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직장인 휴가 사유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사실 아님> 휴가 사유 밝힐 의무는 없어, 다만 사측이 상황에 따라 시기 조절할 수 있어

  • 기사입력 2022.07.28 14:11
  • 기자명 송영훈 기자
최근 온라인에서 직장인들의 '연차 사용 사유'가 화제가 됐습니다. 회사에 보고하는 연차 사유에 ‘생일 파티’라고 적은 것을 두고 ‘요즘 세대들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과 ‘그런 걸 따지는 걸 보니 ‘꼰대’’라는 입장이 상충했습니다. 휴가 사용 시 사측이 수긍할 만한 사유를 제시해야 하는지 뉴스톱이 따져봤습니다.

 

포털사이트 게시글 갈무리
포털사이트 게시글 갈무리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차 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적는 직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인사과 직원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연차 사유에 생일파티라고 적은 직원에게 ‘연차 사유가 이게 뭐냐, 명확하게 적으라고 했다’고 했더니, 해당 사유를 제출한 직원은 ‘이보다 명확한 사유가 어디 있나요’라고 반문했다는 내용입니다.

글쓴이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고 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요즘 MZ세대들에겐 그게 아닌가 보다’라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해당 게시 글에는 ‘추천’보다 ‘반대’가 월등하게 많았지만, 연월차 사유를 적는 곳에 어떤 내용을 적어야 할지 조언을 구하는 온라인 게시물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연차 사용은 근로자의 정당한 권리, 사유 명시 의무 없어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유급휴가’는 장기간 근로한 근로자가 유급의 휴가를 받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제1항에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

대법원은 2013년 12월 26일 ‘쟁의행위자 등 연차유급휴가일수 사건’ 판결(2011다4629)을 통해, “유급휴가는 다른 특별한 규정이 없는 이상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있고,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헌법재판소도 2015년 5월 28일 ‘근로연도 중도퇴직자에 대한 연차유급휴가 불인정 사건’(2013헌마619) 판결에서, “연차유급휴가는 매년 일정 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하여 근로자에게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즉, 근로자의 연차 사용은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기 때문에, ‘휴양 혹은 문화적 생활 향상’이라는 ‘포괄적인’ 사유에 해당한다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연차를 못 쓰게 할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진정 및 신고가 가능합니다. 특히 상급자가 연차 사유가 자세하지 않다거나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연차를 반려한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회사가 연차 사용 시기 변경할 수 있고, 내규 있는 경우 다툼 여지 있어 

다만 두 가지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근로자의 연차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시기를 변경할 수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제5항에 “휴가를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그 기간에 대하여는 취업규칙 등에서 정하는 통상임금 또는 평균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는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구체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인원 대체가 불가하거나 업무가 몰린 경우 등이 해당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또한, 회사에 연차 사용 및 연차신청서 작성에 별도의 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입사할 때 준수하기로 동의한 사내 규정에 연차 사용 방식이나 절차가 정해져 있다면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O호텔 ㄱ인사팀장은 뉴스톱과의 통화에서 “연월차 운영은 근로기준법에 준용해 운용하고 있다. 신청서에 이용 사유에 대해 적는 칸이 있기는 하지만, 보통은 ‘개인 사유’로 많이 적는다. 구체적으로 ‘부모님 댁 방문’으로 적는 사례도 봤지만, 회사에서 사유를 따지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다만, 해당 부서 책임자가 업무 조율, 직원 관리 등의 이유로 사유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 온라인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보통 연차 사유로는 ‘개인 사유’로 적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원진료’, ‘가족 병문안’, ‘집안 행사’도 많이 쓰이며, ‘금융업무’, ‘부동산’, ‘집수리’ 등도 자주 사용된다고 합니다.


정리하면, 근로기준법상 연차는 근로자가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 사유에 대해서 밝힐 의무가 없으며, 만약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불법입니다. 다만 회사에서 상황에 따라 연차 사용 시기를 변경할 수 있으며 사규에 별도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조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휴가신청 시 명확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아님’으로 판단했습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뉴스
모바일버전