급조치가 발동된 1974년 내무부 치안국이 치안본부로 격상되고 경찰 수장의 직급도 국장급(치안국장)에서 차관급(치안본부장)으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정권에 예속돼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란 오명을 얻었고 민주화 이후 경찰의 중립성·독립성을 보장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1991년 내무부에서 분리된 ‘경찰청’이 출범했습니다. 아울러 경찰청 독립을 위한 법제 정비 차원에서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고 ‘경찰법’이 새로 제정됐습니다. 당시 법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원래 내무부 장관의 직무로 규정됐던 치안(경찰) 사무가 삭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989년 개정된 직전 정부조직법 31조에는 ‘내무부 장관은 지방행정·선거·국민투표·치안 및 해양경찰과 민방위에 관한 사무를 장리(掌理)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감독한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1990년 말 개정된 정부조직법 31조는 ‘내무부 장관은 지방행정·선거·국민투표 및 민방위에 관한 사무를 장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사무를 감독한다’로 바뀌었습니다.

정부 수립과 함께 정부조직법이 처음 제정될 때부터 내무부 장관의 고유 직무로 명시됐던 치안 사무가 그때 삭제돼 현행 정부조직법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당시 제정된 경찰법을 봐도 ‘내무부 장관 소속하에 경찰청을 둔다’고만 되어 있을 뿐 치안 사무에 대한 내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규정은 찾을 수 없습니다. 대신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위원들로 구성된 경찰위원회에서 경찰의 인사·예산 등을 심의·의결하게 했습니다.

정리하면 30여 년 전 경찰청을 내무부의 외청으로 분리독립할 때 관련 법률의 제·개정 취지는 단순한 직제 변동 이상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찰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과거 폐습을 근절하는 차원에서 경찰에 대한 내무부 장관의 직접적인 지휘감독 권한을 박탈 내지 엄격히 제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행안부 장관의 업무에 치안 사무가 포함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법과 경찰법 개정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욕설·고성 시위, 집시법 강화로 해결?

전·현직 대통령 사저 앞에서 사상 초유의 집회 대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대원칙이 배경입니다. 하지만 해당 집회의 소음과 표현의 정도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법을 바꿔서라도 제한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주장과 함께 구체적 법 개정안까지 나왔습니다. MBC에서 따져봤습니다.

집회가 위법인지 아닌지 따지는 기준은 집회의 형식과 내용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집회 신고를 했거나, 신고할 필요가 없는 1인 시위인 경우 합법입니다.

또 다른 규제는 ‘소음’입니다. 전·현직 대통령 사저는 주거지역으로 분류돼 낮에는 10분 동안 65데시벨, 밤에는 60데시벨을 넘기면 안 됩니다. 하지만 최근 집회는 90데시벨이 넘어도 대부분 규제를 피했습니다. 소음을 내다 안내다 하거나, 1시간 동안 2번만 최고 소음치를 넘기는 방식으로 법망을 피해 갔습니다.

내용 규제는 더 어렵습니다. 모욕적인 구호나 낙서 등으로 ‘사생활의 평온을 뚜렷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로 규제가 가능하지만, 평온을 해치는 기준이 애매하고 경찰의 자의적 해석 우려 때문에 실제론 거의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예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제한하자는 집시법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전직 대통령 사저 앞 집회를 금지하거나 유튜브 방송 등 상업적인 목적의 집회 시위와 정치적 의견 등으로 증오를 조장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1인 시위를 집시법 적용대상에 넣자는 안까지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장소를 규제하는 건 위헌 소지가 크고, 내용에 대한 규제는 논란이 불가피합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형식적인 측면에서 소음 기준을 차별 적용하거나 확성기 사용을 허가제로 운영하기도 하고, 내용도 인종과 성별 등 뚜렷한 증오 발언에 대해 지자체 ‘조례’ 수준에서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입니다. 법률로 규제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형법상 명예훼손죄처럼 별도의 법안을 통해 구체적 사례를 따로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집회에 참가하지 않는 일반 국민도 집회 소음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는 점을 판례를 통해 일관되게 밝혀놓고 있습니다.

 

3. 한국, 여성 고위직 진출은 여전히 후진국?

최근 한미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미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발언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professional advancement)과 관련해 선진국들 사이에서 꾸준히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뉴스포스트에서 확인했습니다.

국가통계포털 KOSIS의 통계에 따르면, 정부와 대기업 등의 기관에서 의사결정과 관리자 역할을 하는 여성의 비율을 측정한 관리직 여성 비율의 경우 한국은 2019년 기준 조사 대상 74개국 중 71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또한 국제노동기구 ILO 통계를 통해 실태를 비교한 결과, 2020년에는 조사 대상 96개국 중 91위, 2021년에는 조사 대상 53개국 중 53위로 여전히 최하위권이었습니다.

국제노동기구 ILO는 이미 지난 2015년에 ‘Women in Business and Management Gaining Momentum’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관리직 여성 비율이 쉽게 상승할 것 같지 않다고 예고한 바 있습니다.

사기업 고위직 인사의 경우, 지난 3월 회계법인 딜로이트가 펴낸 보고서 ‘Women in the boardroom’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평균은 4.3%로 국제적으로 하위권에 속했습니다. 한국에서 이사회 의장 혹은 CEO로 활동하는 여성 비율 역시 각각 2.3%, 2.4%로 국제 평균보다 낮았습니다.

공적 영역도 마찬가지였습니다. UN이 2021년 7월 발표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조사 대상 128개국 가운데 88위였습니다. 지방정부의 경우, UNDP 보고서 ‘Human Development Report’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지방정부 여성 의석 점유율 또한 조사 대상 131개국 가운데 85위로 하위권이었습니다.

검증 결과, 한국은 관리직 여성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여성 고위직 진출과 관련된 각종 국제 통계에서 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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