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년에 500명이 과로로 죽는 나라

  • 기자명 선정수 기자
  • 기사승인 2022.07.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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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인 기본소득당 국회의원은 2017~2021년 과로사한 노동자는 모두 2503명이라고 밝혔다. 매년 500명 안팎의 노동자가 과로로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828명이다. 여기엔 산업재해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포함되지 않는다. 산재 사고 사망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과로사도 이에 못지 않는 목숨을 앗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숫자다.  과연 이 숫자는 사실일까? 

출처: 용혜인 국회의원
출처: 용혜인 국회의원

◈용혜인, “연 500명 이상 과로사”

용혜인 의원은 지난 11일 <지난 5년 동안 과로사 2500명 넘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용의원은 근로복지공단, 인사혁신처, 국방부,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수협중앙회로부터 2017~2021년까지 과로사 산재현황을 자료 제출 받아 분석했다고 밝혔다.

분석 결과 지난 5년 동안 과로사 사망은 2503명으로 한 해에 500명을 넘었다. 2021년엔 산재보험적용 대상 노동자 509명, 공무원 30명, 군인 6명, 어선원 20명으로 모두 565명이 과로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497명에 비해 13.7% 늘어난 것으로, 전년대비 산재보험 적용대상 노동자는 9.9%(463명->509명), 공무원은 66.7%(18명->30명), 어선원은 100%(10명->20명) 증가한 수치다.

용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시도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과로사 사회를 만들려 한다. 과로사 사회 아닌 과로사 없는 사회가 필요하다”며, “노동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고, 현재 법에도 없는데 꼼수로 허용해주는 포괄임금제부터 폐지해야한다”고 밝혔다.

출처: 국가통계포털 KOSIS 홈페이지
출처: 국가통계포털 KOSIS 홈페이지

◈용혜인 통계 맞을까? ... 최소치로 봐도 무방

용 의원이 이런 자료를 만든 것은 우리나라 정부가 공식적으로 과로사에 관한 통계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용 의원은 ‘업무상 뇌ㆍ심혈관계 질병 산업재해’로 인정된 사망자 숫자를 집계했다.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 중 뇌∙심혈관계 질병 산재 사망자수를 파악했고, 산재보험 적용 대상자가 아닌 과로사 사례를 찾기 위해 인사혁신처(공무원), 국방부(군인), 사학연금(사립학교 교직원), 수협중앙회(어선원)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았다. 이렇게 찾아낸 과로사 사망자가 5년 동안 2503명인 것이다. 통계의 구멍은 없을까?

용혜인 의원실 최승현 보좌관은 뉴스톱과 통화에서 “1인 자영업자와 플랫폼 노동자 등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분들의 경우엔 통계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 이슈가 크게 불거졌던 2020년엔 택배 노동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플랫폼 종사자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 형태가 부각되면서 산재보험법이 개정됐다. 내년 7월부터는 플랫폼 종사자와 노무제공자도 개정 산재보험법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대상이 된다. 현재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적용 제외 신청을 하면 산재보험에 가입되지 않는다.  

용 의원 통계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1인 자영업자, 택배 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노동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플랫폼 종사자 등이 빠져 있는 수치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용 의원은 우리나라에 없는 통계를 만들어내 과로사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출처: 일본 전자법령검색 시스템 홈페이지
출처: 일본 전자법령검색 시스템 홈페이지

◈'선행 과로사회' 일본은 어떻게?

과로사는 일본에서 먼저 부각된 개념이다. 일본은 2014년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법 시행 이후 일본 후생노동성은 과로사특별대책실을 만들었고, 매년 ‘과로사 백서’를 출간해 장시간노동 근절을 위한 법률 상 개입근거를 마련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과로사 제로(Zero) 달성을 위해 “주 노동 시간 60시간 이상 노동자의 비율을 5% 미만”, “연차 유급 휴가 취득율 70% 이상”을 목표로 제시했다.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의 정의 부분을 살펴보자. “’과로사 등’이란 업무에 있어서의 과중한 부하에 의한 뇌혈관 질환 혹은 심장 질환을 원인으로 하는 사망 혹은 업무에 있어서의 강한 심리적 부하에 의한 정신장애를 원인으로 하는 자살에 의한 사망 또는 이들 뇌혈관 질환 또는 심장 질환 또는 정신 장애를 말한다”고 정의한다.

과로사, 과로자살, 과로질환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겠는데, 과로사는 과로가 유발한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으로 정의되고, 과로자살은 업무로 인한 강한 심리적 부담이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로 정의됐다.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출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우리나라 입법은 어떻게?

우리나라에서도 과로사 방지를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과로사 등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가 과로사 등 방지 시책을 수립∙시행할 책무를 부여했고, 사업주는 국가가 수립∙시행하는 시책에 협력하도록 규정했다.

고용노동부가 3년마다 과로사 방지대책을 수립하고 매년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해 성과를 평가하고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정부가 과로사 등 방지를 위한 조사∙연구 사업 및 교육∙홍보∙상담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 법안은 2021년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돼 현재 계류 중이다.

출처: 대한의학회 e-newsletter 2019.4
출처: 대한의학회 E-NEWSLETTER 2019.4

◈과로사 피하는 방법

과로사를 피하려면 과로를 피해야 한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은 여러가지 이유로 과로를 한다. 노동자 스스로 과로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또는 시스템적으로 '강요된 과로' 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자들이 과로로 내몰리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국제노동브리프 1월호를 보면 일본 정부는 과로를 줄이기 위해 기업이 연차유급휴가를 확대하고, 근무 인터벌 제도(업무 종료 시간부터 다음 업무 시작 시간까지 일정시간 이상의 휴식을 부여)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대한 각종 대책을 세우고 작업장의 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의학계에선 과로사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을까. 2019년 4월 김수근 성균관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현 한도병원 근무)는 대한의학회 E-뉴스레터 104호에서 “과로사는 장기간 스트레스가 많은 작업을 한 후에 만성 피로와 관련된 장애를 자극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높은 직무요구와 낮은 자율의 작업으로 인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의 발병률을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장시간 근무와 과중한 업무 부담 이외에 과로사의 위험요인은 복잡하다. 과로로 인한 피로감은 나이, 성별, 신체적 상태, 정신상태, 심리적 상태, 성격 유형, 생활경험 및 건강상태 등 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과로사의 병인과 발병기전의 복잡성은 연구자에게는 어려운 과제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 관리(근로시간과 업무량 조정 등), 금연, 고혈압과 당뇨병 및 고지혈증 치료 등이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으로 발생하는 과로사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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