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짧은 품질보증기간 제재 가능할까?

  • 기자명 이채리 기자
  • 기사승인 2022.07.16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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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용 의료기기 관련 피해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된 의료기기 피해 구제 신청은 총 452건이다. 피해 유형은 '품질 및 AS 불만'이 61.1%(276건)으로 가장 많았다. 

AS 불만 피해 사례 중 '품질보증기간 이후 제품 하자로 인한 분쟁'도 있었다. 원래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었지만, 사업자는 품질보증기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수리를 거부했다. 이러한 경우 구매자가 직접 구매자 과실로 인한 고장이 아니라 제품의 하자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직접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 무상 수리 기간이 짧다면 더욱 불리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은 이 점을 악용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한다. 품질보증기간은 기업에서 정하기 때문이다. 품질보증기간을 의도적으로 짧게 설정한 뒤, 수리비나 재구매를 유도하는 형식이다. 

노인을 대상으로한 가정용 의료기기 사기도 비슷한 맥락이다.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의료기 제품을 고령층에게 판매한다. 품질보증기간은 최대한 짧게 설정하고, 수리비를 명분으로 노인들의 쌈짓돈을 가져간다. 이는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과하게 짧은 품질보증기간은 제재 할 수 있을까? <뉴스톱>이 확인했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출처: 한국소비자원

■ 공정거래위원회의 품질보증기간

공산품의 경우 기업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품질에 대해 일정 기간 보증을 한다. 이를 품질보증기간이라 한다. 품질보증기간은 소비자를 보호해 주는 수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통해 품목별 품질보증기간을 고시한다. 모든 제품을 아우를 수 없기 때문에 포괄적으로 분류한다. 소모품 같은 우산류는 품질보증기간을 1개월로, 문구류는 6개월로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 명시가 안된 제품은 유사한 품목의 품질보증기간을 따르도록 한다. 의료기기의 경우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사 품목을 참고해 품질보증기간을 정한다.

출처:
출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 분쟁해결을 위한 '권고' 사안

기업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제시된 품질보증기간을 지키지 않더라도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명시된 품질보증기간은 어디까지나 분쟁 해결을 위한 권고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해 품질보증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강제가 아니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예를 들어 우산을 만드는 기업이 품질보증기간을 1개월로 설정하지 않고 일주일로 정해도 품질보증기간 기준을 어겼다고 처벌이나 처분을 내릴 수 없다.   

명시된 품질보증기간은 분쟁 해결 기준으로 활용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뉴스톱>과 통화에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명시된 품질보증기간은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다툼이 생겼을 때, 당사자 간 원활한 합의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짧은 품질보증기간의 제품 구입으로 구매자가 소비자원에 분쟁 해결 요청을 하면, 소비자원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명시된 품질보증기간을 근거로 기업에 권고할 수 있다.  

관계자는 "강제성을 갖고 있진 않지만 개정을 할 당시 필요시에 품질보증기간에 대한 사업자의견이나 소비자들의 의견을 듣고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기준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출처: 한국소비자원

■ 사전적 예방보단 사후적 해결에 초점

공정거래위원회에도 문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기업 측에서 제품의 품질보증기간을 이렇게 한다고 자율적으로 정한 것이기 때문에 품질보증기간을 설정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AS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는 사전적 예방보단 사후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피해 구제와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상담 신청을 하면 담당자가 배정되는 방식이다. 담당자는 사건에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관련 규정을 찾고, 합의 권고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 

출처: 한국소비자원
출처: 한국소비자원

정리하면, 짧게 설정된 품질보증기간은 제재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품목별 품질보증기간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다.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분쟁 해결을 위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최근 AS 불만 피해 사례는 증가 추세다. 이는 사후적 해결뿐만 아니라 사전적 예방도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억울한 피해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공정한 거래 조건이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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