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궁전>의 AR ‘5G’시대에는 열릴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2.0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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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을 소재로 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막을 내렸다.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 시청률에서 가구 평균 9.9% 최고 11.2%를 기록하며 케이블, 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후 드라마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의 혹평이 이어졌다. ‘증강현실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방영 초반 시청자를 끌어 모았던 기대와 달리, 각종 궁금증을 해소시키지 못한 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특히 증강현실 기술의 특징이 현실에 가상을 섞은 것인데 극 초반부 드라마 속 증강현실은 현재의 기술력과 미래에 기대되는 기술력을 잘 섞어놓으며 현재 혹은 조만간 다가올 미래처럼 보이도록 해 시청률을 견인했다. 하지만 중후반부로 갈수록 ‘현재기술’과 ‘미래기술’이 판타지와 SF장르를 오가는 것처럼 섞이며 시청자들을 혼돈에 빠뜨렸고, 결국 ‘열린 결말’이라는 모호한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방송화면 캡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고 ‘증강현실’에 대해 궁금해진 독자들을 위해 ‘증강현실’의 현재를 짚어보았다.

가상현실은 5G 통신시대의 핵심콘텐츠

지난 해 12월 1일 세계 최초로 5G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이동통신 3사가 오는 3월부터 일반 고객 서비스를 내놓는다.

5G는 4세대인 LTE보다 20배 빠른 이동통신 기술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20Gbps(1초당 20기가비트) 이상이어서 2.5GB 용량의 초고화질(UHD) 영화를 1초 만에, 50GB 용량에 육박하는 4K 영상도 20초 만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 LG전자 등도 올해 5G 스마트폰을 출시한다. 5G는 기존 4G LTE 대비 최고 속도가 20배 빠른 20Gbps에 이른다. 이 같은 속도의 통신환경은 멀티 디바이스 원격 접속과 고용량 콘텐츠가 원활하게 구현될 수 있다. 5G시대의 기대되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인 이유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현실의 특정한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를 통해 그대로 모방하여 사용자가 마치 실제 주변 상황·환경과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이다. 1960년대 ‘3D 컴퓨팅을 이용한 상호작용 연구’에서 시작하여 비행기나 우주선의 조종을 위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거쳐 발달했다.

<매트릭스>와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통해 가상현실의 개념이 대중화되고 2010년대 이후 HMD(Head Mounted Display)기술 개발이 상용화되면서, 의학·생명과학·로봇공학·우주과학·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사용자는 고글, 헤드셋, 장갑, 특수복 등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컴퓨터가 만들어낸 환경을 접하게 된다.

이에 비해 증강현실은 컴퓨터가 만들어낸 유용한 정보를 이미지에 겹쳐서 결합하거나 늘리는 과정을 말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이미지에 가상 이미지를 겹쳐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므로 가상현실보다 현실감이 뛰어나다. 가장 먼저 대중화된 것이 자동차에 적용되는 전방표시장치(HUDs:head-up displays)다.

증강현실은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거리를 비추면 인근의 상점이나 건물의 부동산 동향, 할인 정보, 이용 후기 정보가 영상에 비치거나, 상품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가격정보가 나타나는 것 등이다.

포켓몬고 게임장면

2016년에는 닌텐도가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게임 ‘포켓몬 고’를 출시하여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대본을 쓴 송재정 작가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포켓몬고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결국, 가상현실이 조작되고 창작된 또 다른 가상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면,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가상의 것을 겹쳐 보여주며 보완하는 것이다.

 

글래스(안경)형태는 대중화단계지만 렌즈형태는 미지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초반부에서 주인공 현빈이 게임에 처음 접속하며 착용한 렌즈를 활성화하자 본사의 개발자가 발열여부를 물어본다. 안구에 직접 닿는 렌즈이니 당연한 질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스마트폰도 과열될 경우 자동으로 꺼지는 기능이 있다. 과열된 스마트폰 폭발사고는 종종 외신이나 사회면 뉴스로 등장한다. 렌즈 형태의 경우 발열은 당연히 해결되어야 한다.

또 하나 해결해야 할 것이 배터리 즉 에너지원이다. 렌즈는 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무선충전 방식처럼 코일을 이용한 2차 유도 방식으로 전력을 전달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도 사람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중 하나인 눈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이 꼭 필요하다.

삼성전자가 이미 지난 2014년 9월 증강현실에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콘택트 렌즈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처럼 망막에 직접 정보를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렌즈에 내장된 안테나가 영상정보를 수신하고, 렌즈 속 디스플레이를 통해 재생한다. 눈 깜빡임으로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 초기 단계로 알려졌다. 실제 상용화가 가능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것이 글래스(glass) 즉 안경형태이다. 2012년 구글이 시제품으로 발매한 ‘구글 글래스’는 사생활 침해 논란 등의 문제로 2015년 판매가 중단됐다. 현재는 기업용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스마트폰을 대체할 기기로 ‘AR글래스’를 꼽을 정도로, 차세대 스마트기기로 인정받고 있다.

AR글래스가 상용화되면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시장이 창출되리란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디지캐피털은 2022년 세계 AR·VR 시장규모가 1천50억 달러(약 119조 원)가 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AR 비중이 86%를 차지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18년 3월 발간한 <AR 글래스 시장동향> 보고서에서 “스마트폰과 AI스피커는 AR글래스로 가는 초기 단계”라며 “거의 모든 기능이 AR글래스에 흡수돼 다른 기기들의 필요성은 점점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결합 ‘혼합현실’

2015년 1월 22일 마이크로소프트는 HMD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를 발표했다. 홀로렌즈는 스마트폰이나 PC에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홀로그래픽 컴퓨터다. 사용자는 주변 현실 공간에서 투시된 렌즈와 공간 음향을 통해 홀로그램을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다. 사용자 주변에 가상영상을 입혀 사용자가 보고 이해할 수 있는 환경도 제공한다. 현재까지 발표된 증강현실 기기 중 가장 진보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홀로렌즈 소개영상 캡처

홀로렌즈가 구현한 것이 혼합현실(MR:Mixed reality)이다. 혼합 현실 혹은 혼성 현실 (Hybrid reality)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합쳐서 새로운 환경이나 시각화 등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특히, 현실과 가상에서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할 때 혼합 현실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여러 SF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홀로그램 영상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특히 사용자가 시선을 가까운 물체에서 먼 물체로 옮기면 초점도 같이 이동하므로 생생한 현실 체험이 가능하다. 현실 세계로 진짜 같은 가상 이미지를 불러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3D의 홀로그램 같은 이미지로 가상의 사물을 보면서 서로 소통하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에 기존의 업무 방식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다. VR이 주는 몰입감과 AR의 현실감이 적절하게 섞여있다고 볼 수 있다. 산업용은 물론 학습용, 게임용 콘텐츠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현재 개발된 대표적인 MR 기기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 매직리프의 ‘원 크리에이터 에디션’, 삼성의 ‘HMD 오디세이’ 등을 들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사의 브라이언 블라우 부사장은 “2020년이 되면 VR 및 AR 기기들이 없어지고 대신에 VR과 AR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MR 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은 MR의 세계 시장이 2015년 433억 원에서 2022년 2조 1010억 원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특히 2010년 로니 애보비츠(Rony Abovitz)에 의해 설립된 증강현실 스타트업 매직리프(Magic Leap)는 구글, 알리바바, JP모건, 모건스탠리, 퀄컴, KPCB 사로부터 약 50억 달러(약 6조180억 원) 투자를 받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출시된 MR 기기는 대부분 개발자용이지만 5G 시대의 개막과 함께 더 빨라진 통신속도를 배경으로 문제점들을 보완한 신제품들이 다양하게 개발 중이다.

 

증강현실은 ‘공상과학’에서 ‘언젠가는’으로 가는 과정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나온 ‘스마트렌즈’는 인간의 오감 가운데 하나인 시각적인 부분만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판타지’에 가까웠다. 렌즈 자체도 구현가능여부가 미지수인 상태다.

하지만 MR기술이 적용된 ‘홀로렌즈’, 청각적인 AR 기능만을 지원하는 보스의 ‘보스프레임’, 신체 움직임을 파악하는 적외선 센서와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촉각센서 등 각각의 부문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이 이어지며, ‘언젠가는?’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HYPER-REALITY from Keiichi Matsuda on Vimeo.

시장조사업체 IDC는 AR헤드셋 출하량이 지난해 20만대에서 2022년에 2159만대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5G의 상용화가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5G 개통이 AR을 비롯한 실감형 미디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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